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초록의 대지, 여기저기 솟아있는 뾰족한 언덕들, 먹구름 몰려오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흩날리는 깃발,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기사 윌리엄 월리스(멜 깁슨 분)는 이곳을 배경으로 잉글랜드와 대 전투를 펼쳤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스코틀랜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광활한 초록의 대지와 체크무늬 타탄을 두른 남자들의 백파이프 연주 소리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다녀온 다음에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과 귓불을 스치던 바람이 떠오른다.



-영국의 감춰진 이면 스코틀랜드

런던을 중심으로 한 잉글랜드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국의 모습이라면 백파이프 연주와 고원의 광활한 대지로 대표되는 스코틀랜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을 대표한다. 영국인들조차도 스코틀랜드는 영국이면서도 영국이 아닌 곳이라 부른다. 스코틀랜드 출신들 또한 “너 어느 나라 사람이니?“라고 물어보면 “난 스코틀랜드 사람(I am a Scotish)”이라고 답하지 영국인(British)이라고 절대 하지 않는다.

영국이라는 국가명은 ‘잉글랜드’의 한자어 표기다. 영국의 진짜 이름은 ‘대 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의 연합 왕국’이다. 브리튼 섬은 다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세 지방으로 나뉜다. 영국의 TV 아나운서들은 ‘영국’을 지칭할 때 반드시 ‘브리튼(Britain)’이나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om)’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잉글랜드’라는 표현은 자칫하면 ‘영국식 지역감정’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일랜드 지방과의 안 좋은 감정은 제쳐놓고서라도 스코틀랜드나 웨일스의 지역감정 또한 만만치 않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언어가 달라 잉글랜드에서 배운 영어로는 스코틀랜드에서 사용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하니 이건 한 국가라고 보기에도 민망하다. 그만큼 다른 문화와 전통,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 스코틀랜드라고 이해하면 된다.

-에든버러, 변화무쌍한 날씨에 먼저 취하다



에든버러(Edinburgh)는 바로 그 스코틀랜드의 수도다. 영화 <해리포터>의 무대이기도 했던 런던 북부의 킹스 크로스(KIng’s Cross) 역에서 기차를 타고 피터버러, 요크, 뉴캐슬 등을 지나 5시간 넘게 한참을 북쪽으로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다. 차창 밖으로 드넓은 잔디밭과 그 위에서 풀을 뜯는 양떼가 처음에는 정겹게, 나중에는 지겹도록 보이고 나면 영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 뉴캐슬을 지나면 구릉과 산이 나타나고 제법 산세가 험해지면 스코틀랜드다.

에딘버러에 도착한 후 바람으로 인해 정신없던 주변을 수습하고 나면 언덕 위로 거대한 성과 타운이 먼저 눈에 띤다. 에딘버러 성과 구시가지다. 성은 따로 있지만 올드타운을 형성하던 건물들이 언덕 위로 그대로 남아 전체가 성처럼 당당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구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에든버러의 중심 프린세스 거리다. 프린세스 거리에 의해 에든버러는 남북으로 나뉘며 남쪽이 바로 구시가지에 속한다.

남북은 철도 위를 가로지르는 노스브리지나 웨이벌리 브리지, 더 마운드를 통해 연결된다. 대부분의 이방인들은 에딘버러 중앙역, 웨이벌리 역(Waverley Station)에서 나오면 프린세스 거리와 조우하게 된다. 프린세스 거리는 에든버러의 가장 번화가로 쇼핑센터와 편의시설 등이 잔뜩 들어서 있다.

-에든버러성과 홀리루드하우스 궁전



에든버러성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때는 8월 에든버러 페스트벌이 열릴 때이다. 밀리터리 타투 퍼레이드가 성 앞에서 열려 화려한 모습을 재현한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은 어디에서나 에든버러 시가지가 잘 내려다보이는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 로열 마일을 통해 성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프린세스 거리에서는 로열 마일 반대편으로 성에 오르기 위한 산책길(등산로)을 별도로 내놨다. 여기서 바라보는 성의 다양한 모습도 볼거리다.

로열 마일 상단에 에든버러 성이 있다면 하단엔 홀리루드하우스 궁전(Holyroodhouse Palace)이 있다. 전형적인 성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이곳은 지금도 여왕이 스코틀랜드를 방문하면 거쳐하는 곳이라고 하니 그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왕은 매년 5, 7월 스코틀랜드에 방문하며 그밖에 국가의식과 공식행사도 열린다. 여왕이 머물지 않을 때는 연중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화려한 프랑스식 궁전양식이 잘 어우러져 있는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비운의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재위1542~67년)의 거처였다는 점이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의 갈등과 카톨릭과 개신교의 종교적 갈등이 첨예하던 시기 여왕의 자리에 올라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 메리의 많은 유물이 성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궁전 뒤로는 ‘아서왕의 의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바위가 있고 궁 주변에는 작은 언덕과 호수를 낀 산책길, 공원 등이 있다. 성과 여왕의 갤러리 입장료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구와 신, 남과 북을 가르는 프린세스 거리



프린세스 거리에는 가볼만한 곳도 많다. 시대별로 유럽의 미술 작품을 전시해놓은 국립 스코틀랜드 갤러리, 스코틀랜드의 세익스피어로 통하는 월터 스콧을 기념하는 기념탑과 벨모럴 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더 마운드 거리에 위치한 국립 스코틀랜드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Scotland)는 15~19세기 영국 화가들과 전 유럽의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벨라스케스, 라파엘로, 틴토레토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무엇보다도 입장료가 공짜라서 부담없이 들려볼 수 있다. 오픈 시간은 월~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일요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스콧 기념탑은 에든버러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접하는 조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가 월터 스콧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총 높이 60m에 한다. 월터 스콧은 총 27부, 70권에 달하는 ‘웨이벌리 소설’ 시리즈의 작가로 그 중 ‘아이반호’가 유명하다. 기념탑이 들어선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에든버러 중심가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여행의 중심지는 구시가지, 로열 마일부터 찾아라

에든버러 여행의 중심지는 12세기부터 형성된 구시가지다. 숙소를 구시가지(Old Town) 안에 구했다면 신시가지 쪽으로 내려올 사이도 없이 구시가지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그만큼 에든버러 대부분의 관광명소는 구시가지 안에 위치해 있다. 프린세스 거리에서 구시가지 안으로 들어설 때면 마치 내가 기사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로 구시가지는 그 풍모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무수한 침략에 맞서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일까. 시가지 자체가 하나의 성이다.

구시가지 여행의 중심에는 에든버러 성과 지금도 여왕이 방문하면 머무는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을 연결하는 로열 마일(Royal Mile)이 있다. 이름처럼 왕가 전용도로였던 이곳은 과거의 영광을 말해주듯 에든버러의 호화로운 옛 건축물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로열마일의 상단은 에든버러 성이 차지하고 있다. 에든버러의 상징이기도 한 이 성은 군사적 요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도시를 지키던 역할 뿐 아니라 왕의 거처, 교도소, 군대 등의 다양한 요소로 사용됐다.

ㅁ 추천쇼핑아이템

스코틀랜드의 명물 스카치 위스키는 빼놓을 수 없는 쇼핑 아이템. 스카치 위스키 박물관 숍에서의 시바스리갈 700㎖ 1병이 22.75파운드, 발렌타인 12년산 700㎖는 21.95파운드다. 면세점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차이도 별반 다를 게 없지만 그래도 본고장에서 구입했다는 프리미엄을 생각한다면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가장 인기있는 쇼핑 품목은 사실 위스키 보다도 캐쉬미어다. 스코틀랜드는 캐쉬미어의 본고장으로 양질의 캐쉬미어로 짜여진 목도리, 쉐타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50파운드면 목도리 2개 정도 구입은 기본. 대중적인 선물로는 스코틀랜드산 비스켓이나 스카치 버터 캔디 등이 대표적인 쇼핑 용품이다.


사진=Travie photographer 나명선 naphoter@hanmail.net
취재협조=내일여행 www.naeiltour.co.kr, 영국정부관광청 www.visitbritain.co.kr, ACP레일 인터내셔널 www.acpr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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