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오도리 열정이 꿈틀대는 축제와 예술의 고장, 도쿠시마에 가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지 1시간40분 남짓. 바다 위에 비밀기지처럼 자리한 간사이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내려앉는다.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바다. 일본 혼슈 중앙의 간사이 여행은 바다와 함께 시작한다. 해안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오사카를 지나고 한신 대지진에 무너졌다 회생한 고베 다리도 스친다. 하얗고 긴 나루토대교를 건너자 울창한 숲이 나온다. 80%를 뒤덮은 산줄기 따라 섬 바람도 살랑 분다. 덕 많고 인심 좋은 도쿠시마(德島)와의 설레는 첫 만남이다.

-‘아와오도리’ 낮과 밤을 잊은 춤의 열정

시코쿠 섬 동쪽에 위치한 도쿠시마는 축제 마을이다. 이 이유를 알려면 아와오도리회관에 가야한다. 이 곳에서의 정열적인 축제 공연은 연내 식을 줄 모른다. 아와오도리 공연을 직접 보기위해 일본 전역에서 관광객들도 도쿠시마를 찾는다.

아와(阿波)는 도쿠시마의 옛말이고 오도리는 춤이라는 뜻. 아와오도리는 ‘도쿠시마의 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매년 오봉절을 기점으로 8월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도쿠시마는 낮과 밤이 없이 아와오도리 축제 속으로 빠져든다. 아와오도리회관에서는 매일 4~5차례 연중 공연이 펼쳐진다. 회관은 도쿠시마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유명세와 달리 공연에 등장한 아와오도리 춤동작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5분만 배워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 피리, 북, 샤미센 등 반복적인 가락에 맞춰 팔을 어깨 위로 들어올린 채 쉬지 않고 흔들면 된다. 얏또사 얏또사 흥을 돋우는 추임새와 함께 수십 명이 일제히 춤사위를 펼치는 데, 남자의 춤은 낮은 자세로 박자가 빨라질수록 힘이 넘친다. 우아하면서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여자들의 춤은 가장 볼 만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은 공연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재미있게도 아와오도리의 노래는 “춤추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모두 바보다”라는 뜻이라고. 어차피 바보가 된다면 너와 나 할 것 없이 모두 어우러져 춤판을 벌여보자는 의미란다. 공연 중간 중간 직접 무대에 나와 춤을 배워보는 시간이 있다. 도쿠시마의 상징, 아와오도리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이 춤판에 빠지면 손해다. 이 순간만큼은 기분 좋은 바보가 되는 게 가장 현명하다.

이밖에 아와오도리회관 5층에는 도쿠시마 시의 상징인 비잔의 산정을 연결하는 로페웨이 산로쿠역이 있다. 맑은 날 오르면 시내 전경과 함께 멀리 바다와 어우러진 섬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개장-오전 9시~오후 5시(둘째 넷째 수요일 휴관)
★입장료-아와오도리 박물관 300엔, 낮 공연 500엔, 밤 공연 700엔.
★가는 방법-JR도쿠시마역에서 하차. 도보로 10분. (www.awaodori-kan.jp)

-오츠카국제미술관 … 상상 그 이상의 미술관

오츠카국제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세라믹 아트 뮤지엄’, ‘일본 최대의 미술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오츠카국제미술관의 1700여점의 명화는 모두 도판, 즉 도자기로 미세한 주름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오츠카국제미술관에서는 이러한 멘트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다음 작품 만져보시겠습니다”

오츠카제약그룹이 창립 75주년을 기념해 1998년에 설립한 오츠카국제미술관이 자리한 곳은 도쿠시마 나루토시. 특별히 나루토시에 위치한 이유를 물으니 오너의 의지란다. 오츠카그룹이 이 곳을 토대로 성장한 데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어떻게 세계적인 유명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을까. 마케팅을 담당하는 치요코 아사이 씨는 “전체 설립 비용의 2/3가 저작권료에 투자됐다”며 “종교단체 등과의 마찰을 조율하는 데 국제변호사만 20여명이 투입되기도 했다”고 전한다.

미술관은 지하 3층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관람하는 것이 좋다. 아래부터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근대, 현대 순으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전체를 관람하는 동안 작품 속 시간은 3000년 역사를 아우른다. 미술관 규모도 엄청나다. 맨 아래층부터 지상 2층까지 줄 관람루트를 따라 걸어가면 길이가 4km에 달해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입구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3층에 오르면 110개의 도판으로 완성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심판’을 가장 먼저 만난다. 이 거대한 작품을 사진에 담으려고 사람들이 자연스레 무릎을 꿇는 모습은 마치 경이로운 작품에 예를 표하는 듯 하다. 미술관은 개장 10년을 맞는 내년 4월까지 천장까지 이 작품을 모두 완성시킬 계획이란다.

봐야할 작품이 많다. 얀베르베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그 특유의 이마 주름까지 살려 눈길을 끌고, 전쟁으로 흩어진 엘그레코의 제단화도 복원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은 복원 전과 후 작품을 동시에 볼 수도 있어 특별하다.

지상 1층 중앙에 자리한 피카소의 ‘게르니카’도 외부전시가 불가능한 이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미술관측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사진 촬영은 원칙적으로 안 되지만 사람이 사진에 들어가면 가능하다.

★추천 - 지하 3층 기념품 가게에서 한국어 설명이 있는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하면 주요 작품(100여점)과 더욱 깊이 있는 만남이 가능하다. 대여료 500엔.

-‘아이조메’ 쪽빛에 여심이 물든다

‘쪽’을 아는지. ‘쪽(籃)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靑出於藍)’는 유명한 사자성어에 등장하는 그 쪽이 이 쪽이다. 아이조메는 쪽으로 남색 물을 들이는 천연 염색을 한 도쿠시마의 특산품. 도쿠시마공예촌에서는 이 쪽물 염색을 직접 해볼 수 있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공예촌. 체험장에 들어서니 먼저 흰 손수건부터 나눠준다. 완성품 중 한 가지 모양을 정해 이에 따라 고무줄로 묶거나 나무에 꾀며 손수건을 가지런히 접는다. 다음은 염색. 천연 쪽물 향료에 담궜다 빼기를 3번, 깨끗하게 빨아 손수건을 펴니 멋스러운 별이 새겨져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주기에 좋은 선물이다. 염색 체험은 입관료 300엔에 재료비(손수건) 500엔이 든다.

공예촌 본관에서 비파(琵琶, 일본어 비와)의 애달픈 가락이 울려 퍼진다. 사무라이가 싸움터로 나갈 때 연회를 했던 장소라는데 세월이 흘러 공연을 위한 자리로 변했다. 일본 비파 명인 15 중 한 명인 고바야시 다카꼬 씨를 여기에서 만났다. 고바야시 씨는 “60~70년대 세대들에게 추억의 악기로 기억되는 게 안타깝다”며 애절한 단가를 들려줬다. 매달 첫 주 월요일에 방문하면 입관료 만으로 연주를 듣고 마차도 맛볼 수 있다.

★개장 - 오전 9시~오후 5시(화요일 휴관)
★입장료 - 어른 300엔, 학생 200엔 (재료비 별도)
★가는 방법 - JR도쿠시마역에서 하차, 버스를 타고 히가시나카토미역 하차. 도보로 5분.

-나루토의 소용돌이

도쿠시마에는 소용돌이 치는 바다 위를 걷는 이색 체험이 있다. 세토나이해와 태평양 물길이 만나는 나루토해협은 조수 차가 1.3m로 수 없이 많은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나루토 소용돌이 쇼는 나루토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보거나 관조선을 타고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다. 소용돌이가 왕성한 오전 11시~3시 사이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다리 위를 걷는 우즈노미치도 인기. 사람이 뛰어내려 자살을 하면 2시간 정도 소용돌이가 잠잠해진다는 전설도 전해져오고 있다고. 입장료 성인 500엔, 중·고생 400엔 정도.

사진 = Travie photographer 최병기
취재협조=간사이광역연휴협의회 서울사무소 02-319-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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