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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400m의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카트만두 시내의 어디에서나 익숙한 광경은 매캐한 매연과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콩나물시루처럼 승객이 꽉 찬 크기가 제각각인 버스와 거리 곳곳에서 난장을 벌이는 노점상인들, 서로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이는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는 소와 이 복잡한 도시의 풍경에 무덤덤해진 사람들의 모습이다. 히말라야, 치트완, 네팔 사람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에 감복했다면 이 정신 산만하고 복잡하기만한 카트만두에 들어선 순간 숨이 턱턱 막히면서 ‘탈출’부터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카트만두 속으로 발을 들여놓아 보자. 이 도시에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네팔의 진짜 문화, 철학, 생과 사의 공존, 활기찬 사람, 다양한 재미,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흥미로운 발자취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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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신중숙 기자 mybest@traveltimes.co.kr
취재협조=한진관광 02-726-5500 www.kal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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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hupatinath ㅣ 적나라한 ‘죽음’, 고귀한 ‘새 생명’

‘가는 날이 장 날’이었다. 9개 행성의 움직임에 따라 연월일시를 정했다는 네팔력에 따라 파슈파티나트(Pashupatinath)를 방문했던 11월19일은 정말이지 운 좋게도 1년에 한 번 있다는 자뜨라(Jatra). 이 날이면 각 사원과 신전에는 죽은 자를 기리고 산자의 행복을 비는 네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사원의 입구와 통로는 한 두 걸음 떼기도 힘들만큼 많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명절이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는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사원에 몰려든 여자들의 원색적인 사리(Sari) 구경만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인파에 휩쓸려 보게 된 이색적인 광경. 강 건너편의 장작 위에 검게 ‘재’가 되어가고 있는 그 ‘무언가’. 힌두교의 최고신인 시바를 섬기는 파슈파티나트는 동시에 네팔 사람들의 화장터이기도 하다. 화장의 적나라한 광경을 볼 수 있는 모든 장소는 네팔 사람들과 수많은 관광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마침 새로운 시신 한 구가 엄숙히 화장대 가까이로 입장하고 있었다. 가만히 집중해서 ‘화장’의 의식을 지켜본다. 망자(亡者)의 아내일 것 같은 이의 처연한 흐느낌 소리가 강 건너편까지 서글픈 파동을 일으키며 가슴에 부딪혀 온다. 금빛 천에 싸여 자신의 몸을 활활 태울 장작의 주위를 빙빙 세 바퀴 돌려지는 망자의 육신. 반듯하게 눕힌 그를 칭칭 휘감고 있던 산자들이 바치는 꽃과 금빛 천이 성스러운 버그머티(Bagmati) 강으로 던져진다. 몸만을 가린 망자의 육신은 금방이라도 눈을 부비고 일어날 것처럼 생생하다.

애도의 표현으로 남겨진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 몸에 붉은 티카(Tika)를 정성스럽게 바르고 뿌린다. 망자의 두 발 끝에 자신의 이마를 맞닿게 한다. 영결의식이 끝나면 장작과 지푸라기를 쌓아 뜨거운 불덩어리를 시신의 몸속으로 넣는다. 죽음 앞에 숭고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일까. 아직도 들려오는 처량한 곡소리와 살과 나무와 지푸라기가 뒤섞여 타는 회색 연기에 생판 얼굴도 모르는 이의 죽음에 목이 멘다. 그렇게 2~4시간 정도 태워진 망자의 육신은 재가 되어 버그머티 강으로 흘려보낸다.

인도에 갠지스 강이 있다면 네팔에는 갠지스 강의 지류인 이 성스러운 강 버그머티가 있다. 한 쪽에서는 시신의 잿더미가 뿌려지고 또 한쪽에서는 그 물을 마시고 몸을 씻는다. 아마도 이런 모습에 생(生)과 사(死)가 하나 되어 흐르는 강이라는 말을 여실히 표현해주는 장면일 테다. 사원에서 돌아오는 길, 한 기념품 상점 앞에 자리를 잡고 갓 태어난 아기의 몸을 정성스럽게 만져주는 아낙네의 모습에 ‘죽음’과 ‘탄생’의 절묘한 엉킴과 혼돈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들의 인생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카트만두 중심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에는 살아있는 여신이 거처하는 쿠마리(Kumari) 사원이 있다.

옛날 옛적 카트만두 왕국에는 탈레주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신이 인간의 모습을 빌어 나타났다. 처음에는 그녀를 극진히 모시던 왕이 그녀를 범하려 하자 이에 분노한 여신은 끝내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던 국왕에게 여신은 자신의 분신을 두어 극진히 섬기라 명령했고 이때부터 네팔에서는 어린 여자아이를 뽑아 여신으로 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쿠마리는 대개 기초적인 분별력이 생기는 5~6세 여아 중에서 선발한다. 기본적으로 네왈리의 카스트에서 선발하며 성도 ‘석가모니’를 의미하는 ‘샤카’의 씨족에서만 선택한다. 경전에는 쿠마리가 되는 소녀의 몸은 보리수와 같고 허벅지는 사슴과 같고 눈꺼풀은 소와 같아야 하며 목은 고등 같아야 한다는 등 엄격한 외모에 대한 조건도 존재한다. 또 쿠마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두컴컴한 골방에 각종 가축의 잘린 머리와 함께 하루 동안 갇혀 지내야한다. 이 하루 동안 두려움에 울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 무사히 통과한 후에 비로소 여신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는 것. 쿠마리가 되면 매년 9월 인드라 자트라(Indra Jatra)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이 때 국왕이 가장 먼저 쿠마리에게 무릎을 꿇고 복을 기원하며 ‘섬김’을 맹세한다.

쿠마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몸에서 피가 나와서는 안 된다. 상처로 피가 한 방울만 흘러도 부정이 탔다고 여겨져 쿠마리 자격도 박탈당한다. 당연히 첫 생리가 시작되면 쿠마리로서의 생활은 끝이 나고 기존의 쿠마리는 평범한 소녀로 돌아가야 하지만 쿠마리였던 소녀는 가족과 남편을 죽게 만든다는 미신 때문에 일평생을 홀로 불행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쿠마리가 거처하는 사원에 들어가 여신을 만나러 왔음을 알리고 통에 약간의 돈을 넣었다. 카메라를 내려놓으라며 요란을 떨던 관리인이 셔터가 터지지 않을 안전한 환경임을 몇 번이고 확인한다. 그제야 짙은 화장을 하긴 했지만 앳되어 보이는 소녀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창문에 5초간 얼굴을 비추더니 ‘훽’ 들어가 버린다.

철통같은 감시도 그렇지만 어린 소녀가 안쓰러워 돌아서면서도 왠지 모를 아쉬움에 사원 앞에서 20루피에 판매되는 쿠마리의 사진을 구입했다.

“어떠세요 쿠마리 신을 보고나니, 쿠마리가 되고 싶지는 않으세요?”
가이드의 엉뚱한 질문에 다른 나라의 존중해야하는 ‘문화’의 일면이기는 하지만 쓴 웃음만 나온다. 최근 네팔 사회에서도 이 쿠마리를 내세우고 받드는 풍습이 ‘인권 침해’라는 논쟁이 일고 있다고 한다.

+++++플러스 α+++++

★항공 대한항공에서 인천~카트만두간 직항편을 내년 2월26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운항한다. 오전 10시20분 인천을 출발해 오후 2시30분에 카트만두에 도착한다. 기류로 인해 비행 시간에 차이가 있다. 인천에서 출발할 때는 7시간5분, 카트만두에서 돌아올 때는 5시간55분이 걸린다.

★네팔의 먹거리 다양한 기후를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야채나 과일이 풍부한 것도 네팔의 자랑 중 하나. 먹을거리도 다양한데, 네팔 음식은 인도음식과는 달리 향신료가 비교적 강하지 않고 매콤한 양념과 조리법이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국과 밥과 커리가 함께 나오는 네팔인들의 주식인 달 밭 따카리는 반드시 맛보자.

★화폐 루피(Rs)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환전할 수 없어 미국 달러로 가져간 뒤 현지 호텔이나 공항 시내의 환전소에서 재환전한다. 100달러 단위의 환전율이 좀더 이익이다. 보통 환전율은 1달러에 70루피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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