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묵호항을 떠난 쾌속선은 오전 나절 내내 거친 파도와 씨름을 해대더니 이윽고 속력을 늦추기 시작한다. 저 멀리 한 점처럼 보이던 섬 하나가 눈 한가득 들어찰 즈음에야
그 섬이 바로 ‘울릉도’임을 알아챈다.

육지와 동떨어져 홀로 독야청정 신비로운 섬, 울릉도. 눈부신 햇살과 함께 수많은 갈매기들이 부둣가까지 마중 나와 관광객들을 환영하고, 자연 속의 섬 울릉도와의 첫 만남에 사람들도 모두 천진난만한 아이가 된 듯 입가에 순박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진초록 초목들로 뒤덮힌 절벽과 새파란 바다, 새하얀 뭉게구름이 한데 조화를 이루고
자연과 사람이 하나된 섬. 그 한 없는 매력 속으로 푹 빠져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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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사진〓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취재협조〓경상북도청, 울릉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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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을릉도로 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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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 유치환, '울릉도' 중



울릉도를 둘러보는 가장 쉽고도 효율적인 방법은 차량을 이용한 육로관광이다. 도동에서 출발해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일주하게 되는데, 섬목부터 내수전까지 미개설 구간이어서 섬 내부로 돌아가는 법 외에 현재로서는 완벽한 섬 일주는 힘든 형편이다.

-자동차 타고 울릉도 한 바퀴 돌기

울릉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는 기사 아저씨. 귀에 마이크폰을 걸어 단 것이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관광 가이드까지 겸하는 만능 기사 아저씨다. 울릉도에서는 관광 차량이든 택시든 모든 기사 분들이 관광 가이드까지 겸하고 있다고. “아, 이것 좀 보이소. 꼭 바위 모양이 사자 안 같소. 그렇제, 바로 이게 사자 바위 아니겄소.” 가는 곳마다 자세한 설명과 재미난 이야기까지 곁들여 주는 기사 아저씨의 구수하면서도 걸죽한 입담에 차 안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사자 바위, 거북이 바위, 곰 바위 등등 한참을 바위 설명을 하던 기사 아저씨. 갑자기 터널 앞에서 멈춰선다. 차가 밀리는 것도 아니요, 앞에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

“저 터널 앞에 신호등 좀 보소. 빨간불이제. 그럼 이렇게 서야 한당께. 아마도 터널 앞에 신호등이 있는 건 울릉도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 웬 신호등이냐. 잘 보이소. 터널이 1차선 아닙니까. 그러니 이렇게 신호등을 만들어야 사고가 없제. 옛날에 만들어진 터널들은 다 이렇지예. 또 보소. 아직까지 울릉도에 정식 도로가 없는기라. 어디 도로에 노란색 중앙선이 있는지. 만약 사고라도 나면 경찰이 자를 갖고 와 누가 더 중앙쪽에서 가차운지 잰다니까예.” 마지막 말에 차 안은 다시 웃음 바다가 된다. 진짜로 도로에는 중앙선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고, 간혹 지나가는 터널마다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게 마치 딴 나라에 온 듯 신기하기만 하다.

송곳산과 노인봉, 코끼리 바위, 현포마을 고분, 성불사, 향나무 군락지 등 신나게 설명하는 기사 아저씨를 따라 울릉도 여기저기를 가다 보니 울릉도가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울릉도의 산과 바다, 언덕, 그 위에 흩어진 산나물들이 모두 정겹게 다가올 무렵, 차는 한계령보다, 미시령보다 더 좁고 고불랑거리는 경사 높은 지대를 통과해 울릉도에서 가장 편편한 지역이라는 나리 분지에 닿았다.

사진에서 봤을 때, 나리 분지는 분명 푸른 융단처럼 깔린 넓은 초지였는데 비가 끊임없이 내리치는 그곳은 안개 바다였다. 울릉도에서 맑은 날을 보는 것은 1년에 60여 일도 채 안 된다고 하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울릉도 특산주인 씨껍데기동동주 한잔과 더덕 파전 한 점에 모두들 아쉬움을 달랜다. 아니, 근데 이 음식들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언제 아쉬워했었냐는 듯 모두들 독특한 울릉도의 맛에 취해 버렸다.

육로 관광은 현지 여행사를 통하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렌터카나 버스를 이용한 개별적인 관광도 가능하지만 기사분들이 설명해 주는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더 재미나고 알차다. 보통 섬 한 바퀴 도는 데 4시간 정도 걸리며, 나리 분지를 기점으로 왕복하는 코스다. 요금은 관광 버스 기준 1인 1만8,000원. 택시나 렌터카는 별도 문의.

++Tour Point

-울릉도의 신기한 해양 박물관! 현포해양박물관

현포리를 막 지나갈 때쯤 기사 아저씨가 “여기 박물관 좀 둘러보이소”하며 차를 멈춰 세운다. 눈을 돌려보니 현포해양박물관이라고 현판이 붙은 건물 앞이다. 2005년 문을 연 사립 박물관으로 화진포에 있는 해양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색색의 조가비 껍데기들이 벽에 빼곡히 들어찬 박물관 내부는 각종 조개류와 갑각류, 화석류, 박제 등 총 2만여 점의 해양 관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중에는 어린아이 만한 커다란 거인 조개 화석도 있다. 여기저기서 “대단하다”는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울릉도에 와서 이런 재미난 관람을 하게 될 줄이야.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은 무료이다. 054-791-5517



선택적으로 가볼 수 있는 또 다른 육로 관광 코스. 기사분이 별도로 가이드해 주는 코스는 아니지만 이곳까지 모두 섭렵해야 섬 일주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코스는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 개별 관광하는 것이 좋다.

-울릉도의 어업 전진기지 저동항

도동항이 울릉도 관문 역할을 맡고 있다면 저동항은 울릉도의 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울릉도 오징어 대부분이 이곳 저동항에서 취급되며 특히 울릉8경 중 하나인 저동어화(저동 야간 오징어배 불빛)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50톤급 테트라포트가 굳건히 쌓여 있는 방파제는 보기에도 무척 튼튼해 보인다. 방파제 초입에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 있는데, 바로 촛대바위이다. 촛대바위 위로 걸리는 일출이 장관이며 이 부근은 낚시터로 개발되어 있다. 긴 방파제를 따라가며 한낮의 여유로움을 느끼기에 좋은 곳. 끄트머리에 작고 아담한 등대 하나가 서 있다.

저동항 주변에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 관광 시설들이 여럿 들어서 있으며, 횟감 가격은 도동보다 조금 더 저렴한 수준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마지막 부분이 촬영된 곳이 바로 저동항이다.



-질 좋고 풍부한 물을 쏟아내는 봉래폭포

섬에서 가장 귀한 것을 꼽으라면 ‘물’을 빼놓을 수 없다. 울릉도는 섬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곳보다 물이 풍부한 곳이다. 하루 약 3,000톤 이상의 물을 쏟아내는 봉래폭포는 울릉도 주민들의 주 식수원이기도 하다.

봉래폭포까지 올라가는 길은 자연 삼림욕장으로 꾸며져 한층 운치를 더한다. 폭포까지는 약 15분 정도 걸리며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하며 트레킹하기 좋다. 성인봉 등반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라면 봉래폭포 산림욕 트레킹을 추천한다. 봉래폭포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주변 자연 환경까지 두루 살펴봐야 한다. 마치 원시림을 연상시키 듯 바위 틈새로 잔뜩 낀 이끼들과 자잘한 초목들이 우거져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내기 때문이다.

봉래폭포는 저동항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입장료는 어른 1,200원 어린이 600원(중·고교생 700원)산림욕장과 투막집, 천연에어콘 등 즐길거리들이 다양하다. 054-790-6422

-죽도와 섬목이 한눈에 내수전 일출 전망대

울릉도의 해맞이 명소. 울릉도 개척 당시 김내수라는 사람이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고 해서 내수전이라 불리운다.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 오르면 죽도와 섬목 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인즉, 바로 이 비경 탓이다. 더구나 오른편으로 눈을 돌리면 저동항이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면 저 멀리 성인봉이 손에 잡힐 듯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360℃ 어느 곳을 봐도 감탄을 내지르게 되는 기막힌 전망이다.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섬, 해안과 산이 모두 갖춰져 있으니 이곳에서 맞는 일출은 으뜸 중의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단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꽤 높기 때문에 마음 조급해 하지 말고 쉬엄쉬엄 주변 초목들을 감상하며 가는 것이 좋다.

++Tour Point
-여름에도 찬 바람을 내뿜는 풍혈

봉래폭포를 오르다 보면 ‘천연 에어콘’이라고 쓰인 유리문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동굴을 유리로 막아 방처럼 꾸민 이곳은 한여름에도 찬바람이 나온다는 풍혈이 있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땅 밑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찬 공기가 이곳 바위 틈을 통해 뿜어져 나온다.

더구나 이곳 내부 온도가 항상 4℃를 유지해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진다. 실제 풍혈 가까이에 서면 서늘한 바람이 쏟아져 나오는 게 느껴진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옛 주민들은 이곳을 음식이나 과일들을 보관하는 천연 냉장고로 사용했다고 하니, 울릉도 내에 이만한 명당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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