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드가 말하는 여행사 이것만은…

-영원한 ‘을’ 신세 랜드는 서럽다

연간 해외여행자 수 1000만명 시대로 접어들고 여행사들의 코스피, 코스닥 상장도 줄을 잇고 있는 등 빠르게 규모가 팽창하고 있지만 여행업계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들의 개선 속도는 더디기만 한 게 사실이다. 여행업계의 3개 중심축인 랜드사, 여행사, 항공사는 과연 서로에 대해 어떤 아쉬움을 느끼고,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는지 살펴봤다.

① 제발 제값 주고 합시다!

랜드사간의 경쟁을 통해 지상비를 터무니없는 수준까지 깎으려는 여행사들의 협박 아닌 협박은 랜드사들이 가장 빈번하게 지적하는 고질적인 병폐다.

“어디는 얼마인데 너희는 왜 그리 비싸냐, 이 수준에 맞춰라”하는 식으로 지상비 끌어 내리기에 혈안이다. 상품의 내용이나 질적인 측면은 고려치 않은 채 오직 싸기만 하면 ‘게임 오버’다. 첫 거래를 트거나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서 랜드사는 터무니없는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현지 진행에서 무리수를 유발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여행사들이 비교수단으로 삼는 최저 지상비의 경우 신생 랜드사나 소규모 랜드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시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랜드사는 처음부터 현지행사의 완성도보다는 적자 보전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여행사가 할 줄 아는 것은 계산기 두드려서 제일 싼 가격 찾아내는 것 뿐”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여기서 나온다.

② 입금도 늦었는데 ‘퉁’ 치자고?

여행사들의 안하무인격 지상비 결제 관행도 랜드사들의 원성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수 천 만원씩 미지급금을 ‘깔아 놓고’ 이를 무기로 랜드사를 더욱 옥죄는 것은 기본. 미수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랜드사는 불리한 조건에서 거래를 지속하는 게 현실이다.

지상비가 제 때 입금되지 않아 자본력이 약한 랜드사의 경우에는 현금흐름이 막혀 곤혹을 치르기 일쑤다. 더욱 기가 막히는 부분은 이른바 ‘퉁치기’ 관행.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인데도 여행사는 마치 선심 베풀 듯 밀린 입금을 하면서 자투리 액수는 ‘퉁’ 날려 버리자고 한다. 1200만원 중에서 200만원은 날리고 1000만원만 주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밀린 지상비 받았다는 데 위안을 삼는 게 랜드사의 현실이다.

③ 랜드사가 봉이냐?

여행사들의 이런 저런 지원요구도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 병폐다.
결혼박람회 개최시 행사비용 및 인력 지원 요청이 대표적이다. 제법 규모가 큰 거래관계를 갖고 있는 경우 랜드사가 여행사에 지불하는 지원비는 수 천 만 원대까지 이른다고. 행사 기간 동안 인력도 지원해야 한다. 비록 물량을 ‘밀어 준다’는 혜택이 있기는 하지만 이도 결국 지상비 깎아내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랜드사 쥐어짜기 관행이다.

최근에는 공항 센딩(Sending) 업무까지 랜드사에 떠넘기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갑’의 우월적 지위에 취해 랜드사에 얼토당토 않는 요구를 하는 구태도 벗지 못하고 있다. 랜드사들이 어이없어 하는 황당한 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여행사 직원들의 태도. 업무 출장이 아닌 개인적인 휴가인데도 불구하고 현지 호텔이나 여정 등을 해당 지역 거래 랜드사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족동반 여행이면서 현지 체류를 공짜로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정 중에도 어이없는 황당한 요구들을 하면서 왕 대접 받고 싶어 하는 게 여행사 직원들”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접대와 뒷돈도 여전히 암약하고 있는 현실이니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랜드사만 늘어날 수밖에.

④ 여행사 직원교육도 랜드사 몫?

“손님한테 설명하는 것보다 여행사 직원 가르치는 게 더 답답합니다.”

신입직원 교육에 소홀한 여행사들의 태도도 빈축을 사고 있다. 아무리 신입직원이지만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 여행사들이 아예 신입직원 교육까지 랜드사에 맡기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입사 1년이 지난 직원들 중에도 수준 이하의 업무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 랜드사 소장은 “기초적인 질문에도 황당한 대답을 하기 일쑤니 업무 진행 중 짜증이 나기 일쑤”라며 “회사 차원에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스스로라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안해도 너무 안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여행사가 말하는 랜드사 이것만은 …

-제살깍기 경쟁말고 스스로 해법 찾아라

① 노투어피, 이제 그만 둡시다

정상수준을 크게 밑도는 출혈 지상비를 둘러싼 여행사와 랜드사간의 책임공방은 ‘쌍방과실’로 밖에 볼 수 없다. 같은 조건에 저렴한 지상비를 원하는 것은 여행사들의 당연한 심리이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도 랜드사의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 그러나 노투어피 같은 터무니없는 거래관행은 랜드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게 여행사들의 인식이다. “랜드사도 지상비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오직 가격으로만 승부를 걸려고 하니까 지상비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여행사의 합당한 요구에만 응하고 아닌 것에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앞뒤 가리지 않고 덥석덥석 무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비정상적인 지상비의 폐해는 여행사들도 익히 잘 알고 있다. 적자 행사라는 태생의 한계를 갖고 태어난 행사는 현지에서 이를 보전할 수밖에 없고, 가이드들은 성실한 안내보다는 쇼핑이나 옵션 ‘대박’에만 골몰하게 되고, 이는 결국 손님들의 불평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 여행사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랜드사 스스로 제 살 깎는 지상비 인하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② 랜드사는 불나방?

지역적 전문성 없이 돈이 된다 싶은 지역으로 뛰어드는 랜드사들의 무모함도 비난을 사는 부분이다. 괌에 있던 랜드사가 태국으로 진출하고 또 어느새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니면서 시장질서를 혼란시킨다는 지적이다.

애초부터 지역에 대한 전문성은 기대할 수 없던 터라 내미는 카드가 저가경쟁일 수밖에 없다. 결과는 해당 관광목적지의 이미지 훼손이요, 재방문 고객의 실종이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어디어디가 좀 뜬다 싶고 돈이 된다 싶으면 우르르 그 지역으로 달려들어 시장혼탁에 부채질을 한다”며 “엉망으로 행사를 치러 관광지의 이미지가 훼손돼 결과적으로 특정 관광지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여행사들의 갖가지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게 여행사들의 입장이다. 최근 2~3년 사이 급성장을 이룬 베트남과 캄보디아 지역으로 다른 동남아 지역 랜드사와 가이드들의 러쉬가 이뤄졌던 게 대표적인 예다. 이로 인한 과당경쟁은 결국 캄보디아 가이드협회의 파업선언, 저가여행상품의 폐해를 파헤친 공중파 TV 방영 등의 악영향을 초래했다.

③ 뒤통수 맞는 것은 여행사

여행사 모르게 현지에서 계약조건과 다른 행사를 진행하면 그 낭패는 여행사 몫이다. 겉보기에는 여행사의 계약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듯하지만 식사 수준 등 표시가 잘 나지 않는 부분에서 변경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나중에 이로 인한 고객들의 불평불만은 여행사에 집중된다. 과도한 옵션이나 쇼핑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계약서에서 옵션이나 쇼핑의 횟수까지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일일이 규정하지 않는데 옵션이나 쇼핑을 무리하게 진행해 뒤통수를 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옵션상품의 강요 및 바가지요금, 가짜 상품 쇼핑 등으로 인한 문제발생도 끊이지 않는 고질적 병폐다. 동남아 여행 중 주요 쇼핑 품목인 라텍스 제품의 경우 바가지요금과 품질 낮은 제품 판매 등으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아 “라텍스가 휩쓸고 간 여행지는 끝이다”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④ 대형화를 꿈꿔라!

이제는 랜드사들도 주먹구구식 운영방식과 영세성에서 벗어나 대형화를 이뤄야 하는 시대로 돌입했다. 랜드사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물론 대형 여행사들의 현지 직영체제 확산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단기적인 시야가 아닌 장기적인 차원에서 수익모델과 경쟁력을 구축하고 대형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행사들이 코스피, 코스닥 상장을 통해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랜드들은 규모의 경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기 때문에 고질적인 병폐들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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