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은 북쪽 유목민족의 남침을 막기 위한 대사업이었다. 한족은 남쪽에서 농사를 짓고 정착하며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지만, 늘 북쪽 유목민족들이 자신들의 것을 탐낼까 두려워하며 살았다. 한족은 유목민족이 영원히 지금의 몽골 밑으로 내려오지 않기를 소원했다. 반면 척박한 땅이지만 가축과 그 가축에게 먹일 풀을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며 지냈던 북쪽 유목 민족들은 다만 조금 더 풍성한 풀이 나는 곳을 원했다. 그리하여 후에 칭기즈칸이 된 자, 테무진이 남하 한 땅이 바로 지금의 내몽고 북쪽 후룬베이얼이다. 세계 최대 제국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칭기즈칸, 영광의 첫 장
■몽골 대제국 역사와 조우


몽골 바이칼호수 부근 태생으로 전해지는 테무진이 후룬베이얼을 차지하게 된 것은 1201년과 1202년에 두 차례 있었던 전쟁을 거치면서이다. 당시만 해도 왕의 칭호는커녕 일개 부족장 정도의 세력을 형성할 때였다. 하지만 두 전쟁을 거치는 동안 몽골족의 큰 세력이었던 토그릴, 케레이트족, 나이만왕국, 자무카 등을 차례로 패배시키거나 굴복시키고, 몽골족을 통일하기에 이른다. 1206년 테무진은 오논 강변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전 세계의 제왕’ 칭기즈칸(成吉思汗, Chinggis Khan)으로 추대된다.

칭키즈칸은 후룬베이얼을 비롯한 내몽고 지역을 바탕으로 몽골족 내 새로운 조직을 재정비하고, 초원 밖 출정 준비를 마친다. 10진법 체제로 새롭게 구성된 칭기즈칸의 군대는 그의 정복에 기꺼이 동참할 사기 충만한 병사들로 가득했다. 더군다나 후방 보급도 필요 없는 유목민의 장점까지 더해 칭기즈칸의 군대는 세상이 끝나는 그곳까지 정복하고 또 정복하며 내달리기만 하면 됐다. 그로부터 25년 후, 1227년에 칭기즈칸이 죽었을 때 몽골제국의 역사는 베이징에서 서방 카스피에 이르렀다. 그 후에도 몽골제국은 페르시아와 러시아까지 영토로 삼았다.



후룬베이얼과 하이라얼 초원
■유목민족의 터전과 삶 체험


후룬베이얼은 중국 내몽고 자치구 북쪽에 위치하며, 각각 서쪽으로는 몽골을, 북서쪽으로는 러시아를, 동쪽으로는 헤이룽지양(흑룡강)성과 맞닿아 있다. 우리에게 내몽고 초원의 대명사로 알려진 후허하오터(호화호특) 보다 훨씬 자연에 가까운 땅이 이 곳이다. 몽고족을 비롯해 약 39개 소수 민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칭기즈칸 이전에도 이 땅은 선비족이 세운 북위 왕조가 창건됐고, 동호, 흉노 등의 터전이기도 했다.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후룬베이얼의 최고 관광은 역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다.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초원 한복판 시위 지역으로 간다. 한창을 달린 지평선은 언제까지 끝나지 않고, 길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어느새 어느 곳을 바라봐도 지평선만 가득한 곳에 이를 때 즈음이면, 바다 뿐 아니라 지평선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문득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상상이 안 되는 지평선 그곳을 조망해본다. 여름을 맞아 푸르른 빛으로 변한 대지를 수 백 km 거침없이 달려왔을 바람만이 있을 뿐이다. 무엇 하나 거슬리는 것 없는 초원에 사는 유목민족의 시력은 4.0이라고 했던가. 게다가 말까지 타고 달린다면 애스톤마틴을 타고 달리는 기분에 비할 만 하겠다.

얼마쯤 지나자 문득 물길이 있고, 그 곁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무리가 보인다. 이어 몽고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몽고 전통음료를 대접하는 그들에게서 따스한 인정을 느낀다. 거칠고 무자비한 정복자의 이미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어느덧 초원 한 가운데에서 그들과 어울려 전통음악을 듣고 모닥불을 앞에 모여 춤을 추고 흥겹게 양고기 바비큐와 독한 술을 나눈다. 초원의 밤하늘은 또 얼마나 둥글고 반짝거리는지.



변경, 현재하는 삶의 모습들
■만저우리시에서 만난 색다른 정취


후룬베이얼을 찾았다면 또 한 곳 꼭 방문해보아야 할 곳으로 만저우리(만주리)시를 꼽는다. 만저우리시는 후룬베이얼 서부에 위치한, 러시아와 접경을 이룬 곳이다. 일찍 대외 개방 도시로 선정돼 러시아와 물자 교류가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경제교류가 있기 전부터 상대적으로 키가 아담하고 머리가 까만 몽고족과 눈이 파랗고 풍채가 좋은 러시아족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변경이라는 것은 다만 선긋기만이 아닐 것이다. 국경을 자유롭게 오가는 듯 보이는 화물열차를 보면서, 관광객들을 위해 러시아 민속춤을 공연하는 극장에서, 또 국경을 나타내는 비석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문득문득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그곳에 현재하는 삶의 모습들이 담고 있는 생생한 변경의 분위기에 감동하는 것이다.


■CA, 베이징-하이라얼 매일 2회 왕복

중국국제항공(CA)은 인천, 부산 등과 직항을 연결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과 하이라얼을 연결하는 국내선을 매일 2회 운행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편도 약 2시간이다. 초원이 푸른 기운이 도는 여름 성수기에는 운항편수를 추가하기도 한다. 또 베이징 외에도 내몽고자치구의 구도 후허하오터, 하얼빈 등도 매일 연결하고 있다. 또 러시아 치타와 하이라얼을 연결하는 노선도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2회 정기편을 운항한다. 02-774-6602

운항노선/ 항공 편명·스케줄
베이징-하이라얼
CA1281(매일) 7:15-9:10
CA1131(수금) 07:25-09:30
CA1135(매일) 19:10-21:10
하이라얼-베이징
CA1182(매일) 10:-00 11:55
CA1132(수금) 15:30~17:10
CA1136(매일) 22:10~00:15



내몽고 후룬베이얼 글·사진=이병기 전무 tktt@traveltimes.co.kr
취재협조=중국국제항공 www.air-china.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