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은 분명 우리나라와 비슷한 뭔가가 있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화권에 속해 있어서일까? 아니면 두 나라 모두 일본의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다? 혹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함께 속해 있다는 동질감일까? 비슷한 친숙함을 지닌 타이완이지만 분명히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차이가 난다. 타이베이의 화려함과 함께 지우펀, 이란 지역의 순수함 속에서 타이완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지우펀, 이란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타이완 글·사진=황정일 기자 hji0324@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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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의 도시 지우펀에 빠져들다

타이완의 옛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우펀은 타이완 북부 타이베이현에 속한 지역으로, 타이베이 시내로부터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산골마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인 영화배우 양조위 주연의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지로 처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우펀은 아직까지 양조위보다도 우리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이름이다. 낯선 지우펀에서 타이완 전통의 진수를 체험해 본다.

말도 분명 다르고 문화도 차이가 나건만, 타이완은 친숙하다. 특히 지우펀은 처음 가 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고 친근한 뭔가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어서일까? 생소한 물건들과 음식들이 즐비하지만 지우펀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지역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물건들을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 속에서부터 이들과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지로 유명한 지우펀은 본래 금광이 많이 나는 광산지대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일제의 지배를 받는 동안 일본이 금광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최대의 번화가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타이완의 목적지 중 하나이며, 일본인 여행객들에게는 타이완을 여행할 때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 1순위로 인식되는 곳이 바로 지우펀이다.

역사 속에서 최대의 번화가를 지냈던 만큼 지우펀에는 타이완의 전통미가 깃든 기념품과 대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통 음식, 유흥업소 들이 한데 어우러져 타이완 전통의 진수를 보여준다. ‘지우펀 옛 거리(老街)’로 불리는 이 지역은 총 870m에 달하는 큰 규모의 단지 안에 타이완 제1호 극장을 비롯해 지금은 전통 찻집으로 자리 잡은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지, 각종 기념품 판매점 및 음식점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현재 타이완의 제1호 극장은 폐쇄돼 외관만 남았지만 아득한 옛 정취를 가득 담고 있으며, 비정성시의 촬영지인 ‘아메이(阿妹) 찻집’에서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주인공의 발자취에 흠뻑 빠져볼 수도 있다. ‘오카리나’로 알려져 있는 ‘도자기피리(陶笛)’도 방문객들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주인이 직접 연주하는 소리에 홀려 발길을 멈추고 아름다운 선율에 빠져들다가, 이내 아기자기한 오카리나 하나를 골라 쇼핑백에 담고 만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보험장세계(保險場世界)’라는 콘돔 판매점도 자리하고 있어 타이완의 개방적인 성 문화도 접할 수 있다. 다양한 테마의 선물용 콘돔들을 모아두고 젊은이들을 이끌고 있어 이색적이다. 특히 젊은 여성층의 이용이 많다는 주인의 얘기에 놀라고, 실제로 구경하는 동안 몇몇 여성들이 오가는 모습에 다시금 놀랐다. 막대사탕 모양, 여권 모양 등 귀엽고 깜찍한 포장들이 지우펀에 온다면 놓치지 말아야할 볼거리다.

주위의 신기함에 빠져 길 끝부분에 다다르면 이제야 지우펀이 높은 고산지역임을 알게 된다. ‘거팅(隔頂)’이라 불리는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타이완에서 산등성이와 함께 바다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해서인지 그 감동이 더 크다. 산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조화에 빠져들어 잠시나마 말을 잃고 바라보기만 한다.

지우펀 옛 거리는 이 지역뿐만 아니라 타이베이 시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만큼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기도 하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사람들로 좁은 길이 가득 차기 때문에 차라리 한적한 주중에 오는 편이 편할 거란다. 각 상점마다 다르지만 평일에는 보통 오전 10시쯤부터 저녁 6시 정도까지, 주말에는 저녁 9시 정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가까워진 이란에서 전통예술을 맛보다

온천으로 유명한 이란(宜蘭)현에서도 타이완의 옛 정취를 흠뻑 맛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란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타이베이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산길을 돌아돌아 3~4시간을 이동해야 했지만, 이제는 쉐산쉐다오라는 해저터널을 이용해 1시간이면 닿을 수 있게 됐다. 쉐산쉐다오는 지난 6월12일에 완공돼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이에 따라 이란 지역 관광이 한층 편리하게 됐다.

쉐산쉐다오는 총 길이 200킬로미터의 긴 해저터널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특히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하는 곳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터널의 온도가 섭씨 3000도까지 상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안전운전이 가장 우선시되는 곳이기도 하다. 터널 내부에 환풍 시설 및 비상구, 공중전화 등이 일정한 간격마다 마련돼 있는 것도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란현의 첫 인상은 우리나라의 시골 풍경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산도 많고 논밭도 많고 건물은 적고... 그래서인지 여름방학 때 놀러온 시골집인 듯한 편안함과 설렘을 느낀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면 수학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깥 풍경에 잠시 눈을 팔고 있다 보면, 어릴 적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던 기억이 흐릿하게 겹쳐진다.

옛 추억에 빠지게 하는 것이 이란현의 매력일까? 그래서인지 이란에서도 타이완의 옛 모습을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란전통예술센터에서는 타이완 전 지역의 옛 모습을 담아두고, 각 지역의 전통 예술을 한 자리에 모아 많은 볼거리를 준다. 그 중에서도 일제시대 때의 타이완의 모습을 재현해 둔 거리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당시 건물양식과 상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거리거리마다, 상점마다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또 상점마다 들어서 있는 전통 기념품들을 구경하기에도 정신이 없다. 이곳에서도 도자기 피리, 전통 의상, 전통 공연에 필요한 장신구 등 쉽게 볼 수 없는 물건들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다. 게다가 시간을 정해두고 수공예품 제작 등을 견학하고 체험할 수도 있어 시간을 잘만 맞추면 이색적인 즐거움을 안고 돌아갈 수 있다.

중심부에 다다르면 소원을 빌 수 있는 사원도 있다. 일반적인 사찰이 아니라 사당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저마다 향을 피우고 절을 하며 행복을 기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 주기적이지는 않아도 타이완 각 지역의 전통 공연을 실제로 펼치기도 한다. 공연을 위한 전용 건물도 있지만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이 더 인기라고.

이란에 위치한 타이완희극관도 타이완의 옛 모습을 인형으로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타이완희극관은 영화에서 봐 왔던 경극, 인형극 등을 한 자리에 모은 곳이다. 공연에 필요한 의상, 탈, 인형 등을 전시해 두고 시간에 맞춰 무대인형극도 펼치면서 사람들에게 타이완의 전통을 알리고 있다. 무대극, 경극 등의 설명을 통해 진수를 알아내고 제작과정 등을 접해 마치 극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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