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는 글에 비유하자면 초벌로 쓴 원고이자 퇴고를 거친 최종 원고다. 막 잡아 빚은 듯 거친 자연의 야성미와 동화 같은 마을이 보여주는 정제된 풍경을 두루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부단한 언어의 조탁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위대하고 고매한 풍경이기는 매한가지다. 베르겐(Bergen)에서 출발해 피오르(Fjord) 투어를 거쳐 오슬로(Oslo)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떨칠 수 없는 감상이었다.
-산과 마을과 항구의 앙상블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이며 피오르 관광의 관문이라는 수식어는 베르겐에게 거추장스럽다. 새뜻하고 부드러운 외양을 지닌 도시는 제 스스로 빛나기 때문이다. 도보 여행으로 적합한 도시는 항구, 그리고 바다와 더불어 아름다운 정경을 완성하는데, 그 아름다운 바다를 순백의 요트들이 자유로이 활보하며, 자유로운 요트에서는 관광객과 시민들의 환담, 쾌소, 호음이 끊이지 않는다.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한 도로를 따라 늘어선 노천카페에는 권태의 쾌감과 무위의 일락이 흐르고 또 흐른다.
-플뢰엔 산 전망대
★ 이용시간 푸니쿨라 출발 시간은 주중 오전 7시30분, 토요일 오전 8시, 일요일 오전 9시다. 8월 31일까지는 자정까지 운행. 9월부터는 밤 11시 30분까지.
요금 왕복 기준으로 어른 70크로네, 어린이 35크로네.
문의 www.floibanen.no, 47-5533-6800
-베르겐의 올드 타운, 브리겐
베르겐 산책의 구심점이 되는 곳이 바로 브리겐(Bryggen)이다. 도시의 옛 영화를 자신의 유전자 속에 아로새긴 장소다. 삼각형 모양의 지붕을 얹은 중세풍의 건물이 즐비한 구역으로,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의 건물들은 1702년 화마를 겪은 뒤 원형대로 복원해 놓은 것이다. 고졸한 풍모가 사랑스럽다. 대구의 집산지였던 브리겐에는 무역선과 어선이 무수히 드나들었다. 경제적 번영은 곧 국제화로 이어졌으며 개방은 자연스러웠다. 바이킹은 ‘캐리비안의 해적’이 아니라 조선술과 비즈니스 감각으로 중무장한 실사구시의 민족이었던 것이다. 선원과 상인으로 흥청거리던 거리는 지금 카페, 레스토랑, 펍, 기념품 상점들로 넘쳐나고 관광객들은 항구의 사내들이 앉았던 자리에 몸을 기댄 채 맥주를 홀짝인다.
-활어처럼 싱싱한 삶, 어시장
★ 영업시간 오전 7시에 장이 선다. 6~8월은 오후 7시까지, 9~5월은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 www.torgetibergen.no
-민족주의 작곡가 ‘그리그’ 생가
‘북국의 쇼팽’이라 불리는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는 노르웨이 음악의 대표적인 존재로 추앙받는다. 굳이 사조를 따지자면 독일 낭만파에 젖줄을 대고 있지만 노르웨이의 여느 음악가보다 향토색을 강하게 드러낸다. 거칠게 말하자면 4년간의 독일 유학이 그의 음악에 독일 낭만파의 기운을 드리웠으며, 유학 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맺은 노르웨이 청년과의 친교는 그의 음악을 민족주의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하나의 요인이 더 있으니, 바로 피오르다. 그리그는 작곡에 전념하고자 그의 나이 서른다섯에 피오르 부근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그 무렵 작곡한 피아노 소품과 성악곡에는 피오르의 가경이 짙게 투영돼 있다. 노르웨이의 가장 특징적인 자연인 피오르에서 받은 영감은 그의 작품을 더욱 ‘노르웨이스럽게’ 만들었을 터이다. 베르겐 근교에는 그리그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생전에 사용했던 피아노를 비롯해 악보, 편지, 초상화 등이 진열돼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절벽 중간에 그리그와 그의 아내를 합장한 묘가 있다. 주변 경관이 가려하다.
★ 개장 시간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5월 1일부터 9월30일까지)
입장료 어른 60크로네, 어린이 무료, 단체 50크로네
문의 www.troldhaugen.com, 47-5592-2992
‘그리그’ 서거 100주년
베르겐에서 태어난 그리그는 호숫가에 단촐한 별장을 지어 놓고 작곡에 심혈을 기울였다. 진솔한 실내악과 서정성 짙은 피아노곡을 많이 발표했다.
대표작은 ‘페르귄트 모음곡’과 ‘피아노 협주곡.’ 평소 “예술가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신봉자였다. 드레퓌스 사건 때는 항의 표시로 파리 초청 연주를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올해는 그리그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 베르겐 시는 이에 맞춰 대대적인 그리그 관련 축제(www.grieg07.com)를 준비했다.
오는 9월 6일부터 나흘간 그리그 국제 합창제가 열리며, 오슬로 국립 미술관도 7월 중 그리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연주회, 강연회, 작곡 콩쿠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취재협조〓스칸디나비안 관광청 02-777-5943
www.stb-asia.com www.visitnorway.com
글 사진 = Travie writer 노중훈 superwin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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