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어둡기에 축제는 더욱 화려하다



‘정월 보름, 달빛을 쫓아…’

고대 중국인들은 음력 1월15일, 한국으로 치면 정월대보름인 원소절(元宵節)이 되면 등불을 들고 귀신을 찾았다. 정월보름의 밝은 달빛이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귀신의 모습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밤이 어둡기에 등불은 화려하고 여기저기서 터뜨리는 폭죽소리에 신명이 난다. 타이완에서 등불축제가 시작되면 거리는 화려한 축제의 파도에 휩쓸린다.

타이완의 등불축제는 지역·문화별로 특색 있어 어느 한곳 빼놓을 수가 없다. 올해 첫 운행을 시작한 타이완 고속철도를 이용해 시간 안배를 잘한다면 타이완 등불축제를 모두 섭렵할 수 있다. 자, 이제부터 철도를 따라 타이완의 다양한 등불축제 현장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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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정은 기자 jung@traveltimes.co.kr
사진=Travie writer 김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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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또 화려하다 지아이현 등불축제

올해 타이완 등불축제의 중심이었던 지아이(嘉義)현의 등불축제는 여러모로 독특하고 새로웠다. 타이완의 천수이벤(陣水扁)총통이 방문해 점등의식을 가진 첫날, 세계 각국의 미디어와 관람객들이 모여들어 약 500만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타이완의 등불축제는 온 나라를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킨 듯 했다. 등불축제를 관람하러 타이완에 들른다면 개막식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축제장에는 타이완 국내외 저명한 예술단의 공연이 하루도 빠짐없이 열리지만, 개막공연이야 말로 타이완 예술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등불에 불을 켜는 본식에 앞서 열리는 용과 사자춤, 민속예술공연, 곡예공연, 사원의 제례의식은 도대체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이와 동시에 널리 울려 퍼지는 ‘둥둥둥’ 북소리는 비로소 내가 축제의 현장에 와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3…2‥1 점화! 일순간 조용해졌던 축제의 현장에 폭죽이 터지면서 거대한 멧돼지 형상이 정체를 밝혔다. 타이완 등불축제는 매년 그 해의 십이지신 형상을 본떠 메인 등불을 만드는데 올해는 특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지아이현의 기상을 표현했다는 멧돼지 등불의 높이는 성인 10명의 키를 훌쩍 넘고, 축제 담당자가 자랑스레 말하기를 멧돼지 등불에만 무려 4억원을 투자했다고 하니 이번 축제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법하다.

지아이현 등불축제장은 메인 등불인 멧돼지를 중심으로 용과 봉황, 사자, 잉어 등의 테마 등불로 꾸며졌으며, 중화권에서 새해의 복과 평안, 부유함 등을 기원하는 동물들을 형상화 한 등불들도 나뉘어 전시됐다. 메인 등불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등불에 소원쪽지를 매다는 기복(祈福)등불 구역, 남쪽에는 각 종교를 나타내는 등불 구역, 서쪽에는 타이완 전통등불과 놀이등불, 창작등불 등 총 7개의 테마로 나뉘어 수천 개의 등불이 빛나는 축제의 장은 어느 곳 하나 열과 성을 들이지 않은 곳이 없다.

귀신을 쫓는다는 폭죽과 불꽃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기간 중에는 매일 2회, 주말에는 4~5회를 매일같이 색색의 불꽃으로 밤하늘을 수놓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축제라면 맛있는 냄새를 가득 풍기는 먹거리 장터가 생명. 축제장 가운데에는 간이 야시장이 열려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대부분 30~35(타이완)달러사이의 먹을거리들이 즐비하다.

-아기자기한 사랑의 등불 카오슝 등불출제

지아이현의 화려함을 맛봤다면, 이제는 카오슝의 아기자기한 멋을 느낄 차례. 지아이역에서 고속철도를 타면 카오슝 주오잉(左營)역까지 약 36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티켓은 410(타이완)달러로 마음만 먹는다면 타이완 전 도시의 등불축제를 즐길 수 있다.

지아이현과는 또 다른 등불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아이허(愛河)가 흐르는 곳이다. 카오슝을 가로지르는 아이허 연안의 허삔(河濱)공원 안에서 아기자기한 등불들이 강변을 비춘다. 카오슝의 등불은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돼지의 해라 그런지 돼지모양 등불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지아이현보다 규모는 작지만, 더 섬세하고 앙증맞다. 아이허 주변의 마천루는 저녁마다 찬란한 조명으로 낭만적인 야경을 만들어내고, 이곳에 설치된 물 레이져 쇼와 불꽃놀이, 그리고 음악공연은 시민들에게도 관광객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이곳이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안성맞춤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강변에 늘어선 등불들도 낭만적이기 그지없다.

항구의 낭만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의 등불축제는 화려하다기보다 사랑스러운 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삔공원 주변에는 예쁜 노천카페들도 즐비하니 연인과 함께라면 이곳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염원으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다
-핑시 천등축제

핑시의 천등축제는 타이완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등불축제로 손꼽힌다. 산악지대에서 일하던 타이완의 옛사람들이 등불을 하늘로 띄어 올려 가족에게 안전을 알리는 데서 기원한 핑시 천등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원을 빌수록 장관을 만드는 축제다. 핑시 천등축제에서는 대형 등불에 소원을 쓰고 불을 올려 하늘로 띄우며 그 해의 평화와 행운을 기원한다. 사람들의 소원을 품은 천등이 타오르면서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밤이 어둡기에 더욱 아름답다
-사랑의 강‘아이허’

‘사랑의 시작도, 사랑의 끝도, 이루지 못할 사랑도 이곳에서’

카오슝 최대의 운하 아이허(愛河)는 이름 그대로 ‘사랑의 강’이다. 아이허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이 되면 주변에서 뿜어내는 빛으로 한층 빛나는 장소다. 등불축제가 시작되는 기간이면 운하를 따라 길게 늘어선 가로수길에도 등불이 걸려 그 운치를 뽐낸다.

타이완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라는 이곳에서는 누구나가 사진작가가 되는 모양이다. 연인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보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한창이다.

3년 전부터는 유람선도 운행해 50(타이완)달러면 배를 타고 아이허를 유람할 수 있다. 아이허는 원소절 등불축제뿐만 아니라 단오절 드래곤 보트축제에서도 주요 무대로 쓰이는 장소다.

-연인들의 단골코스‘시즈완’

타이완의 주요항구 시즈완(西子灣)은 어스름이 짙었을 때,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시즈완의 석양은 카오슝 팔경 중 하나로, 하늘이 붉게 물든 순간 바다로 향하는 선박을 바라보자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도 여기저기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부두에는 이 밤의 낭만을 즐기기 위한 연인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는다.

가까운 곳에 페리 선착장이 있어 야시장이나 기타 장소로 이동할 때 배 위에서 강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플러스 α+++++

★ 타이완 고속철도는 타이베이부터 카오슝(주오잉역)까지 타이완의 남북을 기존 4시간 이상에서 1시간30분 내로 단축시켜 연결한다. 특히 메인 축제장이었던 지아이현은 역과 축제장을 이은 차량을 운행해 편리한 이동을 가능케 했다. 고속철도를 이용해 타이베이 도심의 원소절과 지야이현의 화려한 축제, 카오슝의 아름다운 축제를 즐겨보자. www.thsrc.com.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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