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사람, 도시, 그리고 문화를 만든다.’미국의 서부개척시대, 서쪽으로 서쪽으로 끝없이 가던 개척자들이 마지막으로 발길을 멈춘 곳. 풍요로운 숲, 웅장한 산맥, 강과 바다, 아름다운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영화 ‘7인의 신부’의 무대. 자연 속에 자리잡은 미국의 33번째 주 오리건(Oregon). 그리고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는 찾기 어려운 여유로움이 흐르는 오리건 주의 대표도시가 바로 포틀랜드(Portlan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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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한정훈 기자 hahn@traveltimes.co.kr
취재협조〓포틀랜드관광청 www.travelportland.com
오리건관광청 www.traveloregon.com 노스웨스트항공 02-73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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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브릿지의 도시 ‘포틀랜드’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나무를 사용한다. 오리건주에 전나무가 얼마나 많을까? 오리건주의 나무만 팔아도 미국이 10년간 먹고 살 수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도심에서 가까운 교외에 나가 조금만 산속으로 들어가도 마치 원시림 속 깊은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잔디도 유명하다. 한국의 올림픽 스타디움의 잔디도 이곳에서 수출한 것이라고 한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 길가에 깔린 산딸기가 잡초 취급을 받고 있다. 산속에서는 송이도 난다. 물론 이 곳의 자연자원이 처음부터 풍요로웠던 이유도 있지만 이를 보존하고 유지하려는 주민들의 노력도 각별했다. 콜라 캔 하나에도 환경보증금이 붙고 소유한 대지에 나무를 심으면 세금을 1/3까지 감면해 주는 등 정책적인 노력도 한몫했다.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자전거 길이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포틀랜드하면 강과 다리를 빼놓을 수가 없다. 250만년 된 컬럼비아 강은 캐나다 록키산맥에서부터 태평양 바다까지 유유히 흐른다. 포틀랜드 도심을 흐르는 컬럼비아 강의 지류인 월라메트(Willamette)강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바다와 인접해 있고 수심이 깊은 강을 둔 덕분에 포틀랜드는 태평양 전쟁 때 조선정비소로 큰 역할을 했다. 강 위에 설치된 유서 깊은 9개의 다리는 대부분 선박이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개폐식 다리로 각각 개성이 넘친다. 그중 가장 명물은 호손(Hawthorne) 브릿지로 다리 중간의 한 섹션이 통째로 올려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 옆의 번사이드(Burnside) 브릿지 밑에는 주말마다 새터데이 마켓(Saturday market)이 열린다. 강가에는 주말을 맞아 조깅과 산책 그리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도심의 여유를 즐기고 번사이드 브리지에 열리는 새터데이 마켓에서 개성이 넘치는 상품들을 구경한다. 각종 수공예품, 그림, 사진, 인테리어소품부터 먹거리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시내에서는 맥스(MAX)라고 불리는 전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둘러보기에 편리하다.

-나지막한 건물들의 개성 있고 여유로운 분위기 선사

포틀랜드는 LA 다음으로 큰 장미축제가 열리는 장미의 도시이기도 하다. 포틀랜드에 자리한 ‘인터내셔널 로즈 테스트 가든’에는 모든 종류의 장미가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는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들이 틈틈이 나와 취미로 장미 농사를 짓고 품종개량을 한다. 매년 컨테스트를 열어 우량품종은 별도의 재배지에 전시하고 있다. 이곳엔 장미 정원뿐만 아니라 동물원, 재패니즈가든, 세계산림박물관, 하이킹 코스 등이 광대한 면적에 걸쳐 조성돼 있어 포틀랜드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포틀랜드시는 매년 졸업반 여고생을 대상으로 장미의 여왕을 뽑는데. 학업, 미모, 사회봉사활동 등을 고려해 여왕으로 뽑힌 여학생은 자신의 이름을 로즈가든 한편에 새길 수 있는 명예스런 기회를 갖게 된다.

시내의 중심인 파이오니어 광장(Pioneer square)에는 점심시간이나 주말에 각종 공연들이 열린다. 빌딩 숲 가운데 있는 광장은 소리울림이 좋다. 덕분에 예전에 한국의 사물놀이패가 이곳에서 공연을 했을 때 그 가공할 음향에 시내가 한바탕 뒤집어졌다고 한다. 광장 한편에는 관광객을 위한 안내센터가 있는데 관광, 교통정보와 함께 20분짜리 관광안내영화도 상영하고 있다. 광장 위쪽엔 우산을 들고 있는 한 신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포틀랜드는 6~9월을 제외한 나머지 8개월간은 비가 자주 내려 비의 도시를 상징해 만들어진 동상인데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즐겨 찍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개성 있는 거리를 꼽자면 포틀랜드시 북서쪽에 위치한 노브 힐(Nob Hill)과 펄 디스트릭트(Pearl District)를 추천할 수 있다. 노브 힐은 편안한 이웃동네 같은 분위기에 길 양쪽으로 나지막한 건물들이 펼쳐져 있는데 각자 개성 있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곳엔 카페와 레스토랑부터 각종 액세서리와 만물상, 뮤직숍 등 다양한 가게가 많아 아이쇼핑만으로도 즐거운 곳이다. 여피족들이 저녁에 자주 모이는 펄 디스트릭트엔 제법 이름있는 고급 레스토랑들과 품격 있는 갤러리들이 모여 있다. 주말에 멋진 데이트를 꿈꾸는 젊은 남녀들을 보고 싶다면 다운타운에 위치한 US타워가 제격이다. 오리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이 건물의 전망대 바에선 스시 등 아시안 푸드까지 준비된 가벼운 안주거리와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다. 탁 트인 시내전경은 기본이고 젊은 남녀들의 들뜬 분위기도 엿볼 수 있어 재밌다.

숀 에구사의 가이드

이번 출장을 위해 운전부터 가이드까지 모든 스케줄의 총지휘를 맡은 오리건 관광청의 숀 에구사. 그는 특유의 여유와 자상한 배려 그리고 수준 있는 유머감각으로 빡빡한 일정을 즐겁게 이끌어 줬다. 아름다운 아내와 그를 쏙 빼닮은 아들 덕분에 부러움을 샀던 그가 안내한 포틀랜드 여행의 몇 가지 포인트를 엿보자.

★아침 커피는 필수

처음에는 미국의 손님대접이 익숙하지 않았다. 전날 마신 술로 까칠한 속에 새벽부터 한 사발의 커피를 권하는 숀의 친절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계속됐다. 하지만 나중에는 갓 볶은 걸죽한 커피의 중독성에 빠져 들어 자발적으로 모닝커피의 추종자가 돼 버렸다. 맛을 들이고 나면 그 구수함은 한국의 해장국과 비길 만하다. 숀의 단골집 중 하나인 Urban Grind Coffee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Coffee should be Black as Night, Hot as Hell, Strong as Love!”

★맥주의 도시

오리건에는 자체적으로 맥주를 만들어내는 브루어리가 많으며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자부할 만하다. 오리건에서 유명한 위드 미르라는 브랜드의 맥주는 필터링 안한 생맥주로 깊은 맛이 일품이다.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동네 브루어리 창가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잔의 맥주는 이국땅의 일상을 엿보는 여행자의 특권을 충족시켜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지식이 물린다면

양식이 지겹게 느껴져도 걱정은 없다. 포틀랜드에도 한식당은 있다. 순두부가 특기인 ‘호순이네’와 갈비 등 구이요리가 자랑인 ‘비원’을 찾으면 된다.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월남쌀국수 식당이나 스시, 캘리포니아롤 등을 파는 한국식 일식당도 적지 않다.


★오리건 가는 길

미국 서부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오리건주는 북쪽의 시애틀, 남쪽의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있다. 풍부한 자연환경으로 임업이 발달해 있으며 미국에서 10번째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주도는 세일럼(Salem)이지만 인구가 가장 많은 최대 도시는 단연 포틀랜드다.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고 연중 부슬부슬 비도 많이 내린다. 때문에 쾌청한 날씨를 자랑하는 6월에서 9월까지가 가장 여행의 적기다. 포틀랜드를 가려면 노스웨스트항공(02-732-1700 www.nw a.com/kr)을 이용하면 좋다. 일본을 경유해서 포틀랜드로 가거나 시애틀을 경유해서 포틀랜드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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