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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VS 여행사 ‘스케일 메리트’로 Win-Win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하드블록 폐지 결정에 따라 그동안 항공사들의 주요 판매방식으로 부상한 하드블록이 존폐의 기로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하드블록 자체가 도입되지 않은 시장이다. 나리타공항 등의 슬롯이 포화상태여서 한국처럼 하드블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신규 항공사들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하드블록 자체의 위험도가 높아 일본인들의 철저한 안전 지향성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일반적이다. 게다가 일본의 항공 및 여행업계는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를 ‘갑을관계’보다는 ‘동반자적 관계’로 보는 데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항공사가 여행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많다. 한국과 유사점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본만의 독특한 특성을 간직한 일본의 항공시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목표치 달성하면 인센티브

일본 항공사와 여행사간 영업의 중심에는 ‘스케일 메리트(scale merit)’라는 특징적인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스케일 메리트의 사전적 정의는 ‘규모 확장으로 얻게 된 이익, 즉 기업 규모를 확장하면 대량 생산에 의한 비용 감소나 분업화로 경제성과 이익률이 높아지는 것’이지만 일본에서는 여행사가 항공권 판매목표치를 달성하면 항공사로부터 사전에 합의한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를 일컫는다.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페널티라는 ‘채찍’을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목표 달성시 추가적인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당근’을 사용하는 셈이다.

스케일 메리트는 여행사별 좌석배분 및 가격결정의 기준이 된다. 매년 4월~9월, 10월~3월의 두 차례 시기로 나뉘어 좌석배분 및 요금조정이 이뤄지는데 이 때 항공사와 여행사는 판매목표치과 요금수준, 인센티브 내역 등을 설정한다. 과거 판매실적 자료와 시장상황예측 등에 근거해 상호협의 하에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에 합리적이라는 것이 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특정 노선에서 특정요금으로 3만매를 목표치로 합의했을 경우 이를 달성하면 1매당 1,000엔이든, 2,000엔이든 인센티브로 여행사에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행사에서는 스케일 메리트가 적용될 것을 감안하고 초기부터 인센티브 폭 만큼 홍보 및 마케팅 부문에 이 비용을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종종 중소여행사의 경우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기도 하지만 100% 달성뿐만 아니라 95% 달성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단계별 보조장치가 있으며, 배분 후 3개월 정도가 지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목표를 재조정하는 방식 등으로 양측간의 윈-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항공 도쿄지점 관계자는 “스케일 메리트는 일본의 특징적인 부분으로, 금액 설정 시 네트요금을 주고 여행사에서 얼마를 붙여 팔던지 관여하지 않는다”며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여행사에는 동기부여가 되고 항공사 입장에서는 목표량(배정량)을 정해줄 수 있어 대리점 통제 수단이 되기 때문에 상호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행사들이 스케일 메리트 목표치 달성을 위해 기간 종료 막판에 저가판매도 불사하는 탓에 매년 3월과 9월이면 연쇄적인 덤핑경쟁이 촉발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도 일본만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 대리점 판매비중 막강 파워

항공사별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항공사들의 주요 판매채널은 이른바 ‘오오테’라 불리는 대형 여행사를 비롯해 항공권 전문 홀세일러, 기타 중소 리테일러 등으로 구분된다. 대리점 판매비중은 대략 80~90%에 이른다. 나머지는 인터넷 직판, 상용물량 등의 항공사 직접 판매 부분이다. 항공권 판매에서 대리점의 역할비중이 높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JTB, 긴키니혼투어리스트, 니혼료코 등 ‘오오테’ 업체의 비중이 높으며, 각 항공사별로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항공홀세일 전문업체들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할인항공권 위주로 티켓을 전문적으로 파는 ‘홀세일러’는 중소여행사(리테일러) 등에 티켓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항공요금의 종류는 항공사별, 상황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IT(Inclusive Tour)요금, 아펙스(APEX), 존펙스(Zone PEX), 정규할인운임, 공시운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패키지 상품의 90% 이상을 커버하는 IT운임의 경우 1주일 이내 출발, 리턴일 확정 등으로 조건이 까다롭지만 가장 저렴한 요금이다. 다음 수준인 아펙스 요금은 리턴일은 고정돼 있지 않지만 2주 이내 출발 조건이며, 존펙스는 한 달 이내 출발하는 조건으로 할인된 요금을 적용한다.

‘정규할인운임’은 네트(Net) 요금에 기반한 항공사들의 여행사 대상 항공권 판매방식에서 싹 튼 운임이라고 할 수 있다. 공시운임보다는 다소 저렴하지만 여행사에 제공한 운임보다는 비싼 수준으로 책정되는데, 소비자로 하여금 시기별로 여행사 요금과 비교해 자신에게 유리한 항공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여행사들의 임의적인 항공료 책정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한 보완장치이자 소비자들의 선택 폭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사 판매수수료의 경우 IT운임과 APEX 운임에는 지급되지 않으며, 대리점 판매분의 90% 안팎이 IT운임이다.

일본항공 관계자는 “대형 여행사와 중소 규모 여행사의 금액적 할인 폭은 기존에 비해 줄어 큰 차이가 없다”며 “단지 실적에 따른 좌석 확보 부분에서 대형 여행사가 유리한 편일 뿐”이라고 밝혔다.


■ ‘갑’도 ‘을’도 없다

일본에서 항공사와 여행사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 대리점 판매비중이 높은 편인데다가 네트 요금에 기반한 여행사들의 주도적인 항공권 판매 관행이 굳게 자리 잡았기 때문. 또 2000년대 들어 1700만명 안팎에서 정체돼 있는 일본의 아웃바운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과잉상태라고 할 수 있는 항공공급량도 현재와 같은 관계정립에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성수기 등에는 좌석확보량이 여행사들의 수익을 좌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성수기 좌석확보 때문에 항공사의 입김에 휘둘릴 정도는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도쿄지점 관계자는 “일본에서 대리점과 항공사 간의 관계는 갑을 관계가 아니다. 항공좌석을 주지 않으면 안 팔면 그만이고, 다른 항공사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게 여행사들의 인식”이라며 “오히려 항공사에서 좌석을 팔아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대리점의 파워가 센 편”이라고 전했다.

하드블록 제도가 일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굳이 하드블록의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좌석확보가 절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리타공항이나 간사이공항 등 주요 공항의 항공슬롯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한국에서처럼 하드블록에 의존하는 저가항공사의 취항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국민 정서나 심의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도 하드블록이 없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 수수료 5% 시대의 생존법

일본은 항공권 판매 수수료율이 기존 7%에서 5%로 인하됐다. 지난해 9월 노스웨스트항공을 시작으로 미주계 항공사들이 연쇄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추진한 데 이어 올해 4월 일본항공, 전일본공수 등의 일본국적사까지 합류함으로써 자연스레 5% 시대로 진입했다.

이와 관련 한 항공사 관계자는 “여행사가 항공에 호텔, 렌터카 등을 포함한 상품을 구성해 여행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동안 여행사에서 IT(Inclusive Tour, 패키지요금)요금을 받아 항공 티켓(Air Only)만 팔았던 사례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5% 이하, ‘제로컴’까지 수수료가 내려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오테 비중이 큰 현재의 유통과정과 더불어 한국과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비스=무료’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어 당분간 5%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이미 일본의 여행사들은 기존의 수수료 의존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종합 컨설팅 기능 제공 등을 통한 ‘피 비즈니스(Fee Business)’로 여행사의 영업방식이 전환돼야 한다는 데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또 아직까지는 미미하지만 항공사들의 온라인 직판 강화 움직임도 여행사들의 변화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온라인 직판의 경우 요금설정 후 국토교통성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상 문제 때문에 신속한 프로모션 전개에는 다소 제약이 따르고 있고, 전체 비중도 미미한 수준이지만 개별여행객 증가와 인터넷 거래 활성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아시아 게이트웨이’ 동북아 허브 노린다

일본 정부는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아시아 게이트웨이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항공 자유화를 위한 항공 정책 전환 등의 주요 항목을 담고 있다. 아시아게이트웨이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는 하네다공항 재확장, 나리타공항 활주로 연장,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노선, 미주와 유럽 노선에 더해 중동 노선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로써 자국 영공을 철저하게 규제해온 일본정부가 국내선 공항에 외국항공사의 취항을 허용할 의사을 밝혀 사실상 오픈 스카이 도입을 인정한 것이다. 단, 간사이공항, 주부공항에 대해서는 ‘항공 자유화를 양국간의 교섭에 바탕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하네다 공항의 국제화 전략은 인천공항, 중국 푸둥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아시아 대규모 국제공항이 들어서는 데 따른 위기감에서 촉발됐다.

★ 하네다-홍차오 개설 ‘지각변동’예고

일본 항공 시장은 현재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특히 도쿄 하네다공항과 중국 상하이 홍차오 공항을 잇는 노선이 올해 10월8일 개설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네다-김포 노선에 이어 하네다-홍차오 노선이 개설되면 하네다공항의 비중이 커지는 동시에 기존 나리타공항 수요 중 상당수가 하네다공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수요이탈을 막기 위해 나리타 출발 노선에서 항공사간 요금인하 경쟁이 촉발되는 등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현재 수익률이 높은 김포-하네다 노선 역시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완전히 포화상태인 도쿄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 활주로 확장공사가 검토, 추진되고 있다. 특히 하네다공항은 2010년까지 국제공항으로 키우는 방안이 진행되면서 서울, 상하이 외에 싱가포르, 방콕 등 아시아 주요도시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항공자유화’ 추진이다. 하네다공항은 항공기 취항 횟수와 운항 기종, 운임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항공자유화를 추진키로 했으며, 하루 24시간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리타공항과 인기 국제선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 셈이다.

공항의 총 공급량이 대폭 늘어나게 될 전망에 따라 각 항공사별로 기재도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재 연료 효율성이 높은 중소형 기종을 도입해 노선망을 확충시킬 방침이며, 일본항공은 2009년까지 현재 276개의 비행기 외에 80대 가량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 나고야 주부공항 개항 보다 더 큰 규모의 ‘빅뱅’이 예상된다”며 “그 시작이 올해 10월 하네다-홍차오 노선 개설부터 시작될 전망에 따라 최일선에서도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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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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