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계수나무가 많은 지역으로 ‘계수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구이린(계림). 중국 베이징(북경)이 문화의 도시라면 구이린은 중국 최고의 쇼의 도시, 관광의 도시로 용트림하고 있다. 화려함이 상하이의 현란함을 울고 가게 하고 있다. 중국이 야심 찬 기획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구이린의 변화를 찾아서 떠나 본다.



-눈앞에 펼쳐지는 세기의 수상 쇼

여명이 지고 12개 봉우리로 비쳐지는 조명이 들어오면 많은 관중들은 숨을 죽여 앞을 응시한다. 갑자기 난데없는 여성들의 노래 소리로 세상은 다시 깨어난다. 세상은 붉은 빛으로 치장한 공연장으로 변한다. 수면 위에는 어느새 나무배를 탄 수백 명의 어부들이 강을 가득 메우며 도열해 있다. 노란 삿갓을 쓰고 구멍이 난 옷을 입은 어부들은 잠시 후 시뻘건 천을 물 속에서 꺼내 일제히 펼쳐 보였다.

25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천들을 어부들이 잡고 동시에 움직이며 거대한 물결 모양을 만들어냈다. 어둠에서 쏘아대고 비쳐대는 조명과 병풍처럼 펼쳐진 12개의 봉우리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바로 구이린, 아니 중국이 자랑하는 화려하고 거대한 수상 오페라 쇼인 ‘인상 유산제’이다.

참으로 ‘인상적이고’ 이색적인 볼거리다. 공연 이름도 인상(印象)유산제다.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장예모는 이 공연을 완성하는 데 5년 반이 걸렸다고 한다.

중국 최고의 공연 스텝들이 중국의 자존심을 걸고 만들어낸 실로 세계 최고의 수상쇼다. 공연에 동원된 인원만도 600명이 넘는다. 공연 중간에 장족, 묘족 등 소수민족의 노래와 율동 기예를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고 가슴이 뛴다.

양삭의 유산제 공연을 보려면 죽강부두에서 유람선을 타고 4시간을 가야 한다. 그 긴 시간의 배 여행이 지루한 여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는 동안 중간에 배에서 내려 관암동굴을 구경할 수 있다.

멋진 관암동굴을 보고 차분해진 마음이 이 유산제 공연으로 감동의 물결로 용솟음친다. 돌아오는 내내 감동이 식지 않는다. 구이린에 가면 반드시 인상 유산제 쇼를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쇼를 구경해 보았지만 전혀 다른 감동으로 가슴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구이린의 산수가 최고이니~

그렇다고 구이린에 순전히 유산제 공연 때문에 오는 사람은 드물다. 구이린은 도시 전체가 볼거리 지천이다. 예부터 구이린은 ‘구이린 산수 갑천하(桂林山水 甲天下ㆍ중국에서 구이린의 산수가 최고라는 뜻)’라고 했듯 기기묘묘한 산과 사방으로 뻗어나간 강줄기가 빚어내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 삼아왔다.

죽강 부두에서 시작한 유람은 관암 동굴을 지나 종점인 양삭까지의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과거 바다 속에 잠겨있던 구이린은 화산폭발로 용암이 분출하고 돌출 되면서 무려 3만여개의 돌산이 생겨났다. 길고 긴 세월 속에 잘 다듬어진 산들은 강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뤄내고 있다. 그렇다고 장가계처럼 기암괴석이 높이 솟아 있지는 않다. 그리 높지 않은 동글동글한 봉우리가 사방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배 위에서 멀어지고 가까워지며 보이는 풍경은 순간순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죽강 부두에서 시작하는 이강 유람은 원근감과 명암의 이치를 가장 확실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중국의 산수화는 대부분 구이린을 배경으로 그렸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중국 돈 20위엔 지폐의 뒷면도 바로 이 구간의 풍경을 그려냈다. 구이린 사람들은 그래서 ‘이 곳만큼은 꼭 사진을 촬영하라’고 친절히 알려주기도 한다.

물고기를 잡는 가마우지가 어부들과 함께 대나무 뗏목을 탄 모습과 물소들이 헤엄을 치는 모습은 너무나 멋진 피사체다. 남방의 뜨거운 정열, 각 산들의 수려함, 멋진 하늘, 넓게 펼쳐진 이강, 자강의 물에 물소들이 수영하며 풀 뜯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이채롭다.

-카르스트 지형의 웅장함



3만 개의 산 밑에는 1100개가 넘는 석회동굴이 형성돼 있다. 이 지역은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이라 석회 동굴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 중에서도 관암 동굴은 가장 규모가 큰데 12㎞가 넘는 구간 중에 3㎞ 구간이 관광지로 개발됐다. 가는 곳마다 두꺼비, 곰, 독수리 등의 모양을 띤 종유석을 찾아볼 수 있어 이 동굴의 오랜 풍화의 역사를 가늠케 했다. 굴속에는 50미터가 넘는 석회 종유석이 입을 벌어지게 한다. 카메라 앵글에 잡혀지질 않아 뒤로 물러나니 실로 그 위용은 대단하다. 귀가 찢어질 정도로 굉음을 내는 관암동굴 폭포의 소리는 심장을 두드린다. 그 소리가 마치 용의 울음소리 같다하여 이곳 사람들은 이 폭포에서 자라를 방생하거나 두 손 모아 경건히 기도를 한다.

동굴이 긴 편이지만 걸어서만 이동하는 것은 아닌 만큼 부담은 크지 않다. 500m 구간은 모노레일로, 700m 구간은 배를 타고 이동한다. 동굴 밖으로 나갈 때는 30m 높이의 동굴속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기분이 광부가 된 느낌이다.

관암 동굴은 구이린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다.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구이린 북쪽 흥안현에 위치한 세기빙천 동굴을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2006년 5월에 문을 연 이 동굴은 관암 동굴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지만 부처 모양을 띤 거대한 돌상 등은 너무나 신비롭다. 동굴 안 수로 구간에서는 선녀 복장을 한 아름다운 여성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깜깜한 동굴 속에서 선녀의 모습을 정확히 사진에 담아내 보려는 관광객들이 넘쳐 나지만 쉽지는 않다. 예전엔 옷을 전혀 걸치지 않고 앉아 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했다니, 궁금하다.


+++++플러스 α+++++

★숙박〓구이린에는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아름다운 산수와 어우러지는 세계적 시설의 호텔이 많다. 그중에도 구이린 외곽에 27홀 규모의 아름다운 풍광이 일품인 산수유 골프장&호텔이 있고, 대만 자강그룹 자본으로 건설돼 중국내 상류층이 많이 이용하는 18홀 규모의 메리랜드 골프장&호텔이 있다. 구이린 시내에도 5성급 호텔이 대우셰라톤, 이강폭포, 로얄가든 등 3곳의 호텔이 있다. 대우 셰라톤은 한국인 사장님이 친절한 미소로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문 앞에서 직접 반갑게 맞아준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데다 야시장이 가까워 관광객이 묵기에 적당하다. 호텔 숙박시 무상으로 지원되는 생수와 초콜릿, 과일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통〓아시아나항공이 매주 월·토요일 주2회씩 인천-구이린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으며 10월 중에 1 편을 증편 운항할 예정이다.

★구이린의 소수민족〓소수 민족 중 가장 많은 수의 장족은 검은 옷을 즐겨 입으며, 사랑을 고백할 때도 남녀가 노래로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아주 예술적인 부족이다. 화려한 복식과 은장식을 좋아하는 묘족, 부족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술을 반드시 권하는 술을 즐기는 동족 등 여러 부족이 각자의 전통을 지키며 구이린을 지키고 있다. 한 곳에서 소수민족의 다양한 문화와 음식, 생활상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구이린이다.


중국 구이린 글 사진 = Travie Photographer 최병기
취재협조 = 업투어 02-77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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