"-서해에 비치는 신비한 산그림자 아키타현 초카이산



아침 일찍 숲속에 자리잡은 포레스타 초카이 호텔을 나선다. 숙소 뒤로 펼쳐진 초카이 산은 짙은 안개에 싸여있다. 산행을 위해 해발 1150미터 지점에 자리잡은 호코다테로 길을 나선다. 버스는 구절양장(九折羊腸) 산길을 달린다. 1시간 20여분 달리니 자욱한 안개속 호코다테 등산로 입구다.

오늘 산행을 안내해줄 산악가이드 다카무라씨와 인사를 하고 가볍게 몸을 푼다. 서울은 초여름의 날씨지만 이곳의 아침기온은 12℃. 바람마저 간간히 불어 체감온도는 휠씬 더 낮아진다. 오늘 산행은 든든하다. 전문산악가이드 다카무라씨가 앞에 서고 어제 이와테 산행을 안내한 오다시마 다까시씨가 맨 뒤에 섰다. 아키타 현에서 나온 밝고 쾌활한 성격의 구도 도시카즈씨가 가운데서니 더없이 든든하다.

일본 혼슈 북서부에 자리잡은 아키타[秋田]현. 동부에는 초카이[鳥海]화산대를 수반하는 오우[奧羽]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서쪽으로는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초카이산은 일본 서해안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15㎞밖에 안되는 국정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산의 서쪽 바다에는 쓰시마난류가 흐르고 있어 동서편의 식생이 다르다.

-운해속 천길낭떨어지로 떨어지는 신비로운 폭포



오전 9시. 조심스럽게 안개 속을 헤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바로 앞에 잔설지대가 나타난다. “눈이 녹고 있으나 길이 미끄러우니 아이젠이 있는 사람들은 착용하세요.” 가이드 다까무라씨의 말이다. 좀 불편하긴 해도 아이젠을 착용한 발걸음은 든든하다. “쓰걱, 쓰걱” 눈위를 걷는 느낌이 시원하다. 잔설지대를 지나니 돌로 잘 다듬어 놓은 등산로가 나타난다. 산 아래쪽 등산로에는 보라색, 노란색으로 꽃을 피운 제비꽃이 지천이다. 등산로 양편으로 붉디 붉은 산철쭉과 화사한 새색시같은 산벗꽃이 피어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은 완만한 능선이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천길 낭떨어지다. 전망대에서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인다. 골짜기를 가득 메운 구름은 쉴새없이 휘돌아 움직인다. 구름이 걷히면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폭포가 그 위용을 드러내지만 잠깐사이에 솟구쳐 오르는 구름속에 묻혀버린다. 산 사면을 따라 흐르는 구름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초입의 아름다운 봄풍경과 설원을 지나 1시간 10여분쯤 오르니 해발 1340미터의 6합목(合目)지점인 사이노카와라다. 골짜기엔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고 습지가 펼쳐져 있다.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안개 속에 펼져진 습지. 7월이면 온통 꽃밭이 펼쳐진단다. 그 멋진 풍경을 상상하며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오른다.

-안개속 설원을 걸어가는 행복한 트레킹



오전 11시 45분. 오늘의 목적지인 해발 1700미터 7합목에 자리잡은 오하마에 도착한다. 조난신호를 보낼 수 있는 커다란 종과 신사가 보인다. 그 뒤에 신사를 겸한 대피소가 있어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인없는 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이고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한다. 산행후 먹는 점심맛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 오른편 아래로 초카이호수가 있다지만 자욱한 안개에 가려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초카이산의 매력은 7월에 온 산을 뒤덥는 야생화입니다. 7월이면 고산식물들이 화려한 꽃밭을 이루는데 장관입니다.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또 하나 서해에 비치는 산 그림자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아침에 동쪽에서 해가 뜨면 산 그림자가 이곳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서해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우죠.” 산악가이드 다까무라씨의 말이다.

“이 초카이산 자락이 서해까지 펼쳐져 있는데, 여기서 흘러내리는 차가운 계류와 바닷물이 만나는 기사카타마치 해안에 나는 돌굴 맛이 일품이죠. 양식굴과 비교해서 서너배나 크고 맛도 뛰어납니다.” 아키타현에서 나온 구도 도시카즈씨의 자랑이다.

붉디 붉은 산철쭉과 화사한 산벗꽃이 반겨주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 여름속 겨울 산행 내내 행복했다.

★항공 |
아키타까지는 월·목·토요일 주 3회 대한항공 비행기가 운항된다. 2시간 10분 소요.

★숙박 |
초카이 산이 한 눈에 보이는 숲속에 자리잡은 포레스타 초카이호텔(전화:0184-58-2888 http://www.chokai.ne.jp/foresta)을 추천한다.

★음식 |
갓 지은 햅쌀밥을 아키타 삼나무 꼬치에 뭉쳐 숯불에 구운 다음 각종 야채와 버섯을 함께 전골냄비에 끓여내는 기리탄포 전골이 아키타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 지역의 토종닭인 하나이지도리를 넣고 끓여 감칠맛이 더한다.

★축제 |
간토축제가 유명하다. 대나무 장대에 46개의 연등을 매달고 피리와 큰 북 반주에 맞추어 손, 어깨, 이마, 머리 등으로 들어올리는 묘기를 뿜내는 축제다. 매년 8월 3일에서 6일까지 열린다.

★상품 |
‘아키타 쵸카이산 트레킹 3일’ 여행상품을 한진광광(Tel:726-5781~4)에서 판매하고 있다. 7월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 목요일 출발한다.


취재협조=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02-771-6191~2 www.beautifuljap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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