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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를 찾아서…

고풍스런 골목을 얼마 걷지 않아 독특한 분위기의 여관이 눈에 띈다. 그렇다!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 배경이 된 ‘가나구야 (金具屋)’료칸 이다. 온천 주인장인 ‘유바바’ 할머니가 당장이라도 나를 반길 것만 같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건물외관은 왠지 모르게 신비함마저 느껴진다.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가오나시’도 어느새 나의 산책길에 동행할 것만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매니아라면 한번쯤 센과 치히로의 흔적을 찾아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Traviest 민현경
취재협조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www.jnto.or.kr
야마노우치마치 www.info-yamanouchi.net

-입맛대로 즐기는 유다나카 시부 온천마을

지진의 재앙과 온천의 축복이 공존하는 일본. 일본에서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아마도 온천이 아닐까 싶다. 하물며 원숭이들마저 느긋하게 노천욕을 즐기는 이 마을은 다양한 효능과 질 좋은 온천수로 일본 내에서도 버금가는 온천 명소이다.

많은 온천장이 마을 곳곳에 산재해 있고 편하게 이용 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여느 온천 지역보다도 게다(일본 전통 나막신)를 끄는 유카타 차림의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에도시대(1603~1867)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풍스런 거리에는 108개의 호텔과 료칸(전통여관)이 모여 있다. 돌바닥의 고즈넉한 골목을 걷다 보면 1,30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과거로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천국의 나무>라는 국내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고풍스런 골목을 얼마 걷지 않아 독특한 분위기의 여관이 눈에 띈다. 그렇다!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 배경이 된 ‘가나구야 료칸’이다. 온천 주인장인 ‘유바바’ 할머니가 당장이라도 나를 반길 것만 같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건물 외관은 왠지 모르게 신비함마저 느껴진다.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 ‘가오나시’도 어느새 나의 산책길에 동행할 것만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니아라면 한번쯤 센과 치히로의 흔적을 찾아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

-9개의 온천순례 데누구이(巡浴祈願)

유다나카의 료칸 대부분에는 노천온천과 실내온천이 잘 갖추어져 있어 숙소 안의 온천만 즐기기에도 충분하지만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목욕 용품을 챙겨들고 온천 순례에 나서 본다. ‘온천을 돌며 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의 ‘데누구이(巡浴祈願)’는 수건을 들고 9개의 온천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곳에서 꼭 해봐야 할 것 중 하나다. 숙소에 준비된 유카타로 갈아입고 게다를 끌고 나오니 ‘또각또각’ 게다 소리가 골목 안에 가득 찬다. 상냥한 인사말이 오고간다. 온천마다 부인병, 피부병, 신경통 등 각기 다른 효능을 가지고 있으니 모두 돌아볼 요량이 아니라도 자신의 몸에 맞는 온천을 찾아다니며 즐겨 보자.

숙소인 고쿠야를 나서자마자 1번 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노천은 아니고 아주 작은 대중탕 같은 느낌의 실내엔 아무도 없다. 한쪽 발부터 살짝 담궈 본다. “앗! 뜨거!” 왠지 강력한 효능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꾹 참고, 깊숙이 몸을 담궜다. 몸에 좋다는데 이 정도쯤이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의 온천수는 천연 그대로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찬물을 틀어 탕의 온도를 맞춰야 한단다. 자칫 데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 무지의 소치로 내 피부는 벌겋게 익어 버렸다.

좁은 골목 안에 숨은 온천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즐거움, 데누구이에 차곡차곡 찍히는 스탬프도 왠지 뿌듯하다. 그 스탬프를 모두 채운 데누구이 수건을 신사에 바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고쿠야’에서의 저녁식사

숙소인 ‘고쿠야 (古久屋)’로 돌아오니 전통식의 맛깔스런 저녁상이 준비되어있다. 한국음식을 너무나 좋아하는 400년 된 ‘고쿠야(古久屋)’의 16대 주인인 ‘다나카’씨는 직접 만든 김치와 비디오를 보고 독학했다는 된장찌개까지 선보이며 구수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샤브샤브와 된장찌개, 미소시루가 함께 한 저녁식사는 더할 나위 없이 친근하다.


- 지옥계곡 야생원숭이 온천

삼나무가 빽빽한 오솔길을 따라 유코유강의 상류쪽으로 오르다 보면 굉음을 내며 솟구치는 물기둥과 마주한다. 시가고원 아래쪽,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이곳은 시부온천의 섭씨 90도에 이르는 원천수이다. 굉음과 함께 솟구치는 광경이 마치 지옥 같다하여 붙혀진 이름이 지고쿠타니 (지옥온천).

250여 마리의 야생 일본 원숭들이 서식하는 이곳은 시가고원 스키장의 명성 훨씬 이전부터 유명해진 곳이다. 500엔을 내고 야생원숭이 공원으로 들어서니 물밖으로 머리만 빼꼼 내놓고 있는 코믹한 모습의 원숭이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천하태평이 따로없구나.

숲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야생원숭이들을 가까이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데 사람마냥 온천까지 하는 원숭이라니!!! 말을 걸면 마치 대답이라도 할 것 같다.

“반갑소! 온천은 어떠하오?”
“피로가 싹 풀리지. 온천 맛에 길들이면 헤어나 올수가 없다네”
“처음 이곳은 어떻게 알게 된 게요?”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산속을 헤매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곳을 발견했지. 한발을 담궈보니 뜨끈한 기운에 꽁꽁 언몸이 한 순간에 풀리더군. 아하 ! 이래서 사람들이 온천욕을 하는가 싶었지. 무리녀석들이 하나둘씩 나를 따라서 온천을 애용하게 되었네. 그때부터 모두들 온천삼매경에 빠져버렸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전용탕까지 지어주니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럽다네.”

“잠시 사진 한 장 찍어가도 되겠소?”

“그러시게. 하지만 뭐 그리 바쁘신가? 잠시 카메라는 접어두고 나랑 세상얘기나 더 나눠보세나.”

세계유일의 온천하는 ‘부러운’ 원숭이들을 렌즈에 담으려는 사진가들의 발길이 일년내내 끊이지 않는다.


★ 원숭이를 관찰할 땐 주의하세요~

-원숭이와 눈을 맞추지 않는다.

원숭이 사회에서는 가까이서 상대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것은 적의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가급적 떨어져서 관찰해야 한다.

-먹을 것을 보이거나 주지 않는다.

영특한 원숭이들은 스키 리조트까지 내려와 창문을 열고 가방을 뒤지거나 먹을 것을 훔친다고 한다. 비닐봉투를 들고 있으면 먹을 것인 줄 알고 발밑으로 모여들거나 공격하기도 하니 공원입구 쪽 락커에 불필요한 짐들은 맡기고 둘러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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