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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8,000m가 넘는 14개의 고봉 중, 8개가 집중됐다는 네팔. 범인(凡人)으로서 감히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이 곳은 오랫동안 전문 산악인과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던 여행지였다. 하지만 바로 이 히말라야 때문에 ‘오지’, ‘극기와 수련의 장(場)’으로서의 네팔의 이미지가 확고하기도 했다. 세계 제일의 명산이니만큼 히말라야를 빼 놓고 네팔을 여행했다고 떠드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이다. 산악인을 능가하는 심신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손꼽히는 명소는 꼭 찾아본다는 여행자에게 히말라야를 손쉽게 여행하는 네 가지 방법.

글·사진=신중숙 기자 mybes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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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 경비행기를 타라!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하는 길. “경비행기에서는 꼭 오른쪽 창가에 앉으세요.” 가이드의 귀띔에 냉큼 자리를 잡고 앉는다. ‘위잉위잉’불안한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경비행기의 프로펠러 소리에 저도 모르게 안전벨트를 조여 맨다. 요상한 소리를 내며 하늘로 부양하는 30인승의 자그마한 비행기. 탁한 옥색의 물이 구불구불 좁은 평지를 아슬아슬하고 힘겹게 굽이쳐 흐르고 있는 강, 가뜩이나 작고 볼품없는 집들은 위로, 더 위로 올라갈수록 깨알만해진다. 땅에서 멀어질수록 카트만두 시내의 적나라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부우우웅’ 이내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린 작은 비행기, 서서히 고도를 높여 구름 위를 사뿐히 즈려 밟는다. 드디어 내 눈 가득 들어오는 광경은 구름인지, 산인지 분간조차 어려워 더욱 신비롭게만 보이는 히말라야의 설산(雪山). 옅은 구름이 깔린 히말라야의 한 산자락을 더 잘 보기위해 김 서린 창문에 철썩 들어붙는다. 구름과 안개에 휩싸인 설산에 넋 놓고 있다보면 어느새 착륙. 다시 같은 길을 반대방향으로 돌아오므로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왼쪽 자리를 사수할 것.

★ 둘 - 페와 호수에 산, 하늘, 구름 그리고 내가 있다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를 타면 20여분이 걸려 도착하는 포카라. 공항 입구 바로 너머로 보이는 히말라야의 설경을 만나는 순간부터 도시 카트만두와는 완전 딴판의 세계를 예감할 수 있다. 이 곳 포카라는 네팔 사람들도 신혼여행을 즐기기 위해 찾는 네팔 최고의 휴양 도시다. 포카라 여행의 백미는 바로 서너 명이 작은 보트에 올라타 페와 호수(Phewa Tal)를 유유히 노 저어 가며 마차푸차르를 비롯해 안나푸르나 1, 2, 3, 4봉까지 히말라야를 운치 있게 감상하는 것. 보트는 보통 1시간 정도 페와 호수를 떠 노니며 배 한척을 빌리는 데는 3~4달러 정도.

잔잔한 물결과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호수의 풍경을 감상하며 수평면을 가느다란 다리로 걸어가는 소금쟁이와 평행선을 이루면서 호수를 유영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고요함 속에 사색을 즐기다 호수를 배경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적나라한 모습에 미소를 머금으며 뱃놀이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다들 제각각의 18번을 낮게 읊조리게 된다. 수면 위로 그대로 투영된 하늘, 구름, 히말라야의 설봉들과 그 속에 멋지게 잠겨있는 우리의 작은 배 한척. ‘푸웅 푸웅 푸웅’ 노 젓는 소리 외에 세상은 온통 고요하다. 히말라야를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이 곳 페와 호수에 있었다.



★ 셋-히말라야 드디어 맨몸을 드러내다!

오늘의 일출 예상 시간은 새벽 6시25분. 새벽 5시부터 출발을 서두르는 고된 일정에 장난스런 볼멘소리들이 하나 둘 튀어 나온다. “해가 뜨는 것은 아주 잠깐이지만 일출을 맞으러 떠나는 그 과정이 진짜 재밌는 거예요”라는 가이드의 위로를 잠시 후 실감한다. 새까만 밤을 푸르게 물들이는 새벽 기운 속,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이 선명하다. 일출도 장관을 이룰 것만 같은 좋은 징조. 차를 타고 달려가며 새벽을 열고 하나 둘 삶의 현장으로 나오는 네팔 사람들의 모습과 구불구불 산길에서 맞는 파릇한 새벽의 어둠 속의 희미한 히말라야의 실루엣과 상쾌한 공기까지 이른 아침부터 가벼운 흥에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나 관광객들로 가득 메워진 사랑코트의 정상. 다행히 구름한점 없어 히말라야의 설산의 ‘알몸’을 마주한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가장 매혹적이고 가장 뾰족해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마차푸차레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해를 기다렸다. 마차푸차레는 시바신과 그의 부인 파르바티의 신혼 여행지라 하여 신성시 되는 산이며 산이 깎일 우려 때문에 원칙적으로도 입산금지 지역이기도 하다. 이윽고 마차푸차레의 뾰족한 봉우리가 붉어진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아침 해가 하이얀 설산을 붉게,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와 랑팡 산맥까지 인간이 쉽게 닿을 수 없는 험준하고 신비로운 설산을 정복해버린 앙큼한 아침 해의 장관에 넋을 놓는다. “4분 후면 출발합니다.” 비행시간 때문에 이어지는 가이드의 채근이 마냥 야속하기만 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오며 사랑코트에서는 발끝의 위험도 개의치 않고 아슬아슬한 곳의 끝까지 나와 사진을 찍으며 저 멀리 설산의 장관을 사진기에 담느라 여념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 산이 거기에 있었다.” 막연하기만 했던 그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사랑코트를 내려왔다.

★ 넷 - 운동 부족 기자 트레킹을 체험하다

평소 바쁜 업무를 핑계로 숨쉬기 운동 외에 움직이는 일체를 거부하던 ‘운동부족의 20대 후반 여성’에게 던져진 일정표. 그 중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것은 다름 아닌 ‘안나푸르나 미니트레킹’이라는 한 줄. 근거 없는 자신감과 귀차니즘의 복합적인 심리상태를 안고 인천에서 카트만두로,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그리고 포카라에서 또 좀솜(Jomsom)으로 길고 긴 여정을 거쳐 드디어 안나푸르나 ‘미니’ 트레킹 준비 완료.

사실 안나푸르나는 랑탕이나 에베레스트 지역에 비해 초보자에게 무난한 트레킹 코스를 갖추고 있으며 게다가 일행이 체험한 미니 트레킹은 그야말로 걱정하기도 민망할 정도. 안나푸르나 지역은 표고 1,000~3,000m급 구릉지대로서 고산병의 영향이 적어 노인, 아이들, 그리고 운동부족의 현대인이 천천히 히말라야를 흠뻑 느끼며 트레킹을 즐기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우리 일행은 2,713m의 좀솜에서 시작해 2,696m의 마르파 마을(Marpha Village)까지 왕복 5시간 정도의 미니 트레킹을 시작했다.

‘검은 강‘이라는 뜻의 칼리 건더키(Kali Gundaki)라는 탁한 옥빛 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드문드문 초라하지만 고즈넉해 운치가 넘치는 가옥과 열악한 초원을 유유히 노니며 풀을 뜯는 말을 비롯한 초원의 가축을 지나쳐 어느새 그야말로 ‘오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황량한 풍경도 만나게 된다. ‘달랑달랑’ ‘댕댕댕’ 들려오는 짐짝 나르는 노새와 조랑말의 행진에 발길을 멈춘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히말라야의 멋진 봉우리들과 산들이 만들어 내는 계곡의 사이, 바람에 흔들리는 아슬아슬해 보이는 출렁 다리, 연료로 쓰기 위해 말과 나귀의 배설물을 주워 담는 아낙네의 분주한 손놀림, 티베트 스타일의 스투파(탑)와, 모래언덕을 지나니 자그마한 마을 마르파 빌리지의 입구에 다다른다.

황무지 벌판을 가로질러 이렇게 예쁜 마을에 도착했다는 뿌듯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마을은 흰색의 집들로 소박하면서 아기자기해 그 만듦새가 마치 동화속의 마을을 연상시킨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수도원에 걸린 오색찬란한 천이 바람에 나부끼는 만국기처럼 낯선 이방인을 반갑게 맞아준다. 낯선 이를 피하지 않는 투명한 눈망울의 소년과 소녀들, 공동 빨래터에서 힘겹게 빨래를 하는 노파의 심드렁한 눈빛까지도 이 마을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간단히 네팔의 현지 음식인 달 밭 터르커리와 따끈한 밀크티로 요기를 하고 다시 리조트로.

우리의 발걸음과 반대 방향으로 부는 강한 바람과 마른 먼지에 점퍼와 머플러를 총 동원해 온 몸을 칭칭 동여맸다. 금세 날은 어둑해졌지만 우리를 감싸 안고 있는 닐기리와 안나푸르나, 그리고 다울라기리는 여전히 하얀 자태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평소 운동부족인 데다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지천에 ‘절경’이 가득해 남들은 5시간에 끝낸 트레킹을 6시간이 지나 끝마쳤지만 히말라야 트레킹의 맛배기만이라도 봤다는 그 뿌듯함과 내 손에 들린 ‘안나푸르나 등반 허가증’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플러스 α - 마운틴 플라이트 Mountain Flight<<<<<

하늘 위에서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즐기는 비행은 두말할 나위 없이 특별한 경험이다. 사실 히말라야의 고봉이 만들어 내는 환상의 파노라마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16인승 경비행기로 여행하는 마운틴 플라이트(Mountain Flight). 에베레스트(8,848m)를 비롯한 8,000m이상의 거봉(巨峯)들을 발아래에 두고 즐겨 볼 수 있다. 특히 건기에는 시야가 탁 트여 최적의 투어 환경을 만들어 낸다. 카트만두 공항을 출발해서 1시간 정도 비행 후 다시 되돌아오는 마운틴 플라이트는 카트만두 거리에서도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요금은 120달러에서 150달러로 비싼 편이지만 웅장한 히말라야를 발아래에 두고 더 가까이에서 즐겨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전 6시30분에 첫 비행기가 뜬 뒤 예약 상황에 따라 출발 시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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