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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로마의 콜로세움(Colosseum). 그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서 눈을 감아본다. “와-아아아아”, “구우-우-우”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소리가 이 커다란 원형경기장을 들썩인다. 혈투 못지않게 매서운 맹수와 글래디에이터(Gladiator=검투사) 간의 눈싸움. ‘한 치의 흔들림’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흥분한 관중의 광기어린 열광이 마치 ‘실제’처럼 떠올라 순간, 오싹 소름이 끼쳤다.

-들리는가, 로마의 함성이

영화 ‘벤허’와 ‘글래디에이터’를 떠올리며 잠시나마 느꼈던 벅찬 감동은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빛이 바랜 거대한 극장의 앙상한 모습과, 원형 극장의 완공을 기념해 백일동안 글래디에이터와 5000마리의 맹수 간의 대혈투 광경이 머리 속에 혼돈스럽게 섞이며 이내 처연한 심정으로 돌변한다.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콜로세움의 원래 이름은 플라비우스 원형극장(Flavia Amphithetre)이었다. 입구 부근에 네로의 거상(Colossus)이 있었던 데에서 지금의 콜로세움이라는 명칭이 유래했다.

콜로세움은 서기 72년에 노예 1만2000명을 투입해 8년에 걸쳐 건설됐다. 거대한 타원형의 경기장은 총 4층 관람석에 최소 3만8000명에서 최대 7만8000명의 관중이 모여 글래디에이터의 싸움과 맹수의 서커스 등을 구경하던 공공 오락 시설이었다. 비가 오면 극장을 가득 덮는 거대한 천막이 내려와 비를 피할 수 있었고 정해진 출구로 관중이 빠져 나가는 시간이 5분도 걸리지 않게 설계됐다. 그 정도로 콜로세움은 현대의 ‘돔 경기장’ 못지않은 ‘편리’와 과학적 ‘설계’가 응축된 건축물이다.

콜로세움에서 포로로마노를 거쳐 베네치아 광장까지 이어지는 로마 역사 지구를 돌아보는 과정은 28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 제국이 ‘흥망성쇠’ 하는 그 흐름을 따라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 콜로세움 입장 가능 시간 3~8월 09:00~19:30, 9월 09:00~19:00, 10월 09:00~18:30, 10~2월 09:00~16:30, 2~3월 09:00~17:00 입장료 11유로




-고대 로마 문화의 향취가 가득한 로만 포룸

콜로세움의 앞에 자리잡고 있는 로만 포룸(Roman Forum)은 오늘날 이탈리아의 광장 문화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로마의 공회장이라는 그 말 그대로 이 곳은 고대 도시 로마에서 정치, 경제, 사회,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도시의 한 가운데에 있는 개방된 광장으로, 신전, 원로원과 공회당, 감옥 등 여러 공공건물과 개선문 등 기념물, 그리고 나란히 선 기둥들이 늘비해 있고 시민들의 종교예배, 기념식, 집회 장소, 검투장 뿐 아니라 시장으로도 활용되는 등 시민 생활 문화의 중추가 되는 장소였다.

로만 포룸은 사전 ‘상식’과 ‘상상력’이 없으면 돌덩이가 가득한 허망한 유적터로 여겨지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퍼즐을 맞추듯 세월에 닳아 먼지를 풀풀 날리는 폐허더미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휘황찬란했던 건축양식과 섬세한 조각을 하나하나 그려보자. 거대한 고대 로마 제국의 위용이, 섬세한 옛 사람들의 문화가, 벌써부터 피어났던 ‘민주주의’의 실체가 시나브로 머리 속에 ‘구체(具體)’를 만드는 순간 ‘울컥’하는 감격이 샘솟는다.

※ 로만 포룸 입장 가능 시간 월, 수, 토요일 09:00~일몰 2시간 전, 화, 일요일 09:00~14:00 입장료 무료



-‘오드리 헵번’이 부럽지 않아~

로마를 떠올리면 가슴 한 자락을 간질이는 장면이 있다. ‘궁’의 생활이 지겨워 일탈을 시도한 앤공주(오드리 헵번)와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로마의 휴일’ 속 장면들. 앤공주는 마치 사육장을 빠져나온 토끼처럼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로마 시내를 총총 뛰어 다닌다. 트레비 분수 근처의 미용실에서 전 세계 여성들의 유행을 선도했던 ‘헵번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노점에서 사든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조 브래들리를 만나 데이트를 즐기던 영화 속 장면들은 ‘낭만적인 로마 여행’의 가장 큰 이유가 되어 왔다. 영화 속 앤공주의 로마와 실제 우리의 로마 사이에 변한 건 거의 없었다. 여전히 트레비 분수에는 다시 이 곳에 오길 바라는 여행자들이 던진 수많은 동전들이 반짝이고 있으며 스페인 광장에는 따사로운 로마의 햇살과 젤라토를 즐기는 무수한 인파로 붐빈다. 다 알면서도 진실의 입에 손을 넣으면서 ‘두근두근’ 무서워하는 척 앙큼한 장난을 하는 연인의 모습까지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배경과 소품까지도 그대로다.

누가 짠 일정인지 ‘로마의 휴일’속 로마시내 누비기 코스는 기가 막히다. 앤공주가 폴짝폴짝 뛰놀던 나보나 광장,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와 판테온까지 로마의 명소와 유적들을 여유롭게 노니며 로마의 낭만을 만끽해 보자. 핑크빛 노을이 어스름히 깔리면 광장마다 늘비해 있는 노천카페에 앉아 청명한 분수소리와 거리의 악사들이 만들어 주는 구성진 노래 가락을 배경 음악 삼아 시원한 맥주 한잔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로마에서 그리스로, ‘이동수단’ 그 이상의 배

유레일 패스 소지자라면 기차와 더불어 저렴한 가격에 ‘배’도 탈 수 있다.

이탈리아-그리스 간의 각종 페리를 성수기인 6~9월을 제외한 기간에는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슈퍼패스트 페리(Superfast Ferry)의 경우 이탈리아의 앙코나(Ancona)와 바리(Bari)에서 그리스의 파트라스(Patras)나 이고메니차(Igoumenitsa)간을 횡단한다. 그리스-이탈리아 간 통용되는 모든 형태의 유레일 패스 소지자는 갑판 좌석을, 유레일 패스 1등석 소지자의 경우는 페리 안에 마련된 비행기 좌석형(Air Craft type Seats)이나 도미토리 형태(Dormitories)의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앙코나에서 승선해 그리스의 파트라스까지 걸리는 시간만 21시간. 각종 ‘탈 것’에 멀미부터 느끼는 사람에게는 ‘뜨악’할 정도로 기나긴 항해다. 하지만 잔잔한 바다를 뚝심 있게 유유히 흘러가는 거대한 페리에 승선하기 전부터 ‘배 멀미’를 호소하는 것은 ‘기우’일 뿐이다. 거기다 배 안에 갖춰진 레스토랑, 바, 수영장, 쇼핑센터, 카지노, 인터넷 카페와 세미나 시설 등 가히 그 시설만도 ‘크루즈’ 못지않다. 시설이 다양한 만큼 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하다. 천천히 배 안을 걸어 다니며 이곳저곳을 갸웃거리고 쇼핑을 즐기거나 갑판에 앉아 지중해의 바람을 맞으며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는 일. 객실 이용자라면 천천히 흐르는 바다를 뒤로하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음악 감상하기.

일행이 여럿이라면 레스토랑에서 지중해의 태양이 빚어낸 와인을 홀짝이며 여행의 흥을 돋우기… 이 커다란 배 안에서도 소위 말하는 ‘모든 것을 할 자유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보장된다.

★ 슈퍼패스트 페리

이용요금 대체로 6, 9월은 15유로, 7~8월의 경우 30유로의 추가 요금이 든다, 항만세는 6유로, 유류할증료는 10유로(e.g. 일반 유레일 패스 소지자의 앙코나-파트라스 간 객실 요금- 2베드룸 캐빈 98유로, 3베드룸 캐빈 76유로) 사전 예약 필수 문의 및 예약 슈퍼패스트 페리 www.superf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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