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L이 아닐까? City Night Train은 그야말로 밤기차다. 간이침대를 이용할 수 있는 객실에서 자고 나면 다음날 아침, 목적지에 짠! 하고 도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유럽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이동수단 중의 하나다. 물론 비행기를 타면 시간은 절약되겠지만 밤기차의 낭만을 겪어보지 않고서 유럽여행의 맛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아닐까? 우리 일행도 밤기차를 타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 취리히 역 지하 슈퍼에 들렀다.

글·사진〓류한상 기자 han@traveltimes.co.kr
취재협조〓레일유럽 02-3789-6110 / www.raileurope-korea.com



-유럽 여행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종류별 맥주와 안주, 치즈, 그리고 몇몇 음료 등 아직 기차를 타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뿌듯한 것은 왜일까? 기차에 오르면 일단 짐들을 잘 보관하고 다음에는 간단한 세면과 양치를 하면 된다.

드디어 4명 모두의 세면의식이 끝나고 밤기차의 낭만을 만끽할 때다. 물론 한 콤파트먼트에 일행이 모두 머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또 혼자 여행할 때는 낯선 외국인들과 함께 머물기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혼자 수줍어 할 필요는 없다.

콤파트먼트가 낯선 여행자를 친구로 만들어준다면, 밤기차는 친구 이상의 정을 나누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 잔 술에 얼큰히 취해, 잠을 청하자 흔들리는 기차가 요람처럼 느껴진다. 단, 국경을 지날 때 여권검사를 위해 일어나야 할 때가 있으니, 여권은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하고 자면 편리하다.

CNL은 등급별로 나눠져 있어, 원하는 사양에 따라 이용이 가능하다. 2인실은 마치 작은 호텔 객실과도 같은 아늑한 분위기다.



-욕심을 버린 4시간

지난 밤 8시 44분 취리히에서 출발한 CNL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56분. 꼬박 하룻밤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다시 프랑스 파리로 가는 기차는 12시 56분. 주어진 시간은 단지 4시간. 암스테르담역 버거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가볍게 산책길에 나선다. 암스테르담의 상징이 돼버린 홍등가에는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속옷을 입은 여성들이 호객을 하고 있고, 노천카페에는 커피와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거리를 오가며 사람 구경, 거리 구경에 심취한다. 잠시 들른 기념품 가게에서 몇몇 기념품들을 사고, 3월의 햇살이 따사로워지기 시작할 무렵 다시 역으로 향했다.

-아! 세느강이여~

‘파리’하면 떠오르는 몇몇 것들은 에펠탑, 세느강, 몽마르트 언덕, 루브르·오르세 박물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파리의 밤‘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는 어떤 답이 나올 수 있을까?

세느강 유람선, ‘바또 파리지엥’은 파리의 밤을 보여주는 최고의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꼭 권하고 싶다. 파리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반나절이라면 ‘바또 파리지엥’을 꼭, 꼭 타야만 한다고.

에펠탑 인근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약 2시간30분가량 세느강을 따라 파리의 밤 풍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환상적인 저녁식사가 제공되고, 가수의 샹송과 음악이 분위기를 돋워준다. 물론 와인이 빠질 리 없다.

디너크루즈는 총 세 종류로 나눠져 있는데, 각각 좌석과 음식의 차이에 따라 95, 120, 140유로의 가격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급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파리의 밤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들면 결코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는 가격이다. 순서에 따라 제공되는 요리와 와인이 아니라면, 자칫 마주 앉아 있는 혹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이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파리의 밤은 아름답다. 그래서 다시 한번 충고하건데, 와인을 조금만 마시기를….

★마지막 기차, 탈리스!

암스테르담 산책을 마치고 처음, 여행을 시작했던 파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파리로 돌아가기 위해 타야하는 기차는 탈리스(Thalys).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그리고 벨기에를 잇는 특급열차 탈리스는 보다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진한 자주빛이 섞인 외부와 인테리어의 탈리스는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파리에 도착하기 전, 열차 내에서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가하면 마치 기내처럼 식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보다 편리한 이동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파리 북역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4시간 9분. 벨기에를 거쳐 프랑스에 도착하는 이 기차가 바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 기차다.

기차는 여행자에게 또 다른 자유를 선사한다. 책을 읽기도 하고, 잠을 자기고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카드게임을 하기도 한다. 무엇을 하든지 방해할 일도, 방해받을 일도 없이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하기에 적당하다. 특히나 현지의 멋진 풍경이 인쇄된 엽서 한 장에 사연을 적어 보내기에 기차만한 곳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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