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업계 아름다운 가족을 찾아서’는 기존 여행업계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기획됐다. 가족이 함께 일을 하는 경우 자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오히려 가족과 함께 하기 때문에 신뢰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고, 또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기에 더욱 밝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느껴졌다.

여전히 “내가 하는 일이 힘들어서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꽤 많은 여행업계다. 이 가운데 ‘여행업은 희망이고 미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여행을 사랑하는 가족, 창간 15주년을 맞아 그들이 여행업계에서 어떠한 모습인지 새로운 각도로 담아봤다. <편집자주>




-신뢰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동행

방설파 이사는 17년, 윤혜정 실장은 12년째 여행업계에서 일해 왔다. 현재는 중국 전문 랜드사 테마중국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남편

방설파 이사와 윤혜정 실장은 여행으로 만나 결혼하고 함께 여행을 만드는 일을 한다. 방 이사는 중국 현지 여행사, 윤 실장은 한국 여행사에 근무하다가 일로 만나게 됐고, 멀리 떨어져서도 견고하게 사랑을 키워왔다. 올해로 결혼 7년째,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 신비감이 더했다”며 웃는다.

대부분의 거래처 사람들은 방 이사가 중국인이란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가끔 중국어로 전화를 받을 때면 꼭 한두 명은 윤 실장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사님 중국어를 너무 잘 하세요”라고. 방 이사의 현란한 한국어 실력은 한국이 봐도 놀랍다.

-신뢰라는 이름의 동행

부부가 함께 일을 하면 서로 의지되는 부분이 많다. 서로를 잘 알기에 부족한 부분도 말없이도 채워주기 때문. 사실 업계에선 가족이 함께 일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먼저 끼곤 한다. 방 이사나 윤 실장이나 각자 업계에서 10년 이상씩 일해 온 ‘중국통’인데도 이러한 오해로 인한 제약이 따른다고. 무엇보다 가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직원이나 거래처 사람들만큼 꼼꼼히 챙겨주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고.

-제주도…아름다운 가족여행지

동시에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함께 휴가를 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 팸투어를 함께 간다 해도 일은 일이지, 여행이 될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탐험가적 기질이 다분한 방 이사와 달리 윤 실장은 휴양 여행을 선호해 여행지 결정도 쉽지 않다고.

부부가 기억하는 여행다운 여행은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이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6살 난 딸아이가 소원으로 ‘온 가족이 함께 가족여행을 하고 싶다’고 해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겨울이라 춥고 고생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고.

가족이 함께 가고 싶은 다음 여행지라면 하이난이 있지만 일단은 중국은 제외키로 했다. 친구들이 많은 방 이사 덕에 가족여행이 동네잔치가 될 위험이 있다나. 윤 실장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아이에게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줄 수 있는 ‘터키’를 꼽았다.



-가족의 명예 건 3남매 활약 기대하세요

‘융프라우’는 10년 이상 경력의 김기현 실장, 김윤구 과장이 함께 설립한 유럽 전문랜드사이다. 2년 전부터는 남동생 김범석 대리도 합류해 3남매가 융프라우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3남매 신뢰로 똘똘 뭉쳐

융프라우는 둘째 김윤구 과장이 여행사에 먼저 입문을 했다. 2년 뒤 동생의 제의로 김기현 실장이 유럽 랜드를 오픈하게 됐다. 이들 자매는 목소리가 비슷한 것 외에는 실제 모습이 많이 달라 아직도 자매인 줄 모르는 거래처도 많다. 여성적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남동생 김범석 대리까지 힘을 합치게 됐다. 김 대리는 “여행업계가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합류 이유를 전했다.

3남매의 가장 큰 힘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팀워크’다. 회사 운영을 하다보니 다른 직원들도 있어 투명하고 엄격한 회사 경영은 기본이라고.

-유럽인 이유, 늘 새롭잖아요

유럽에 대한 관심이 유럽랜드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유럽이니까 이렇게 오래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김기현 실장은 시장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다 아직도 새롭고 갈 때가 많다고 힘줘 말했다. 3명 모두 유럽통이지만 정작 3명이 여행을 함께 간 적은 없다. 김윤구 과장이 비엔나에서 잠시 근무할 때 김범석 대리가 배낭여행으로 스쳐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다함께 쉬는 날이 없으니 명절에도 모이기 쉽지 않다. 그들은 “서비스업이잖아요”라며 웃는다.

김기현 실장은 서비스업에도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랜드사 업무는 보이지 않는 섬세함과 희생이 필수요소라고. 현재는 자매가 하는 랜드사로 더 유명하지만, 유럽과 서울이 합자한 주식회사 융프라우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 5년 동안 매년 30% 가량 성장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김기현 실장은 집안의 명예를 걸고 꼭 성공 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누구나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로 업계 내 새로운 모델이 되고 싶다”며 “내가 하는 일을 자식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세상이지만 내 자식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여행 시장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꿈을 열어보였다.



-“일본인도 그의 친절함에 놀랄걸요”

전일본공수 이상무 과장은 김포공항에서 여객팀장을 맡고 있으며, 아내인 김미자 소장은 일본 전문 랜드사인 헬로재팬을 이끌고 있다.

-공항, 운명 같은 첫 만남의 장소

대한항공 정비사인 아버지와 김포공항 내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헬로재팬 김미자 소장이 관광학을 전공하고 여행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 일을 돕다보면 매일 보는 사람이 가이드, 여행사, 항공사 직원이었다. 그녀의 평생 반려자인 전일본공수 이상무 과장 역시 김포공항에서 인연이 시작됐다.
김 소장은 “웬만한 항공사 직원들은 선을 다 봤을 거예요”라며 “그러다 12월1일 지금의 남편을 만나 4개월 만에 결혼을 하게 됐죠. 이후 일사천리로 쌍둥이를 낳고 벌써 결혼 10년차예요”라며 웃는다.

-일본 전문가 부부 허니문은 제주도?

사실 일본 항공사 직원과 결혼한 김미자 소장의 허니문 여행지는 생뚱맞게 ‘제주도’였다. 당시가 IMF 때라 외화 낭비에 눈살을 찌푸릴 때였던 것. 남의 대한 배려심과 정의감이 유달리 깊은 이 과장에게 당시 해외여행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고. 같은 여행업계에 있어도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랜드 업무를 하느라 바쁜 김 소장을 대신해 이 과장이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많다. 그래서 가족여행지도 나가사키, 삿포로 외에 석모도 등 가깝고 조용한 국내여행지를 선호한다.

-아내 지정석은 화장실 옆자리

항공사와 랜드사의 만남, 업무적인 부분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 직원 남편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넘지 말아야할 선이 항상 존재했기 때문. 랜드사 설립 초기 ANA항공 첫 연합상품을 출시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헬로재팬이 ANA항공 상품에서 손을 놓게 된 이유도 여기 있다. 남에게는 잘 베푸는 남편이, 정작 김 소장을 비즈니스 클래스를 태워주는 경우는 없다고. 그녀는 “화장실 옆이 제 자리예요”라고 말한다.

현재 이 과장은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6개월간의 파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생이별 중인 김 소장은 “남편 특유의 친절함이면 일본인도 감동시킬 것”이라며 “새벽 4시30분에 출근하고 국내선, 국제선 쉴 틈 없이 뛰어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남은 기간도 잘 지내다 오길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 부부는 나중에 작은 규모라도 신뢰받는 지역여행사를 가꿔가는 게 꿈이다.




-서로 힘이 되어주는 아버지와 딸

김유영 부사장은 80년 여행업과 인연을 맺고, 필리핀항공을 거쳐 현재 락소주식회사 부사장직을 일임하고 있다. 같은 항공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김세진 계장은 필리핀에서 공부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세부공항에서 2년간 근무하한국에 들어와 에바항공에 입사했다.

-회사 비밀 노출 절대 금지?

김유영 부사장은 필리핀항공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딸 김세진 계장과 항공모임에서 만나기도 하고, 아는 사람도 겹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서로 더욱 조심하게 되는 경우가 몇 가지 생겼다. 서로 다른 항공사기 때문에 회사 비밀 노출 절대 금지는 물론, 집에서는 서로 일 얘기는 절대 안한다고.

동종업계다 보니 아버지를 이해하고, 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김유영 부사장은 “항상 서로가 힘이 돼주고 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딸을 격려해주면서 힘을 낸다”고 말했다.

-부녀의 특별한 여행지…필리핀

김유영·김세진 부녀는 3주 전 함께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다녀왔다. 김유영 부사장의 부인이 필리핀에 머물고 있어, 세부 호텔을 예약하고 가족이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김세진 계장이 필리핀에서 공부를 할 때 김유영 부사장이 출장 시 짬을 내 맥주를 한잔 하는 등 부녀사이가 무척 살갑다. 김유영 부사장이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뭐니 뭐니 해도 필리핀 ‘보라카이’다. 보라카이는 온 가족이 함께 해변을 걷던 즐거운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다.




-‘닮은꼴’형제 서로 다른‘카리스마’ 발휘

황정현 사장은 섬·휴양지 전문 여행사 리조트라이프를 6년째 운영중이고, 황정태 사장은 아일랜드마케팅을 7년째 운영하고 있다.

-모범생 형과 개구쟁이 동생

두 형제의 어린 시절은 황정현 사장은 다부진 모범생, 황정태 사장은 남이 하지 말라는 것은 다 해보는 개구쟁이였다. 황정태 사장은 사회생활 초반 여행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여행업계로 들어섰고, 황정현 사장은 한국능률협회에서 컨설팅 활동을 하는 동안 해외 현지 교육 등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여행업에 매력을 느꼈다.

-혹시 황정태 사장을 아는지?

서로 많이 닮은 황정현, 황정태 사장. 초기 황정현 사장이 업계를 파악할 때 트래블 마트나 팸투어에 함께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해외로 나가면 외국 바이어들이 두 형제를 헷갈려 하는 경우는 다반사. 황정현 사장을 처음 보는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도 “혹시 황정태 사장을 아느냐”며 인사를 건넬 정도였단다.

황정태 사장은 처음에는 황정현 사장이 여행업계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반대를 했다. 경쟁도 심하고, 언제나 긴장해야하는 등 마음고생도 심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은퇴 후 늦게 업계에 뛰어든 황정현 사장을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초기에는 오히려 남들보다 황정현 사장을 더 강하게 대했다. 형제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는 것이 다른 것보다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리조트라이프가 안정적인 길로 접어들고, 황정현 사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황정태 사장도 “이제는 형제가 함께 토론하고 설전도 벌인다”며 “열심히 일하는 형님의 모습이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자가용비행기로 럭셔리 여행이 꿈

형제가 함께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은 별로 없다. 초창기에는 황정현 사장이 함께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었지만, 황정태 사장이 시간을 내지 못했고, 이제는 황정태 사장이 여행 한번 가자고 해도 “일이 많아서 이번에는 안 될 것 같은데”라며 퇴짜를 맞는단다.

황정태 사장은 40대가 지나기 전에 가족과 형과 함께 6인승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 럭셔리 여행을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벌써 상세한 계획도 세워놓았다니 곧 아름다운 가족여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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