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짱짱한 주말 아침,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다.밀려드는 졸음과 게으름도 다 물리치고 집 밖으로 나선 당신.
‘어디로 갈까?’고민이 된다면 하루나절 나들이로 안성맞춤인 경기도 ‘안성’을 추천한다. 가까워서 좋고, 볼거리 많아 좋고, 먹거리 푸짐해 좋은 웰빙 여행지, 안성. 4월 마지막 주말, 한국관광공사 ‘구석구석 찾아가기’이벤트 참가자들과 함께 흥겨운 안성 나들이를 다녀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글·사진=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
-안성 여행 첫걸음 안성맞춤박물관
안성이 처음인 이들이라면 안성맞춤박물관을 첫 코스로 잡는 게 좋다. 박물관에는 유기와 장터뿐 아니라 안성의 과거와 현재를 훑어볼 수 있는 역사적인 유물과 모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안성과의 첫 만남 장소로 손색이 없다.‘첫 코스부터 웬 박물관이람’하며 지루한 표정을 짓던 참가자들도 막상 박물관에 들어서니 이것저것 호기심이 가득한 모습이다. 1층 유기 전시실부터 2층 농업 역사실과 향토사료실까지 꼼꼼히 둘러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때론 감탄사를 터뜨려 가며 안성과 좀더 친해진 듯하다. 관람객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건 역시 안성표 유기 명품들.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은은한 빛을 발하는 유기 명품들을 보니 ‘안성 유기’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안성맞춤박물관을 방문하면 반드시 2층까지 두루 둘러봐야 한다. 박물관 2층 전시실을 옛 장터처럼 재현해 놓아 좀더 생생하게 옛 역사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덤으로 처마 끝에 달린 채소 묶음이나 벽면에 그려진 장터 그림들이 좋은 포토존이 되어 준다.
관람시간은 하절기(3~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2월)는 오후 5시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휴관). 입장료는 어른 500원, 미성년자는 무료. 6월24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안성의 근·현대를 가다’특별전이 열린다. 031-676-4352~3
-토요일마다 펼쳐지는 전통의 향연 : 태평무전수관
공짜 공연이라고 허술하겠거니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수백 회의 해외 공연을 통해 한국 춤을 널리 알리고 기량을 인정받아 온 강선영 무용단이 매주 무대에 올라 전통무용의 진수를 보여 준다. 더구나 무용단을 이끄는 강선영 단장은 민속무용의 대가인 한성준 선생에게 전수받은 태평무 보유자. 많은 사람들에게 태평무와 한국 춤을 알리고, 또 전통무용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고향인 안성에 이 같은 상설 무대를 마련했다.
이날 공연에는 태평무를 시작으로 향발무와 부채춤, 무당춤, 미얄할미, 북춤 등 다채로운 무대들이 펼쳐져 관람객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받았다. 화려한 의상 속에 숨겨진 섬세한 발짓과 우아한 자태, 긴장감 넘치는 춤사위에 모두들 흠뻑 빠져 버렸는지 간간이 넋을 잃은 표정이다. 처음에는 심드렁하던 아이들도 무대가 끝날 즈음이 되니 되려 아쉬워한다. 돈을 내고 봐도 전혀 아깝지 않을 멋진 무대에, 아마도 우리 전통무용이 이렇게 아름답고 볼 만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 값진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토요상설무대 4~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무료 관람. 400명 가량 동시 관람이 가능하며 단체 관람이 경우에는 미리 예약을 받는다. 15인승 차량 제공도 가능하다. 031-676-0141, 02-747-0185
-얼쑤! 어깨춤이 저절로 들썩인다 : 안성 남사당전수관
남사당 풍물놀이는 안성 최고의 전통놀이로 최근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왕의 남자>의 줄타기 공연을 포함해 풍물놀이, 덧뵈기, 안성 박첨지 놀음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흥겨운 거리들이 풍부하다.
안성 남사당전수관 야외공연장에서는 토요일마다 신명나는 난장 한판이 펼쳐지며 매회 좌석을 꽉꽉 채울 만큼 인기가 높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됐을까 싶은 꼬마 어름산이(줄타는 사람)가 3m 정도 높이 줄 위를 능숙하게 왔다갔다 한다. 때로는 뒤로 걷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서기도하고, 무릎으로 기어가기도 하면서 기예를 선보일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줄타기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얼쑤!” 하는 장단에 맞춰 신명나는 풍물 놀이가 시작되고, 경쾌하면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정겨운 리듬에 어른도 아이도 모두 흥에 겨웠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남사당 놀이에 푹 빠진 이들. 어둠 속을 밝히는 건 공연장을 비추는 조명 불빛만이 아니다. 늦은 밤까지 자리를 뜰 줄 모르는 관객들의 눈빛도 반짝반짝, 초저녁 떠오른 초승달마저 달뜨게 만든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6시30분 두 차례 펼쳐지며(6월16일~8월17일은 밤공연만 운영) 관람은 무료다. 오후 4시30분부터는 어린이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참가비는 1만2,000원. 031-678-2931/ www.남사당놀이.kr
★ 고향집 어머니의 장맛 - 서일농원
웰빙 여행지를 자처하는 안성의 대표적인 공간. 어머니의 손맛이 떠올리게 하는 푸근한 고향집 같은 이곳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우리 장맛을 일구어내는 ‘느림의 미학’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살포시 기왓장이 얹어진 돌담장 안쪽에 이천 개가 넘는 옹기들이 나란히 줄을 맞춰 익어 가기를 기다리고, 다른 한 켠에는 하얗게 꽃을 피워낸 배꽃 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디선지 풍겨 나오는 구수하면서도 고소한 내음이 사람들 발걸음을 이끈다. 마침 배도 출출한 게 한 상 가득 차려 나오는 각종 나물들과 무침, 젓갈들이 산해진미 못지않게 푸짐하게만 보인다. 여기에 두툼하게 부쳐 나오는 녹두전까지. 청정 무공해 웰빙 식탁이 따로 없다. 정성스런 마음이 가득 배어 있는 장맛에 감동하고, 몸 속 깊이 스미는 여유로움에 두 배 감동한다. 031-673-3171
www.seoilfarm.com
ⓒ 여행신문(www.traveltimes.co.kr)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