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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로 떠나는 섬 여행
“도시 탈출! 여름 탈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이런 때에 쓰나 보다. 서울에 살면서도 인근 섬의 멋을 알지 못했다. 들이치는 바다와 밀려난 갯벌의 이중적 낭만, 섬 사람의 외로움과 육지를 향한 그리움. 지나치는 여름을 놓칠세라 찾아 나선 서해 옹진군에서 밀려드는 감정들이다. 시도, 신도, 모도 그리고 장흥도에서 영흥도로 이어지는 섬으로의 여정은 이 여름의 서정을 가볍게 부채질했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옹진군청 032-899-2212~4 www.ongjin.go.kr 백령여행사 032-836-6662



■ <풀 하우스>의 로맨스를 떠올리며 신도

서해바다에 자리한 인천광역시 옹진군(甕津郡)은 오롯이 100개의 섬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북도, 연평도, 백령도, 대청도, 덕적도, 자월도, 영흥도의 7개 면으로 나누어진 가운데 관광객이 드나들 수 있는 섬은 20여 곳이다. 흔히 섬 여행은 멀어야 제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도권 인근에서도 섬의 정취를 한껏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서해바다 옹진에서는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이 자리한 영종도의 삼목항에서 뱃길로 10분. 뱃전을 무섭게 날아 도는 갈매기를 새우깡으로 유혹하는 사이 어느새 신도(新島)에 도착했다. 북도면에 자리한 세 섬, 신도와 시도(矢島)와 모도(茅島)는 본래 따로 떠 있지만 섬을 잇는 연육교로 인해 한 섬처럼 왕래한다. 해변과 야산을 구불구불 넘나들며 섬을 돌아나간다. 시골길마냥 색다른 맛이다.

북도면은 일단 드라마 세트장이 있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한류를 몰고 왔던 <풀 하우스>를 비롯해서 드라마 <연인>과 <슬픈 연가> 촬영장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자전거를 빌린 후 섬을 돌아 <풀 하우스> 세트장과 <슬픈 연가> 세트장을 돌아보는 것도 꽤 운치가 있다. 푸른 숲길을 따라 올라 바다를 향한 멋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슬픈 연가> 세트장과는 달리 <풀 하우스> 세트장은 해변과 맞닿아 있다.

고운 모래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아늑한 풍경을 자랑하는 수기 해수욕장 앞 세트장에는 아직도 식지 않은 드라마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연인들은 ‘송혜교’와 ‘비’를 추억이라도 하듯 주인공처럼 개펄이 드러난 해변을 거닐거나 사진촬영에 열중이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드라마 장면을 담은 액자가 곳곳에 걸려 있다. 소파, 계단, 마음에 드는 곳 어디에서든지 멋지게 자세를 잡으면 그 즉시 이곳에서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창 너머 정원에는 ‘당신도 송혜교가 되어 보라’는 듯, 웃음 머금은 비가 벤치 옆에서 여심을 유혹하고 있었다. <풀 하우스>의 팬이었다면 추억 하나는 거뜬히 건지고도 남겠다.

:: <슬픈 연가> 세트장 입장료 5,000원, <풀 하우스> 세트장 입장료 3,000원, 성수기(7, 8월) 주차비 3,000원




■ 섬과 예술의 만남 '모도 배미꾸미 조각공원'

신도, 시도, 모도 세 섬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자리한 모도. 섬의 유래가 재미있다. 조선조 말에 차영선이라는 사람이 조업을 했는데 고기는 잡히지 않고 띠만 걸리는 바람에 그냥 정착하여 살았다 하여 ‘띠 모(茅)’자를 써서 모도라고 한단다.

총 14가구가 전부인 섬에는 한창 익어 가는 벼의 푸른 물결이 바다보다 더 출렁출렁 넘실대고 있었다. 옥수수 밭, 복숭아나무 등 언뜻 보아서는 섬이라는 느낌보다는 여느 농촌에 와 있는 느낌이다. 과거 이 섬의 한 소녀가 청와대에 개구리 울음소리가 듣고 싶다고 편지 한 장을 써 보냈는데,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섬을 방문하고 후에 제방을 막아 농경지를 조성하도록 한 것이 모도 농사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꿈의 실현을 기념이라도 하듯 모도에는 개구리 울음이 한창이다.

모도 여행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 바로 ‘배미꾸미 조각공원’이다. 과거 김춘수 시인은 하나의 쓸쓸한 섬에 지나지 않았을 모도가 조각공원으로 인해 여행자들에게 꿈꾸는 법을 일러 주는 섬이 되었다고 했다. ‘배미꾸미’는 통선, 일명 멍텅구리배의 밑바닥을 뜻하는 말인데, 모도의 형세가 그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각가 이일호씨가 조성한 이 공원에는 그의 작품들이 바다와 조화를 이루며 곳곳에 펼쳐져 있다. 사랑과 죽음, 윤회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전시된 작품들은 삶의 근원적인 물음을 요구하는 듯 때로는 절규하고 때로는 에로틱하며 또한 익살스럽다. 펜션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조각에 둘러싸여 커피 한잔을 즐겨 보는 기분도 썩 괜찮다.


■ 한적하고 따스한 섬 장봉도

장봉도(長峰島)로 가기 위해서 다시 신도 선착장에서 뱃길에 올랐다. 신도에서는 20분이면 도착하지만 삼목나루터에서 장봉도까지는 40분 거리다. 장봉도에 도착하면 입구의 인어상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장봉도와 인어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이 인어상이 세워진 데는 연유가 있다.

장봉도는 예부터 우리나라 3대 어장으로 손꼽던 곳인데, 옛날 장봉도 날가지 어장에서 어느 어부가 그물을 걷으니 인어가 그물에 걸려 나왔다고 한다. 뱃사람들은 인어를 불쌍히 여겨 그대로 바다에 놓아 주었는데, 그 후 많은 고기가 잡혔다 하여 보은에 감사하여 인어상이 세워진 것이다.

장봉도는 특별한 즐길 거리가 있기보다는 섬 자체로 여유가 물씬 느껴지는 섬이라고 해야겠다.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섬은 길고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아 있다. 망둥어가 많이 잡힌다는 진촌해수욕장까지는 고요한 시골길을 달리는 듯 푸근하고 여유롭다. 마을을 가로 질러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좁은 길목부터 그윽한 소나무 향기가 마음까지 씻어낸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다보다 먼저 해변 모래사장이다. 갖가지 형태의 부서진 조개껍질이 하얗게 밀려와 모래사장을 수놓고 있다. 마치 누가 일부러 꾸며 놓은 듯 멋진 곡선을 이루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저기 가막머리의 낙조가 기가 막힙니다.” 해변 옆의 봉우리를 가리키며 누군가 말했다. 꾸미지 않은 해변과 주민들의 순박한 인심. 심심한 장봉도의 휴식은 왠지 아침에 먹은 상합조개탕처럼 감칠맛이 돌았다.




■ 소나무 군락지가 형성된 섬 아닌 섬 '영흥도'

11km의 시화방조제를 달려 영흥도(靈興島)로 향한다. 우측으로는 서해바다가 좌측으로는 시화호가 영흥도 여행의 시작을 시원스럽게 알리고 있다. 대부도와 선재대교를 지나고 다시 영흥대교를 건너면 선착장의 고깃배들이 눈에 들어온다. 영흥도는 인천에서 한 시간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유명세를 덜 탔다. 덕분에 섬은 아직 생기가 돈다.

가장 인기 있다는 십리포 해수욕장은 궂은 날씨에도 수영을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굵은 왕모래와 잔잔한 자갈이 1km에 걸쳐 해변을 이루고 있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넓고 탁 트인 시야가 과연 시원스럽다. 바나나보트나 스피드 보트를 타고 바다를 질주하는 짜릿한 체험도 이곳에서 가능하다. 해변 뒤로는 150년이 넘은 우리나라 유일의 소사나무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독특한 형세의 나무숲에 들어서면 기묘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십리포가 연인들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이라면, 가족 여행객들은 바로 이곳을 즐겨 찾는다.

섬의 서쪽에 있는 장경리 해수욕장. 해수욕은 물론이고 갯벌 체험으로 최고의 장소다. 100여 년이 넘는 노송지대가 해변 뒤로 자리하고 있어, 캠프 장소로는 더할 나위 없다.

마침 썰물 때라 아득하게 쓸려 나간 흔적 위로 개펄이 고물고물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게다. 수도 없이 작은 게들이 개펄을 들락거리고 있다. 개펄 저 멀리서는 여행객 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조개를 잡느라 한창이다.
영흥도에서는 바다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흥면의 최고봉인 국사봉에 위치한 통일사는 영흥도 유일의 사찰이다. 6·25전쟁 때 전사한 넋을 기리고 통일을 기원하는 뜻에서 1983년 건립되었다고 한다. 통일사로 오르는 길은 울창한 숲을 가로질러 오른다. 길옆으로 늘어진 녹음을 따라 오르는 동안 이곳이 섬이라는 것조차 잊을 정도다.


+++플러스 알파+++

★ 북도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세종해운 소속의 여객선이 오전 7시 무렵부터 오후 6시 무렵까지 1시간 간격으로 12회 출항하며 먼저 신도에 들른 뒤 장봉도까지 간다. 세종해운 032-884-4155~6, 북도면사무소 032-752-4008, 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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