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동백꽃이 전하는 섬의 겨울



누구라도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거문도 사건’으로 유명한 거문도는 역사적인 사실 때문이 아니라도 특유의 멋으로 뭍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어떤 곳은 멋진 글에서보다 혹은 사진에서보다 직접 그곳에 갔을 때 더 큰 감동이 따르는데, 거문도도 그렇다. 남해의 바닷바람과 그 바람이 전해주는 온기,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식물들과 풍토가 서울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뒤흔들어 놓는다.

-하늘이 더 파란 하얀등대

클거(巨)와 글월문(文), 섬도(島) 이뤄진 이름은 거문도 사건과 관련이 깊다. 큰 섬 세 개로 이뤄졌다고 오랫동안 그저 삼도로 불리다가, 거문도 사건 때 이곳에 온 청나라 북양대신 정여창이 당시 삼도 주민들과 필담을 나누던 중 해박함에 놀라 붙여준 이름이었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리, 남해의 대표 항구도시 가운데 하나인 여수에 속해 있는 거문도는 여수항에서 배로 약 2시간 거리이다. 바다는 상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운항 스케줄은 그 때 그 때 변동이 있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대체로 하루 2회 운항된다. 여수출발은 고려개발(061-662-1144) 거문도사랑호가 아침 7시40분에, 청해진해운(061-663-2824)의 오가고호가 1시40분에 각 출발한다. 거문도에서 뭍으로 돌아오는 배는 오가고호가 오전 9시40분에, 거문도사랑호가 오후 4시40분에 각각 운항된다.

거문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거문도등대, 불탄봉·보로봉, 영국군묘지, 수월교, 유림해수욕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산행으로 등대까지 걸어갈 수 있다. 바닷가 마을을 지나 30분쯤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로에 이르면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등 아찔한 낭떠러지로 이뤄진 해안절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드디어 산책로 방향으로 등대가 보인다. 카키색 바다와 희뿌연 하늘과 어우러진 하얀 등대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아쉽다. 자연 그대로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루리안블루 빛깔의 하늘, 백묵처럼 하얀 등대, 잉크빛 같은 바다를 보고 싶어한다.

섬에서 뚝 떨어진 봉우리에 오르면 바람 방향에 따라 한쪽은 후텁지근하고, 다른 한쪽은 시원한데, 때에 따라 달라진다. 어찌됐든 눈앞에 펼쳐진 탁 트인 풍경에 한참을 일어날 줄 모른다. 애써 잡아 놓은 호흡이 흐트러지기 전에 다시 산행을 잇는다. 신선바위를 지나면 곧 소원탑을 만나게 된다. 마치 돌로 된 너와를 쌓아놓은 듯 보인다. 좀 더 지나면 365계단을 만나게 된다. 계단이 정말 365개인가 싶어 새어 가며,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지만 제각기 다르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 어디쯤에서부터는 개수에 연연할 생각이 사라져 버린다.

드디어 보로봉 정상이다. 후텁지근한 기운 때문에 쉬이 지치는 듯 느껴졌다. 정상에 서니 사방이 두루 보인다. 저 멀리 커다란 어선들도, 수월교도 보인다. 어촌 마을풍경이 이런 것일까 하고 정겨운 마음이 든다. 산을 오르는 동안 땀이 흐르고 상쾌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사방을 둘러보는 낙도 어디에 비견할 바 못하다.

-거문도여행의 보너스 ‘백도’

거문도 등대에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해뜨는 방향으로 백도가 보인다. 상백도와 하백도를 포함해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루어진 국가명승지 7호인 이곳은 거문도에서 부정기적으로 유람선 이 출발하며 관람 소요 시간은 40분 정도이니 이왕에 거문도까지 왔다면 좀 더 욕심을 내어 백도 여행길을 나설 만하다.

백도라는 이름은 대략 100여개의 섬이 모여있어 백도라 하기도 하고, 100에서 하나가 모자란 99개여서, 일백 백(百)자에서 한 일(一)자가 빠진 백도(白島)라 하기도 한다. 매바위나 병풍바위가 있는 상백도와 옥황상제의 아들이 바위로 변했다는 서방바위, 각시바위, 거북바위 등이 있는 하백도는 곳곳에 기이한 모습으로 자리 잡아 관람객의 시선이 다른데로 돌아갈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백도는 생태계 파괴 방지를 위해 섬에 내릴 수 없어 배를 타고 돌아 보는 것만 허용된다. 또 날씨가 안 좋으면 배가 운항하지 않으니 그 자태를 본다는 것은 행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다. 날씨가 맑을 경우, 보통 하루 1회에서 3회 정도 운항한다.

-동백이 그득한 곳 ‘오동도’

거문도를 가기 위해 거치는 여수는 향일암, 돌산대교, 오동도 등의 관광지를 둘러 볼 수 있다. 특히 온 섬이 동백꽃으로 뒤덮인 오동도는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더욱 아름답다.

섬 전체를 덮고 있는 3000여 그루 동백나무는 이르면 10월부터 한두 송이씩 꽃이 피기 시작하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붉은 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2월 중순경에는 약 30%정도 개화되다가 3월 중순경에 절정을 이룬다. 섬 전체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탐방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고, 종합상가 횟집에서는 인근 남해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오동도 입구에서 섬 안으로 들어가는 교통수단으로는 동백열차를 비롯해 유람선, 모터보트 등도 있다. 유람선과 모터보트는 오동도 입구 선착장에서 출발해 오동 일대 해안의 아름다운 풍광과 병풍바위, 용굴, 지붕바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돌산대교, 향일암을 다니는 유람선도 있다.

취재협조〓여수시청 www.yeosu.go.kr (주)남해안투어 061-665-4477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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