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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여행을 ‘좀 해봤다’는 이들에게 조차도 미지의 대륙으로 남아있는 땅이다. 흔히 기억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으로는 제일 먼저 동물의 왕국을 떠올린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로 야생의 짐승들이 포효하고, 물을 찾아 떼를 지어 이동하고 약육강식의 먹이연쇄가 끝없이 이뤄지고 있는 곳. 하지만 얼마 전 그 막을 내린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2010년 개최되는 곳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르다. 뭔가 달라도 다르다. 그곳에서는 머릿속 상상 속에서 펼쳐놓았던 아프리카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가든 루트를 따라 떠난 자동차 여행


가든 루트. ‘정원의 길’이라 이해하면 될까? 하고 의구심을 갖게 된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가든 루트’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린 곳은 남아공 남쪽 연안의 도시, ‘포트 엘리자베스’. 이곳에서부터 자동차 여행이 시작된다.

포트 엘리자베스는 바다를 끼고 있는 산업도시이지만 바닷가의 호텔에 들어서면 휴양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만큼 깔끔하고 상쾌한 곳이다. 오후에야 호텔에 도착해 저녁식사와 잠시의 휴식을 취한 후 가든 루트로의 여행을 위해 잠이 들었다.

-바다와 맞닿은 대자연의 부름 속으로



현재의 가든 루트는 남아공 남쪽 해안선을 따라 동서로 뻗은 N2 고속국도 주변의 자연 녹지대를 총칭해서 일컫는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스톰스리버브릿지(Storms River Bridge)라는 다리에서부터 시작된다. 2차선의 도로가 지평선을 향해 뻗어있는 가든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끝없는 평원과 산, 강과 바다를 만나게 된다.

가는 도중에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치치카마 국립공원’이다. 바다와 맞닿은 이곳은 거대한 원시림이 펼쳐진 국립공원으로,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대인 탓에 온화한 날씨와 풍부한 강수로 짙푸른 열대수림이 조성돼 있어 8000여종이 넘는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빗방울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를 의미한다는 뜻의 치치카마 국립공원 내에 있는 숙소는 1년 전에 예약을 해야만 숙박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있으며, 함께 운영 중인 5일짜리 트레킹 프로그램 또한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참가가 가능하다. 거대한 치치카마의 숲 속을 걸어서 탐험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자동차

끝도 없이 뻗어있는 도로 위에는 달리는 차들도 그리 많지 않아, ‘운전할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큰 대륙의 차들에 주로 장착된 ‘크루즈’ 기능이 이곳 남아공의 차들에도 장착돼 있어 운전하는데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 크루즈 기능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일정 속도로 계속해서 차가 가게 되는 기능이다. 몇 시간을 계속해서 쉬지 않고 달리기 위해서는 이 기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든 루트를 관통하는 이 N2 도로는 자동차가 달리기에 그만이다. 펼쳐진 광경을 보노라면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 따위는 느끼지 못할 듯 하다.

-번지점프 좀… 해보셨어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번지점프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이곳 가든 루트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216미터의 번지점프가 기다리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 위로 N2도로를 잇는 브루크란스 다리(Bloukrans Bridge)가 걸쳐져 있다. 잠시 낮잠을 즐기던 버스의 일행들이 번지점프 하는 곳에 다왔다는 말을 듣고 잠이 깼다.

다리를 건너기 전인지라 아직 다리의 모양새를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채 전망대로 향했다. 꼭 한번 뛰어 보리라던 다짐은 저 멀리 깊은 협곡을 잇는 거대한 다리는 보는 순간 무너져 내린다. ‘저 위에서 뛰어내린다고…’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대한 다리는 인간의 마음을 변덕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는 고민의 시간이 시작됐다. ‘뛰어내릴 수 있을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결국 뛰어내리기를 결정하고 서약서를 쓴다. 몸무게를 재고, 카드결제를 한다.(남아공은 카드결제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다) 요금은 우리돈 9만원 가량이다.

다리 밑으로 난 임시 구조물을 통해 다리 한가운데로 걸어간다. 이때부터의 공포감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5, 4, 3, 2, 1 번지~!

두 사람이 나를 양쪽으로 받쳐 들고 발가락이 있는 앞꿈치를 허공에 내어 놓은 채 바람 속에 매달리게 했다. 그리고는 외친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번지!

솔직히 말하지만 ‘투, 원’을 외치는 그 순간까지 속으로는 망설임이 계속됐다. 그러나 번지를 외치는 순간, 저절로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것 같더니,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를 양 볼로 가르며 끝도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잠시 후 몸이 다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수차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다시 나를 이끌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든 루트의 추억은 가슴 떨리는 기억으로 박혀버렸다.

★ 번지점프

다리높이-216m
실제 점프높이-160~170m
요금 한국돈-9만원 가량
사진촬영, 비디오촬영-별도
떨어지는 시간-찰나
뛰고 난 후, 인증서를 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글·사진=류한상 기자 han@traveltimes.co.kr
취재협조=남아프리카항공 02-775-4697
남아프리카공화국관광청 www.southafric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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