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강은 모랫벌로 빛나는데
삼봉은 석양을 이끌며 저녁노을을 드리우네
신선은 배를 대고 길게 뻗은 푸른 절벽에 올라
별빛 달빛으로 너울대는 금빛 물결 보러 기다리네”

퇴계 선생도 푹 빠진 수상관광의 백미

단양군 매포읍 도담리 강 한가운데 솟아오른 세 개의 봉우리를 일컫는 도담삼봉은 퇴계가 직접 지정한 단양팔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힌다. 반짝이는 물결 위로 장군봉을 사이에 두고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첩봉과 다소곳이 돌아앉은 처봉이 빚어내는 비경은 수백 년이 흐르도록 그대로였고, 지난 여름 폭우로 불어난 물에 지붕까지 잠겼던 장군봉 중턱의 삼도정도 마무리 복구 공사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삼봉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는데 난데없이 ‘부아아아앙~’ 소리가 요란하다. 고개를 돌리자 관광객 서넛을 태운 모터보트 한 대가 흰 물거품을 뿜으며 삼봉 주위를 빙빙 돌다 장군봉과 처봉 사이를 쏜살같이 빠져나간다. 문득 퇴계 선생이 이 광경을 본다면 ‘점잖지 못하다’ 할까, ‘나도 한번 타 보마’ 할까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니 강 건너편 마을의 주황색과 파란색 지붕들, 삼봉 뒤쪽으로 놓인 현대식 다리와 산 너머 고층 아파트 단지도 세월의 흐름을 보여 주고 있었다.

도담삼봉을 등지고 남한강을 따라 차로 5분쯤 달리면 단양시내로 접어든다. 옛 단양이 충주다목적댐 건설로 물에 잠긴 뒤 새롭게 세워진 신단양이다. 이곳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충주호의 월악나루까지 두시간 정도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단양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뱃놀이는 잠시 미뤄 두는 게 좋다. 시내 외곽에서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단양팔경의 제2경인 사인암과 상선암(제4경), 중선암(제5경), 하선암(제6경)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인암은 하늘을 향해 깎아지른 듯 치솟은 70m 높이의 기암절벽이다. 고려시대 학자인 역동 우탁(1263~1342)이 사인 벼슬을 지낼 당시 즐겨 찾아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인 암벽과 그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조천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이곳에는 우탁 선생뿐 아니라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를 비롯한 수많은 선비들이 풍류를 즐긴 흔적이 남아 있다. 암벽과 바위 곳곳에서 옛 선비들의 호나 바둑판 등을 새긴 암각들이 세월과 함께 풍화되고 있었다.

산기슭으로 난 36번 국도를 따라 남한강을 끼고 제천 방면으로 차를 달리면 장회나루에 이른다. 본격적인 뱃놀이는 이곳 장회나루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옥색의 잔잔한 수면을 가르며 선착장으로 들어서는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이 흥겹다. 선상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으면 단양팔경의 백미로 불리는 구담봉과 옥순봉 그리고 이름 모를 기암괴석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멀어진다. 강가에 병풍처럼 굽이굽이 펼쳐진 계곡들은 여름 내 빛 바랜 초록 옷을 벗고 알록달록한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다. 10월 중순쯤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 잔잔한 수면 위로 마치 불이 붙은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선상에서 맞는 일몰도 일품이다. 수면 위로 반짝이는 꼬리를 드리우며 해가 뉘엿뉘엿 지는 풍경은 바라만 봐도 마음이 고요해진다.

★충주호 관광선 단풍 뱃놀이

단풍이 흐드러진 산 속의 뱃길을 따라 충주호 유람선에 몸을 맡기면 올 가을 신선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충주호에서 신단양까지 53km의 뱃길을 안내하는 관광선은 월악-청풍-장회-신단양 코스와 월악-충주 코스, 장회-청풍 왕복의 3개 관광 코스를 운영한다. 043-851-5771~4

충주호 선착장: 충주댐에서 대략 1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며 댐을 정면에서 바라보아 좌측으로 나 있는 벚꽃 길로 진입하면 된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 충주 공용버스터미널에서 301번 버스를 이용한다.

★월악 선착장

충주에서 단양 방면 36번 국도를 타고 월악산으로 향하다 보면 월악산 입구에 못 미처 좌측에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월악 선착장이 있다.

청풍명월의 본향 제천

충북 일대는 예로부터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 하여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제천은 청풍호반과 월악산 국립공원이 만나는 ‘청풍명월의 본향(本鄕)’이다. 수경분수가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청풍호 주변에는 청풍문화재단지, 제천 수상아트홀 그리고 <태조왕건>, <해신> 등을 찍은 드라마 촬영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청풍호 산마루에 자리잡은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에 흩어져 있던 문화재와 유적들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놓은 작은 민속마을이다. 한벽루, 금남루, 팔영각, 청풍향교 등 보물과 지방 문화재, 생활 유물 등을 볼 수 있다. 금수산 드라이브코스를 따라 차로 가거나 유람선을 타고 청풍나루에 내리면 걸어서 청풍문화재단지를 방문할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및 군인의 경우 2,000원, 어린이 1,000원.

국내 유일의 솟대테마공원인 능강솟대문화공간은 금수산 자락의 숨겨진 명소다. 이곳에선 솟대 조각가 윤영호(61)씨가 지난 20여 년간 작업한 솟대 작품 300여 점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솟대란 고조선 시대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긴 장대 위에 새 모양으로 깎은 나무나 돌을 올려 마을 입구에 세워 놓던 전통 조형물을 말한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도로변에 위치한 전시관 입구 나무 계단 양쪽에도 정겨운 솟대들이 제일 먼저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그런데 전시관 안과 뒤뜰, 야생화 산책로 곳곳에 서 있는 솟대들 중에 같은 모습은 하나도 없다. 윤영호씨는 “나무를 인위적으로 깎는 대신 자연에서 구한 소재를 원래 모습 그대로 살려 만든 것이라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야생화 단지 내에 자리잡고 있어 솟대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꽃과 나비들도 함께 관찰할 수 있다. 043-653-6160

★청풍랜드 번지점프장

청풍나루 맞은편 청풍랜드에서는 탁 트인 호수를 바라보며 짜릿한 번지점프를 즐길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62m 높이의 번지점프대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조여 온다. 2인용과 3인용 점프대가 있어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번지점프 3만5,000원, 빅스윙 1만8,000원, 이젝션시트 2만원. www.bigbungee.com

오감을 행복하게 하는 여행지 - 충주

잇!” “크허!” 충주 호암동 택견전수관 앞 잔디에서 스무 살 동갑내기 이현진군과 이승희군이 한판 맞서기를 벌이고 있다. 건들건들 깐죽거리면서 한동안 서로를 탐색하다가 이현진군이 먼저 시원하게 원을 그리며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춤사위마냥 부드럽게 움직이다 순식간에 용수철처럼 솟구쳐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4살부터 6년째 택견을 배우고 있다는 이현진군은 “평생 수련을 해서 택견 국가 이수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현재 택견 국가 이수자는 국내에 20명밖에 없다. 12살 때 택견을 시작해 28살에 국가 이수자가 된 신종근씨는 “택견은 부드러움 속에서 강함이 나오는 외유내강의 무예”라며 “전세계 어디에도 택견만한 무술이 없다”고 자랑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택견은 우리 민족의 흥망과 운명을 함께해 온 고유의 전통무예다. 신라시대에는 화랑도로 삼국통일의 근간이 됐고, 고구려 때는 무과시험의 정규 과목으로 채택될 만큼 장려됐다고 한다. 조선시대와 일제시대를 거치며 거의 자취를 감출 뻔한 택견은 고 신한승 선생이 최초로 체계화하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충주는 그가 주로 활동했던 곳이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 1998년 충주에 세워진 택견전수관은 택견의 원형 보존과 전수를 위한 택견인들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아직 일반 관람객을 위한 상설 시범단은 없지만 주중 오전에 누구나 무료로 생활 택견을 배울 수 있다. 충주 세계무술축제에서도 택견 시범과 강좌가 선보인다. 수련 시간은 오전 6시~7시. 043-850-7304

★사과서리 No! - 장선 사과마을에서 마음껏 따 먹자

충주 사과는 충주댐을 낀 내륙산간의 지형적 조건으로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유명하다. 서울 청계천의 사과나무도 충주시에서 기증한 것이다. 충주시가 공식 ‘사과마을’로 지정한 장선 마을에서 당당하게 사과 서리, 아니 사과 따기 체험을 해보자. 사과 밭이 밀집해 있는 농원단지인 장선 마을에서는 10월이면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붉은 사과를 볼 수 있다. 주변 경관이 좋아 풍요로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맛있고 모양 좋은 충주 사과를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 → 제천 방면 38번 국도 → 충주 방면 19번 국도, 하영교차로 → 동량 방면 → 금성 방면 → 장선 사과마을

★여행의 피로는 온천욕으로 말끔히

수안보 온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용출 온천수로 유명하다. 지하 250m에서 용출되는 수온 53도, 산도 8.3의 약 알카리성 온천 원액으로 인체에 이로운 각종 광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원적외선이 방출되며 각종 무기질을 함유해 인체에 유익한 단순 유황리듐 온천이다. 043-846-3605

지하 600m 깊이에서 용출되는 광천수로 미량의 탄산이 함유되어 있는 앙성 온천. 탄산 성분이 모세혈관을 자극하고 확장시켜 주는 작용을 해 혈압이 내려가고 심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043-855-7336

월악산, 조령산, 수주팔봉 중앙에 위치해 수질이 좋기로 이름난 유황 온천수를 사용하는 문강 온천도 있다. 043-848-5115

★꿩 먹고 알 먹기? - 수안보의 명물 꿩 요리

수안보에 가면 꿩 요리로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자. 꿩은 대표적인 야생 조류로 예부터 궁중에서 약용, 식용으로 애용돼 왔다.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꿩 요리는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리 방법과 부위에 따라 육회, 생채, 꼬치, 불고기, 만두, 수제비 등으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2인 기준 코스에 5만원부터. 대장군식당 043-846-1757


글 사진 = Travie writer 김재은 2ruth@naver.com
취재협조 - 충북북부권 관광협의회
정리 = 신중숙 기자 mybes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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