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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관광은 현재 전환기에 서 있다. 올해초 정부에서는 관광분야에 있어 지방자치형, 민간주도형 개발모델이 형성돼야 할 시점이며, 각 부처간 협력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정부와 학계, 민간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각 지자체와 여행사의 관계도 새로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의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들은 최근 관광산업을 주력 분야로 내세우면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여행사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관광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들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단순히 관광 상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력이 아닌 관광정책 수립과 관광인프라 개발 및 기획 단계에 이르기까지 여행사와 지자체는 불가분의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국내관광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내관광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여행사간 역할구도의 재정립을 위한 방향성을 논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문화관광부 최진 사무관, 한국관광공사 국내마케팅지원실 옥종기 기획리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전효재 박사, 솔항공여행사 김형미 대표, 하나강산 박정기 대표 등 5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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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서동철 기자
정리=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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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재 박사 “역할구도는 경쟁력 확보에 중점”
-박정기 대표 “모객시 출발보장, 지자체 함께하자”
-최진 사무관 “국내여행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옥종기 리더 “지자체와 여행사간 채널 확충해야”
-김형미 대표 “정부차원의 기본 밑그림 마련돼야”

김형미 대표(이하 김) : 분명 과도기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여행사와 지자체간의 관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며, 정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미정립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여행 형태 역시 패키지도 개별여행도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립된 구도가 필요하다. 무등록 여행업체의 불법 영업이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실추시키고 있으며, 해외 덤핑 여행도 국내여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등 방대한 영역에서 수술이 요구된다.

박정기 대표(이하 박) : 동감한다. 정부와 지자체, 여행사가 따로 가고 있다. 관에서 주도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여행사들의 패키지 정립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접근하는 기회를 아예 차단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의 어촌체험 등에서는 여행사의 이익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해줘야 할 것이다. 정책적인 부분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지자체와의 해법도 도출될 수 있다.

옥종기 기획리더(이하 옥) : 국내 패키지 여행의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등 국내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 부족이 실무자로서 가장 큰 어려움이다. 내년에는 국내여행실태조사시 개별 대 패키지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연구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초적인 자료가 확보돼야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지자체의 국내관광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것과 중앙정부 의존적인 부분도 지적하고 싶다. 사업효과가 쉽게 측정 가능한 인바운드 분야에 치중해 있으며, 인센티브 제도도 인바운드에 쏠려 있다.

전효재 박사(이하 전) : 지난해 14조5,000억원을 국내여행객들이 지출했다. 이는 각종 입장료, 외식업, 전세버스, 도소매업, 외식업, 숙박업 등을 모두 포괄한 수치다. 국내여행업의 경우 이 가운데 약 1조6,00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를 순수하게 국내여행업의 물량으로 볼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그리고 국내관광산업에 대한 지원방식에 문제를 제기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지역간의 상호 상승적인 경쟁 유도와 국내 관광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 지자체, 여행사간 관계 정립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논의가 필요하다.

최진 사무관(이하 최) : 주5일제근무 등으로 국민관광 총량은 증가했다. 국내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의 증가 속도와 폭이 크다. 이에 따라 관광수지 적자, 양극화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국내 패키지 이용은 20~30%에 불과하고 자가 차량 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민들의 여가 수준은 높은 데 반해 패키지 상품들이 이러한 요구를 잘 반영해 리드해 가고 있는가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자 : 국내여행의 활성화와 질적 성장에 있어 정부, 지자체 및 여행사의 역할 및 관계의 현재는 어떠한가.

박 : 동호회, 카페, 언론, 지자체 홈페이지 등 온·오프라인에서 여행과 관련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어 여행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것이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이 차이점이다. 국내여행에서 자가 차량 이용이 많은 것도 국토가 협소하고 정보화 수준이 높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행사는 아주 작은 역할 밖에는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 과정에서 여행사에게 에이전트의 역할을 부여한다면 국내관광과 관련한 자료 산출에도 용이하고, 여러 지자체를 연계해 질 높은 상품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자들은 국내 패키지 여행의 잠재적인 수요자들로 볼 수 있다. 이들의 눈을 국내로 돌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여행사와 지자체의 긴밀한 관계 형성이며, 이와 관련한 정부의 조율이다.

김 : 국내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국내여행사연합회의 탄생도 지자체와의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한 시도다. 현재 문경시, 전라남도, 제주도 등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여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협약체결 등은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 얼마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남겨진 숙제다. 그만큼 상호간의 관계 및 역할이 아직까지는 모호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정부 차원의 탄탄한 기본 밑그림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 : 지자체들의 상품화 열의는 높지만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에 여행사들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간 인바운드 분야에 중점을 둬 왔기 때문에 문관부내 국민관광파트가 없었지만 최근 생겨났다. 중앙정부로서는 현재 국내여행에 대한 인식전환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뻔하다’, ‘이미 다 가봤다’라는 고정된 인식을 없애고 체험과 휴식 등 국내여행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안전성이 보장되고 신뢰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고민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패키지 상품의 어려움은 분명 있지만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등 그 가능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전 :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여행사간의 관계는 경쟁력의 확보 차원에서 봐야 한다. 개인여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과 무등록 업체의 활황은 그만큼 정상적인 패키지 상품의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행사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지자체는 성과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부분에서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이 이해관계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요구된다.

사회자 : 3자 구도의 정립에 있어 적절한 방향성과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 있겠는가.
박 : 패키지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를 알 수 없겠지만 내용이나 진행과정상에서의 우위는 분명히 있다. 이러한 부분을 알려나가고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협조가 절실하다.

한편 6명 이상은 모객이 돼야 손실을 보지 않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 현재 현지 랜드사들이 그 손해을 감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 지자체로 고객들을 모시고 가서 소비하게 하는 데 이 부분에 대한 비용과 희생을 여행사만 부담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옥외간판 등 단순한 구호나열에 불과한 홍보마케팅에 치중하기보다는 여행사들의 적자폭을 줄여줄 수 있도록 교통편 지원 등으로 모객시 출발보장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옥 : 정부는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고 필요시 사안에 따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지자체의 경우 먼저 정부 의존적인 성향의 탈피와 홍보마케팅 부문의 강화, 담당 공무원의 능력 향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

또 지자체와 여행사간의 공유 채널을 확충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지자체의 경우 상품화 방법이나 진행방식 등에 대한 경험 및 노하우 부족으로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양자의 소통이 가능한 통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형식적인 설명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상담 및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 : 지자체와 여행사간의 협력 방식이 향후에는 한 개 관광지 또는 한 개 시설과 여행사의 협약 등으로 다양화·세분화돼 갈 것이다. 이에 상호 목적상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여행사연합회와 같이 일대일 제휴의 한계를 넘어서 성과의 확대를 꾀하거나, 홀세일 등 다자판매 시스템이 가능한 형태로 나아갈 수도 있다.

김 : 정부의 각 부처마다 개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관광관련 지원사업들이 아직까지는 일관성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행사들에게 가해지는 폐해도 분명히 있다. 지원 자체를 거부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차원의 사전 조율과 협의를 통해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최 : 내나라여행박람회도 지자체와 여행사간의 협의 채널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3월 정도로 일정을 앞당겨 상호 상품개발이나 트렌드를 논의하고 공동으로 홍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국내여행의 산업화를 위해 기초 데이터나 성공모델 등이 있어야 문제점을 도출하거나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자료를 축적하는 한편 여행상품이 장기적인 생명력을 갖고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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