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세마치장단에 맞춰 구성지게 목청에서 뽑아져 나오는 밀양아리랑은 슬프지 않다.
꿋꿋한 데다 흥겹기까지 하다. 하지만 어디 사람살이가 그러한가.
‘아리고 쓰린’ 상처들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덩실 춤이라도 질펀하게 추라고 밀양은 말한다.
훌훌 털어내는 듯한 그 춤사위 속에 밀양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영남루에 울리는 아리랑

밀양시를 관통해 흘러가는 밀양강을 따라 시내 중심에 들어서면 강변에 우뚝 솟아 있는 누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명루로 꼽혀왔던 영남루는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밀양강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밀양관광의 중심에 해당한다.

밀양아리랑의 배경을 이루는 전설도 이곳 영남루에서 비롯된다. 조선 명종 때의 일이다. 밀양 부사에게 아랑이라는 아리따운 딸이 있었는데 한 관노가 그녀를 사모하게 됐다. 그는 아랑을 영남루로 유인해 사랑을 고백했지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이던가. 관노는 저를 꾸짖는 아랑을 칼로 찌르고 암매장해 버리고 만다. 그 이후로 새로 부임하는 부사마다 원인모를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서울 남산골에서 내려온 담 큰 부사가 귀신이 된 아랑을 만나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죄인을 처벌해 그 원혼을 달래주었다는 전설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밀양의 아낙들은 아랑의 정절을 기린 아랑가를 즐겨 부르기 시작했고, 그 노래가 입과 입을 통해 밀양아리랑으로 전해지게 된 것이라 한다. 영남루 아래쪽 대밭 사이에는 아랑의 넋을 위로하는 사당인 아랑각이 마련돼 있고, 매년 음력 4월16일이면 이곳에서 제향이 올려진다. 아랑각 안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하사한 단아한 모습의 아랑영정이 봉안돼 있어 전설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풀리지 않는 밀양의 4가지 신비

밀양(密陽)의 ‘밀’자가 비밀스럽다는 뜻을 담고 있어서일까. ‘밀양의 4대 신비’로 일컬어지는 표충비, 얼음골, 무봉사 태극나비, 만어사 어산불영경석은 밀양 관광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따라가다 보면 밀양은 신비의 고장으로 둔갑한다.




-땀 흘리는 비석 ‘표충비’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에는 임진왜란 당시 승려이면서도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742년에 세운 표충비가 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나라의 길흉을 전후해 비석이 땀을 줄줄 흘리니 신기할 따름이다. 사람들이 이에 대해 나라와 민족을 근심하는 사명대사의 영험함이라고 표충비를 신성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894년 갑오군란을 비롯해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 8월 광복, 1950년 6·25전쟁, 1960년 4·19의거, 1961년 5·16군사혁명 등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고 한다. 최근에는 2002년 여중생 미군장갑차 참사 촛불시위와 다음해 이라크 전쟁에 맞춰서도 눈물과도 같은 물기가 맺혀 흘렀다고 전해진다.

이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결로현상이라는 등 여러 가지 가설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날씨 및 계절과는 무관하게 구슬처럼 땀을 흘리니 말 그대로 가설에 그치고 있다. 글이 새겨진 곳을 피해 글자 사이로만 물기가 흘러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으며,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비석에 땀이 흐름과 동시에 청와대까지 직통으로 연락이 닿는다고 한다.

표충비각이 자리한 경내에는 표충비를 세운 사명대사의 5대 법손 태허당 남붕선사가 비석을 세운 기념으로 식수한 무안리 향나무가 그 자태를 뽐낸다. 키는 낮지만 원형으로 둥글게 퍼져나간 노령의 향나무는 표충비의 신비를 증언하듯 긴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여름에 얼음이! ‘얼음골’

밀양 북동쪽의 천황산 중턱에 자리한 얼음골은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어는 이상기온지대다. 6월 중순부터 더위가 절정에 이를수록 얼음이 많아지고,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얼음이 녹기 시작해 겨울철에는 바위틈에서 더운 김이 올라온다. 이 때문에 한 여름의 계곡물은 손이 얼얼할 정도로 차갑고, 반대로 겨울에는 계곡이 얼지 않는다. 얼음골 주변에는 여러 개의 폭포들이 있어 눈까지 즐겁다. 높은 절벽에서 시원하게 낙하하는 폭포와 깊은 바위에 감싸여 흘러내리는 폭포 등 2개의 폭포가 절경인 가마불폭포가 있으며, 이밖에도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크고 작은 물줄기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천황산의 얼음골에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천황사의 불상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천황사 석불좌상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8세기 이후 만들어진 석불 가운데 가장 연구 가치가 높은 것으로 꼽힌다. 눈여겨 볼 것은 불상의 하대에 새겨진 사자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무이해 신라조각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료로 애용되고 있다.

얼음골을 내려와 북쪽의 가지산 자락을 따라 올라가면 그 깊이를 알 수 없다는 시례호박소가 나온다. 화강암이 억겁의 세월을 통과하며 물줄기에 씻겨 소(沼)를 이루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절구의 호박과도 같아 호박소라는 이름을 얻었다. 깊이를 재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간 몇몇 사람들이 아직도 용왕님을 만나 뵙고 있다고 하니 섣불리 뛰어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호박소를 오르는 길 중반에서 오른쪽으로 다리를 건너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오천평반석도 장관이다. 가지산의 물줄기가 내려오는 계곡에 거대한 바위하나가 누워 있는데 그 크기가 거짓말을 조금 보태 오천 평은 됨직하다 해서 오천평바위라 불린다.

-착한 사람만 보여요
-‘만어사 어산불영경석’

가락국시대에 수로왕이 창건했다는 만어사에 이르는 길은 이미 신비롭다. 유연한 지형을 타고 천천히 만어산을 오르면 길가에 피어난 야생화들이 수줍은 얼굴을 내밀며 사람들을 반긴다. 그러던 어느 순간 넓은 대지에 펼쳐지는 수많은 바위덩어리들의 풍경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전설은 이렇다. 사악한 독룡 한 마리와 악귀인 나찰녀 다섯이 서로 사귀며 온갖 행패를 일삼자 수로왕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해 이들에게 불법의 오계를 받게 했는데, 이때 동해의 수많은 물고기와 용들이 감화를 받아 이 산중으로 모여들게 됐다. 현재 만어사 기슭의 셀 수 없는 바위들은 그때의 물고기 만 마리가 돌로 변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구름 속에서 풍악이 울리고 부처님의 영상이 비치는 반석이 있다는 또 다른 전설이 있다. 실제 돌멩이로 여러 바위를 두드려 보면 묵직한 바위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청아한 옥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만어사 대웅전의 오른편에는 멀리서 바라보면 부처님의 모습이 나타나고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져버린다는 만어사 어산불영경석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바위에는 언제나 부처님의 영상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마음을 비우고 부처님께 자신을 내어놓으면 일순 붉은 입술부터 시작해 부처의 얼굴이 바위 표면에서 살아나고, 이윽고 가부좌를 튼 몸체까지 홀연히 드러난다. 본래 부처님이 바위에 스스로의 모습을 새기셨는지, 깨닫기를 원하는 중생들의 마음이 바위에 그림을 그리는지 모를 일이다.

-하늘의 전령 ‘무봉사 태극나비’

땀 흘리는 표충비만큼은 아니지만 밀양에는 국가적인 경사가 있을 때마다 찾아왔다는 태극나비의 전설이 전해져온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기 직전 날개에 태극문양을 한 나비들이 영남루 주위를 날아다녔고, 며칠 후 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고려 초기에는 나라를 일으킨 나비라는 뜻의 국성접(國成蝶)이라 칭하며 보호했다고 한다.

광복을 맞이하던 1945년 8월15일에도 어른 손바닥만한 태극나비가 영남루에서 가까운 무봉사의 법당으로 날아들어 사흘 만에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표충비와 함께 국가의 대사를 신호하는 하늘의 전령으로 회자되고 있다.

+++++플러스 α+++++


■재약산 사자평 밀양시 북동쪽에 위치한 재약산은 영남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산세가 수려해 등산 및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재약산을 오르는 길에는 층층폭포, 금강폭포, 흑룡폭포 등이 절경을 자랑하고, 8부 능선에 자리 잡은 사자평은 가을이면 드넓은 억새밭이 은빛 물결을 이뤄 카메라를 들고 나서기에 최적이다.

■영산정사 길이 130m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와불이 들어설 예정인 영산정사는 몽골, 스리랑카, 미얀마 등 각 불교국가에서 수집하고 기증한 진신사리 100만과, 10만개의 패엽경, 2,000여점의 불상을 전시한 성보박물관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밀양 연극촌 밀양으로 하여금 연극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얻게 한 밀양 연극촌은 문화게릴라로 일컬어지는 이윤택씨가 이끄는 연극공동체인 연희단거리패가 한 폐교를 활용해 천막극장, 실내극장 등에서 주말 공연(매주 토요일 오후 7시30분)을 실시하는 곳이다. 걸립패 큰북의 명인으로 알려진 고 하보경옹의 기념관과 각종 연극관련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는 연극도서관을 비롯해 의상제작실 등 오늘날 연극인들의 땀방울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얼음골 사과 따기 얼음골 사과는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며, 유기농법으로 재배돼 껍질째 먹어도 농약 걱정이 없다. 토앞농원 055-356-2727

■참샘마을 팜스테이 모내기, 벼베기, 단감 수확, 허브 체험 등 각종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참샘허브농원 055-391-3825

■표충사 템플스테이 ‘텅 빈 충만’이라는 테마로 실시되는 표충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번잡한 마음을 비워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1박2일 성인 3만원, 청소년 및 어린이 2만원. 055-352-1070



■고추 장아찌 달고 향기롭기로 유명한 밀양 무안면의 고추로 만든 장아찌로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염소불고기 염소고기라면 누린내가 나기 쉽지만 밀양 염소불고기는 기름기가 적고 고소한 맛으로 명성이 높다.

■올갱이국 청정 밀양강에서 잡아 올린 올갱이에 부추와 들깨를 곁들인 올갱이국은 담백하며 해장국으로도 좋다.



글·사진〓Travie writer 서동철 seo@traveltimes.co.kr
취재협조〓밀양시청 055-359-5630,
미리미투어여행사 055-35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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