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속의 이탈리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루가노의 1박. 이른 아침 루가노 호수 주변 산책이 ‘아름다운 여행’을 만들어준다. 호주가 만들어 주는 아침의 신선함이 폐부 깊이 침투해 나의 온 몸을 가볍게 한다. 짧은 루가노의 1박을 뒤로 하고, 스위스의 진면목 속으로 ‘풍덩’하고 빠져들어야 한다. 다시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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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류한상 기자 ha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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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걱정은 NO!

빙하특급을 타기 위해 오늘을 기다렸다.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단어인가? ‘빙하특급’.
간밤에 시살피노를 타고 온 스위스 루가노에서 빙하특급을 타기 위해서는 3번의 기차를 타고 안데르마트까지 가야한다. 루가노-벨린쪼나-괴세넨-안데르마트-쿠어-취리히가 오늘의 일정이다. 이중 ‘안데르마트’에서 ‘쿠어’까지가 빙하특급을 타는 구간이다.

문제는 짐이다. 저 무거운 짐을 지고 몇 번이나 기차를 갈아타다 보면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지칠게 분명한데… 그러나 바로 그때 우리의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 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스위스트래블시스템’의 ‘패스트 러기지 서비스(Fast Luggage Servi
ce)’다. 스위스 전역 대부분의 열차 이용 시, 가능한 이 서비스는 출발역에서 목적지까지 짐을 보내면 최종 종착역에 가서 짐을 찾으면 되기 때문에 스위스 여행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다.

카메라와 중요 물건만을 들고 우리는 빙하특급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스위스의 낭만 빙하특급

20년도 더 된 어느 때,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되는 꿈을 꿔본 적이 있는가? 별이 반짝이는 우주 공간 속을,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꿈을 가져본 이에게 빙하특급은 또 다른 우주 공간과도 같은 곳이다.

눈 속을 헤치며 나가는 빙하특급의 넓은 창을 통해 보는 광경은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다. 이를 어찌 설명하면 좋을까? 절로 고민이 된다. 넒은 창으로 햇볕이 내리쬐고, 창밖으로는 하얀 눈 세상이 가득 펼쳐진다. 그곳에서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가 창을 넘어 전해지는 듯 하다.

빙하특급은 체르마트에서 생모리츠까지의 전 구간을 타게 되면 7시간30분 가량이 소요되는 관광열차로서 스위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빼놓지 않고 타봐야 하는 열차다. 탑승하게 되면 291개의 다리와 91개의 터널을 통과하고 해발고도가 2000미터를 넘는 곳까지 지나며 스위스의 멋진 풍경을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상상을 시작해보자.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산 사이를 붉은 색의, 큰 창문을 가진 멋진 열차가 항해를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잠시 후 와인과 함께 열차에서 즐기는 점심은 분위기를 한껏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이게 바로 여행이었구나!’



-4계절스키, 가능하다고요?

티틀리스에 올랐던 때는 3월 중순. 하지만 몸이 날아갈 듯한 바람 때문에 미친 듯이 추웠던 때라면 상상이 가능할까? 하지만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바로 그곳에서 사람들은 스키와 보드를 즐기고 있었다. 한 여름에도 정상 부근의 슬로프에선 스키가 가능해 연중 스키와 보드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티틀리스다.

티틀리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곤돌라를 세 번 갈아타야만 도착할 수 있다. 크고 작은 곤돌라가 정차하는 곳마다 스키어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오르고 내리면서 곤돌라는 이내 만원이 되고 만다.

정상에 올라, 밖으로 나갔더니 거짓말 아주 약간을 보태 정말 눈을 뜰 없을 정도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스키를 메고 오르는 스키어와 보더들의 눈은 그야말로 초롱초롱. 천국에 오르는 듯한 표정이다.

이곳 스위스에서는 기차를 타면 쉽게 만나는 광경 중의 하나가 바로 스키나 보드화를 신은 채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다. 워낙 겨울 스포츠가 발달한 이곳에서는 집에서 나서면서 스키신발을 신고 스키와 보드를 들고 기차를 타는 경우가 흔하다. 굳이 갈아입을 옷이며 신발들을 챙기지 않아도 겨울 스포츠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티틀리스 정상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저녁 캔들라이트 디너도 가능해 분위기를 잡고 싶은 연인이나 부부들에게도 적당하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아시아 식당의 음식은 그 맛이 일품이니, 오르기 전 배를 채우는 일은 금하는 것이 좋다.

+++++플러스 α+++++

-루체른 기차역에서 만난 미국인 여행자

이른 아침에 만난 이들을 보며, ‘여행’의 또 다른 맛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눈에 익은 헐리우드 의상을 입고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조용하던 루체른 역의 아침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아직 아침 9시30분밖에 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이들의 손에는 맥주병이 들려 있었으니, ‘혹시 해장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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