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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료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편견을 가지고 덜컥 들어선 디자인 료칸. 로비에서부터 전세계의 숙박 트렌드를 점령한 ‘부티크 호텔(Boutique Hotel)’이 절로 떠오른다. 시대가 변하고, 일본 여행을 주도하는 세대가 변했듯, 일본 료칸도 전통 료칸의 모습 그대로 박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 지켜낼 전통은 온전히 보존하고 신세대에게는 다소 거추장스럽거나 불편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배제시킨 신감각의 세련된 료칸을 소개한다.

★ 고색창연한 료칸의 매혹적인 변신 ㅣ 시로가네야

시로가네야(白銀屋)는 고혹적(蠱惑的)이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긴 시간동안 켜켜이 쌓여 전해지는 이야기가 그렇고, ‘원천’으로 즐기는 일본 전역에 이름난 온천과 온천 후 즐기는 멋스러운 가이세키가 그렇고, 다양한 타입과 컬러 감의 색다른 객실도 물론 그렇다.

시로가네야의 시작은 ‘두부 공장’이었다. 시로가네야의 ‘白’은 바로 두부의 흰색을 의미한다. 380여 년 전 창업 후 두부 공장에 온 손님들을 대접하며 점차 숙박 형태까지 갖추다 2005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의 매혹적인 모습이 완성됐다.

시로가네야의 다나카 나오히토(田中直人) 총지배인은 시로가네야의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1999년 일본의 국가등록 유형문화재로도 지정된 시로가네야. 지어진 지 약 380년 전부터 함께 이곳에서 호흡했던 정원 중앙의 나무는 성인 남자가 양 팔을 벌려 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자라 있었다. 대문 밖,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던 손님(주로 무사 계급이었다)들이 말고삐를 붙들어 매던 고리 앞, 380년이 지난 지금에는 자전거 한 대가 놓여 있다.

일본 전통의 다다미방이 있는 클래식 타입, 다다미방에 침대가 올려진 ‘빨강’과 ‘파랑’의 선명한 색감이 인상적인 모던 타입, 일본식과 서양식이 조화된 와모던(和+modern의 합성어)양식, 노천탕이 딸린 객실까지 시로가네야에서도 취향에 따른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모던 타입에는 30~40대 부부나 젊은 여성들의 예약이 많이 몰리고, 다다미방이 있는 클래식 타입 룸에는 50~60대 노부부나 가족여행자들의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온천욕을 하기 전, 시로가네야의 갤러리에 들렀다. 15년 전 이곳에 휴식을 취하러 왔었다는 히로노미야(浩宮) 황태자의 사진, 그리고 <오이신보>라는 일본 만화 속에서 ‘맛의 달인’으로 표현됐던 일본의 유명한 문인이면서 요리가이자 도자기 공예가인 로산진(魯山人)의 작품과 이 곳에서 찍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었다. 전통과 역사, 거기에 스타일까지 갖춘 료칸이라는 그들의 자부심이, 그 안을 서성이던 이방인이자 외국인인 나에게까지 절로 전이(轉移)되는 기분이다.

상처 입은 까마귀의 날개가 치유된 것을 알아차린 후 발견됐다는 카가현의 야마시로 온천은 1,3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원천이 가장 가까운 온천으로 유량이 풍부하며 수질이 부드럽다. 2개의 온천이 있는데 노송나무와 안뜰이 있는 킷쇼우노유(吉祥湯)와 노천탕이 함께 있는 쇼부노유(尙武湯)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계단과 복도, 온천 등에 마련된 시로가네야만의 아름다운 등과 칠기를 입힌 히노키 욕조, 간이 의자, 목욕통에서까지 세심한 배려와 깊은 연륜을 읽을 수 있다.

온천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으니 딱 좋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고 허기가 져 석식 레스토랑 ‘긴안’으로 향한다. 원래 식사를 방에서 서빙하는 형태였지만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특성에 맞춰 다이닝 공간을 분리했다. 이곳에서는 로산진(魯山人)의 요리철학이 배어 있는 10코스의 ‘신카가 가이세키 요리’가 제공된다. 전통식 재료에 이 지역 제철 야채와 생선을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음미해 볼 수 있다. 특히 신선한 생선회와 황토로 싼 생선을 1,000℃가 넘는 고온에 구워 손님 바로 앞에서 망치로 깨어 뜨끈뜨끈하게 내놓는 요리와 쌀이 유명한 카가 지방의 ‘사케(청주)’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꼭 맛보아야한다.

■ 시로카네야 Profile

-찾아가기 : 코마츠 역에서 JR로 2시간 30분
-주소 : 922-0242 이시카와현 카가시 야마시로 온천 18-47
-문의 : 0761-77-0025 www.shiro ganeya.co.jp
-객실 : 7층에 총 23개 객실, 클래식 타입-다다미방 8개, 모던 타입-15개 중 스탠다드 룸 12개, 와양식 2개, 노천탕이 딸린 객실 1개
-인터넷 사용 여부 : 로비에서 무선 인터넷 가능
-주변 관광거리 : 야마시로 마을의 도자기 공방 구경하기, 일본산 혹은 유럽에서 만든 크리스털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유리 공예관, 종이 접기 박물관, 카가현의 전통 과자를 맛볼 수 있는 과자 박물관 등
-식사 스타일 : 석식 레스토랑과 조식 레스토랑이 따로 있다. 아침은 ‘신카가초쇼쿠’를 저녁은 ‘신카가 가이세키’를 즐길 수 있다

★ 여심을 사로잡는 비결 ㅣ키쇼안

예술과 음악 등에 관련된 다양한 시설이 산재하고 이 지역 출신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크고 작은 갤러리가 다양한 ‘예술의 도시’마츠모토에서 ‘세련된 디자인 료칸’을 컨셉트로 하는 키쇼안(貴祥庵)은 보다 육중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모던함과 미니멀리즘을 굳이 온도로 정의하자면 ‘차다’. 하지만 모던한 감각의 키쇼안은 그런 ‘치우침’에 대한 우려를 바로 디자인 감각으로 방지했다. 가령 목조와 철조를 조화롭게 사용한 모던한 아웃테리어는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료칸의 통로를 자박자박 걸어 널찍한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유리창 너머 시원하게 쏟아지는 인공 폭포와 싱그럽게 푸르른 정원이 한눈 가득 들어온다. 은은한 조명 빛에 반짝거리는 하얀색 조개껍질 가루로 장식한 천장, 노랑색이 기본 컬러인 인테리어는 외관과는 사뭇 다르게 따뜻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뿐이 아니다. 객실로 오르는 복도의 양 옆. 사방팔면 어느 곳 하나 똑같지 않은 다양한 재료와 표현법으로 장식한 키쇼안의 ‘벽면’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볏짚, 창호지, 진흙과 패브릭, 알루미늄 등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질감과 다양한 느낌의 ‘벽’이 이토록 신선하며, 이토록 모던한 감각을 풍겼던가! ‘감탄사’를 연발하던 중, 키쇼안이 ‘각 현에 자신의 건축 작품을 하나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유명 건축가 ‘하브카 다카오’의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게 된 뒤 “오!” 하던 탄성은 “아~!”로 바뀌게 된다.

키쇼안의 객실은 와모던 양식을 따랐다. 미닫이 창이나 문, 탁자를 비롯한 가구 장식 하나도 일본 전통 공법을 현대 감각으로 디자인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 여기는 젊은층의 고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료칸답게 여러 겹의 미닫이문을 만들었고 객실 사이에도 충분한 공간을 두었다.

키쇼안의 ‘절제의 미’는 로텐부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곳은 천연 온천수를 사용하는데 피로회복과 매끈한 피부 가꾸기에 탁월하다고 입소문이 났다. 노천탕, 스팀 온천, 건식 사우나, 허브 사우나, 자쿠지탕 등 13개 종류나 되는 갖가지 시설을 통해 다양한 온천욕의 재미까지 누려 볼 수 있다.

“스베스베(매끈매끈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온천의 맛은 키쇼안의 예술적인 디자인 감각과 더불어 7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틀림없다.

■ 키쇼안 Profile

-찾아가기 : 마츠모토 공항에서 차로 30분, 도쿄 역에서 신칸센과 버스를 타면 2시간 40분 소요(*마츠모토 역에서 택시 이용 시 3,300엔 정도 든다)
-주소 : 390-0303 나가노현 마츠모토시 야사마온천 1-31-1
-문의 : 0263-46-1150 www.kishoan.net 객실 총 26개 중 스위트 룸 1개, 스탠다드 룸 21개, 노천 온천과 테라스가 딸린 객실 3개, 침대 방 1개
인터넷 사용 여부 로비에서 무선 인터넷 가능, 노트북 대여 서비스
-주변 관광거리 : 마츠모토 시내에 다양한 관광거리가 있다. 마츠모토 성이 10분 거리에 위치해있고 다양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구경할 수 있다. 여름에는 일본 문화를 체험하는 코스도 인기다.
-식사 스타일 : 다다미식과 코티지식으로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두곳있다.


자료제공·취재협조=호시노 리조트 www.hoshinoresort.com
일본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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