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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 오 동굴과 스콜 그리고 비어 라오

아침 시장을 돌아본 후 팍 오 동굴로 향했다. 루앙 프라방에서 메콩 강 40km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팍 오 동굴(Pak Ou Cave)은 메콩 강과 남 오우 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 조그마한 동굴이다. 30분쯤 휘휘 돌아보면 될 법한 작은 동굴이지만 세계 여느 거대한 동굴 못지않은 깊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이 동굴에 깃들어 있는 4,000여 개의 불상 때문이다.

호텔 뒤편 선착장에서 길다란 나무 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시원한 강바람이 이마를 씻어 준다. 배 안에서 음료수와 맥주를 마시며 떠들다 보니 두 시간이 후다닥 지나고 어느새 동굴 앞에 도착했다. 커다란 입처럼 생긴 동굴이 기다리고 있다. 동굴 속에 들어서자마자 여행자를 뒤덮어 오는 풍경. 평평한 곳에는 모두 불상들이 빽빽하게 놓여 있다.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동굴의 기원은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호티사랏이란 왕자가 치앙마이 공주와 백년가약을 맺고 메콩 강을 거슬러 돌아오다 이 동굴을 발견한 뒤로 성역화됐다고 한다. 동굴 안 불상들은 지난 400년간 주민들이 1년에 한 개씩 모셔 온 것이라고 한다.
팍 오 동굴에서 계단을 따라 20여 분 올라가면 또 하나의 깊은 동굴이 나온다. 동굴 앞을 지키고 있는 배불뚝이 불상이 이채롭다. 켓차이란 인도 스님이란다. 스님은 너무 잘생겨 여자가 많이 꼬여, 석가모니가 수행이 어려우니 절을 떠나거나 몸을 바꾸라고 했단다. 스님이 몸을 바꾸겠다고 하자 배가 튀어나오고 못생긴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팍 오 동굴을 보고 루앙 프라방 시내로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이다. 메콩 강은 서서히 석양에 물들어 가고 있다.

나는 다시 캠벨과 함께 길가 선술집에 앉아 얼음이 든 비어 라오를 마셨다. 취기가 약간 오른 나는 캠벨에게 “라오인들을, 그들의 행복한 웃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쳐가는 여행자에 불과할 뿐인 나는 라오인들의 웃음을 ‘당연히’ 좋아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아마도 그 웃음 때문에 전세계의 배낭여행자들 역시 라오스를 가장 좋았던 나라로 꼽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달 소득이 50불이 채 되지 않는 이 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은 가난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는 않을 텐데, 무슨 이유로 저렇게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살아가는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캠벨이 대답했다. “이유는 나도 모릅니다. 나 역시 가난한 라오스 가정에서 자라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내 기억의 대부분은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메콩 강에서 수영을 하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들판에서 뛰어놀았던 모든 지난날들이 내게는 행복입니다. 나를 비롯한 우리 라오스인들은 하루하루를 살게 해준 신에게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계속 의아해하는 나를 향해 그는 덧붙였다.

“당신이 이해하기 쉬운, 그러니까 굳이 자본주의적으로 말하자면, 아마도 우리 모두가 가난하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없기 때문에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이게 바로 내가 당신에게 대답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스콜이었다. 유럽 배낭여행자들이 비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라오스인들은 그 비를 맞으며 느릿하게 움직였다. 나는 빗방울이 들이치는 맥주잔을 손바닥으로 가렸지만 캠벨은 손바닥으로 맥주잔을 가리는 대신 훅 하고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노 프라블럼”
그렇게 루앙 프라방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갔다.



-왕궁박물관과 왓 씨 엥통 사원 : 그리고 푸 시 탑

셋째 날은 왕궁박물관(Royal Palace Museum)과 왓 씨 엥통(Wat Xieng Thong) 사원, 푸 시(Phu Si) 탑을 돌아보았다. 이 세 군데 정도만 돌아보면 루앙 프라방의 주요 여행지는 다 돌아보는 셈이다.

프랑스 식민지 초기인 1904~1909년 사이에 지어진 왕궁박물관은 시사방 봉(Sisavang Vong) 왕과 그의 가족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현재는 란쌍 왕조의 유물과 종교 유물을 전시하는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메콩강 둑에 위치하고 있는 푸 시 산의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1975년까지 왕궁으로 사용되다가 공산화와 함께 이듬해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왕궁에 들어서면 인도에서 가져온 고대 불상들이 전시된 방이 나오고 오른쪽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왕의 리셉션 룸이 나온다. 온통 황금색으로 치장되어 있는 이 방은 프랑스 예술가 알릭스 데 파우뛰르가 1930년대에 디자인한 것이다.

맞은편 방에는 라오스 왕이 전세계 국가원수들에게 선물받은 그림과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캄보디아, 태국,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일본, 베트남, 중국, 네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받은 다양한 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한국 것은 없다.

왕궁박물관의 가장 큰 볼거리는 ‘프라방’이라는 작은 불상이다. 순금 93%로 만들어진 이 불상은 라오스에서 가장 귀한 불상으로 1~9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게는 53kg 정도. 11세기 크메르로 넘어갔다가 1779년 씨암(태국)에 다시 강탈당했다. 그리고 1893년 반환받았다. 해마다 4월13일부터 4월15일까지 라오스 설날에 근처 완 마이 사원까지 불상을 가마에 태우고 행진을 한다고 한다.

왓 씨 엥통은 셋타티랏(Setthathirath) 왕이 란장 왕국의 수도를 루앙 프라방에서 위앙짠으로 옮기기 전인 1559~1560년에 만들어졌다. 붉은색과 금색이 조화를 이룬 이 사원은 루앙 프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의 하나로 꼽힌다. 현재 왓 씨 엥통 사원에는 4명의 승려와 75명의 학승이 머물러 있다고 한다.

푸 시 탑은 루앙 프라방을 한눈에 굽어보는 푸 시 산 꼭대기에 있다. 루앙 프라방에서 푸 시 탑을 구경하지 않으면 루앙 프라방을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푸 시 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32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셋째 날은 루앙 프라방의 몇 군데 명소를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끝내고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 위앙짠으로 가야 했다. 루앙 프라방 국제공항에서 위앙짠으로 가는 에어 라오를 기다리며 루앙 프라방에서의 2박3일을 돌아보았다.

정리하자면 간단했다. 나는 내 인생의 짧은 며칠을 루앙 프라방에 있었다. 탁발행렬을 보았고 시장을 돌아봤으며 사찰 몇 군데와 동굴 한 곳을 보았다. 그리고 몇 병의 라오 맥주를 마시며 라오스 인 가이드와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단지 3줄로 요약되는 간단한 여행. 하지만 나는 루앙 프라방에 있는 동안 내 인생의 가장 거추장스러운 것들에서 충분히 비켜 서 있을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행복할 수 있었다.
루앙 프라방 공항에서 캠벨이 나와 악수하며 말했다.

“맥주잔에 비가 들이치거든 맥주잔을 가리지 말고 얼른 마셔 버리세요. 새 맥주를 따면 되잖아요. 노 프라블럼.”
루앙 프라방 공항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해 비엔티엔 행 비행기를 기다리다 공항 직원에게 흡연실이 없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공항 밖으로 나가서 피우고 오세요.”
“그래도 되나요? 이미 검색도 끝냈는데.”
“안 될 것 있겠어요?”



-달의 도시 위앙짠

달의 도시라는 뜻의 위앙짠(비엔티안, Vientien)은 1563년 셋타티랏 왕이 루앙 프라방에서 위앙짠으로 수도를 옮긴 후 지금까지 라오스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 한때 미얀마 침공에도 굳건하게 버텼지만, 씨암(태국)의 공격으로 도시가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이후 옛날의 화려했던 영화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라오스 전체 인구 550만명 가운데 200만명이 살고 있는 라오스 제1의 도시이지만 라오스를 여행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볼 것 없고 물가만 비싼 도시라며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하루 정도는 짬을 내어 돌아볼 만한 곳이 있다. 탓 루앙(That Luang)과 왓 씨싸껫(Wat Sisaket) 등의 사원, 독립기념문인 빠뚜싸이(Patuxai) 등이 그것이다.

+++++플러스 α+++++

★ 지리 및 시차 라오스 동쪽으로는 베트남, 서쪽으로는 태국과 미얀마, 남쪽으로는 캄보디아, 북쪽으로는 중국과 접해 있는 내륙국이다.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 기후 5~11월이 우기, 12~4월이 건기.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는 12~1월로 낮 기온이 27~32℃, 최저 기온은 12~15℃ 정도다.

★ 통화와 환전 ‘낍(kip)’을 사용한다. 태국 ‘바트(baht)’와 미국 달러도 일상 통화처럼 사용한다.

★ 비자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국경에서 비자를 받는다. 여권과 여권용 사진 2장, 수수료 30달러가 필요하다.

★ 항공 한국에서 라오스까지 직항편은 없다. 베트남항공(02-757-8920)을 이용,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 루앙 프라방으로 들어간다.

인천-하노이는 매일 운항한다. 하노이-루앙 프라방은 VN865편이 월, 목, 토 운항한다. 14:55 출발, 16:15 도착, 화요일 운항은 13:05 출발해 14:25 도착한다. 루앙 프라방-하노이는 VN864가 월, 목, 토, 16:55 출발 18:05 도착, 화요일은 15:05 출발해 16:15 도착한다. 비행 시간은 인천-하노이 4시간30분, 하노이-루앙 프라방 1시간20분.

글·사진 Travie writer 최갑수
취재협조 베트남 항공 02-757-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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