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가을 햇빛을 머금은 도시의 풍경은 차분하고 단정하다. 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강의 풍경과 노면 전차가 오가는 이색적인 거리, 그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선 안정되고 진득한 생활의 활기가 풍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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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윤경 기자 hahny@traveltimes.co.kr
사진〓Travie photographer 나명선 naphoter@hanmail.net
취재협조=JLS 02-734-6656, 히로시마현 www.pref.jirosjima.jp, 에히메현www.prdf.ehim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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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廣島縣 - 히로시마현

히로시마(廣島)를 향해 떠나면서 머릿속을 온통 채우던 도시의 이미지는 전쟁과 원폭이었다. 그리고 그 고정 이미지에서 파생된 숱한 슬로건과 캠페인 또한 그 당시 심정 어지러운 정치적 관계까지 들추어 올리면서 마음을 뒤숭숭하게 했다. 아무리 피해 가고 싶어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있듯이 히로시마는 그 역사적인 의미로 인해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지닌 도시가 되었다.

히로시마는 일본 주고쿠(中國)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강과 그 강을 넘나드는 다리들로 인해 풍광이 아름답고 깨끗한 물의 도시이다. 여섯 개의 하천이 도시 전체를 흐르고 있고, 그 강의 흐름처럼 완만하게 평화의 이미지가 온 도시를 휘돌아 감싸고 있다. 너무도 그악스러운 체험을 지나왔기에 그 땅에 흐르는 평화가 더욱 더 절실하게 빛나는지도 모른다. 삼각주 지형에 지반이 약해 지하철을 건설할 수 없었던 이유로 노면 전차가 발달했다.

히로시마 하면 노면 전차의 박물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히로시마의 거리를 달리는 노면 전차의 종류는 100여 년 전 구형의 전차부터 최신식 수입 전차까지 다양하다. 그 밖에도 히로시마는 일본 전역에 자리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13곳 중 2곳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볼거리 또한 풍부한 고장이다.

★ 평화가 너무도 간절한 이유 - 평화기념공원*원폭 돔

히로시마 시내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평화기념공원은 1949년 히로시마가 평화기념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탄생하였다. 공원 초입에 평화기념자료관과 국제회의장이 있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널찍한 공원을 걸어 들어가면 위령탑과 평화의 횃불 그리고 각종 기념 조형물들이 자리해, 조용히 방문객을 맞이한다.

또한 공원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1996년 원폭으로 희생된 위령들의 진혼과 핵무기 폐기, 항구적인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원폭 돔이 자리해 있다. 앙상하게 철골을 드러내고 서 있는 당시 물산장려관이었던 건물은 철거와 보존을 두고 논란을 거듭한 끝에 평화의 필요성을 시각적으로 호소하는 이 도시의 상징물이 되었다.

공원 내의 각종 위령비들 속에서 우리의 시각을 끄는 것은 단연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이다.

1970년에 제작된 이 위령비는 전쟁 당시 히로시마에 거주했던 약 2만에 가까운 한국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현재 공원 내 혼가와 다리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공원 초입에 자리한 자료관을 들어서면 1945년 8월6일 8시15분, 피폭 순간에 멈춰선 시계를 배경으로 당시 피폭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각종 사진 자료와 재연물들이 전시돼 있어 말을 잊게 만든다. 시민이 그린 원폭 그림, 평화와 폭력에 관한 미술 작품 등과 유품 등도 있어 평화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다. 위령탑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을 지나 기념공원을 나오면 아직도 조마조마하게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코앞의 현안들이 불쑥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무거운 이슈들을 잊고 이 도시의 활기에 합류하고 싶다면 공원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번화가 혼도오리(本通) 거리를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겨 보자. 다양한 노면 전차가 거리를 오가고 사람들로 복잡한 거리는 도심의 분주함과 흥분을 그대로 전해 준다.

히로시마시 중심 약 2km에 걸쳐 늘어서 있는 상점가 거리인 혼도오리는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다양한 상점과 음식점, 미용실과 서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이 거리의 상점들은 연중 할인행사와 이벤트로 이목을 끌며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빈다. 학생에서 깔끔한 오피스 걸들, 눈에 확 들어오는 히로시마 멋쟁이들이 이 거리를 활보하며 쇼핑과 만남을 즐긴다.

평화기념공원 찾아가는 길 JR히로시마 역에서 약 20분 거리 개관시간 3월~11월 8:30~18:00(8월은 19:00 폐관) 휴관일 연말연시(12월29일~1월1일) 관람료 어른(대학생 이상) 개인은 50엔, 단체(30인 이상)는 40엔/ 초·중·고교생 개인은 30엔, 단체(20인 이상)는 무료

★ 첫사랑이 생각난다면 - 슈케이엔



케이엔(縮景園) 하고 말을 꺼내면 히로시마 사람들은 대부분 ‘아~ 첫사랑?’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히로시마의 선남선녀들이 그곳 슈케이엔에서 첫사랑의 만남, 첫 데이트를 즐겼기 때문이다. 그 어설프고 설레이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 사람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잠시 아련한 옛 추억에 젖어든다고.

중국 항저우의 서호를 본따 만들었다는 슈케이엔은 약 4만 평 규모의 땅에 조성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정원이지만 또한 군사적으로는 성의 역할도 해냈던 중요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히로시마의 한 지방 관리가 1620년경 별장의 정원으로 지은 것으로 이 정원 안에 수많은 경승지를 표현해 만들어 놓았다고. 연못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대략 8,000여 평, 연못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가 대략 1km 정도. 연못 위로 14개의 작은 다리들이 놓여 있어 유유자적한 산책을 가능하게 해준다. 여유롭게 전체를 산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중앙에 판 연못에는 잉어와 거북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노닐고 연못 안에는 크고 작은 섬이 다채롭게 자리하고 있다. 연못 주위를 따라 차 마시는 공간 등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어 재미를 준다. 더불어 매화, 벚꽃, 붓꽃 등 사계절 피는 꽃들로 인해 사시사철 아름답다.

나오는 길, 그림 같은 정원을 배경으로 전통혼례의식 차림의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을 만난다. 그들도 그곳에서 첫 데이트를 즐겼을까? 이제 무르익은 사랑의 결과물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슈케이엔의 은밀한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 찾아가는 길 = JR히로시마 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 개원시간 4월~9월9:00~18:00(10월~3월 9:00~17:00) 휴원일 12월29~1월3일 관람료 어른 개인은 250엔, 단체(20인 이상)는 200엔/ 대학생·고등학생 개인은 180엔, 단체(20인 이상)는 140엔/ 중학생·초등학생 개인은 120엔, 단체(20인 이상)는 100엔


+++++플러스 α+++++

-히로시마의 대표 먹거리들

히로시마의 최고 먹거리를 꼽으라면 단연 히로시마 굴이다. 에도시대부터 전해 오는 대표 특산품으로 풍부한 향과 맛으로 인기가 높다. 튀김, 탕 등 다채롭게 굴 요리를 즐기고 있으며 그 밖에도 정어리, 볼락, 가자미 등의 생선도 세토 내해에 인접한 히로시마의 대표 먹거리들로 꼽힌다.

굴 이외에도 송이버섯, 히로시마 청주 그리고 오코노미야끼가 인기이다. 건물 한 동이 모두 오코노미야끼를 팔 정도로 인기라고. 그중에서도 김치가 들어간 ‘원폭 오코노미야끼’가 인기 만점이다. 또한 히로시마의 대표 수종인 단풍의 잎사귀를 본따 만든 모미지만쥬는 그 달콤하고 단백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히로시마 특산품으로 여행 후에는 한 상자씩 사 들고 돌아가는 히로시마 대표 먹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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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ravie photographer 나명선 napho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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