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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힌 홍어와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도는 새빨간 신김치에 탁주 한 사발이라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드디어 홍어의 본고장인 흑산도에서도 ‘홍어축제’가 개최됐다. 지금부터 입안을 톡 쏘는 즐거움을 찾아 흑산도로 출발한다.

전남 글·사진=박정은 기자 j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솔항공여행사 02-2279-5959 / 전라남도 신안군 www.sinan.go.kr

-흑산 홍어 축제, 그 막을 올리다

홍어의 본고장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만만치 않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약 3시간30분을 달려 목포에 도착해 또 다시 배를 타고 2시간여를 달려야 마주할 수 있다. 그만큼 흑산도의 접근성이 낮아 홍어의 본고장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축제를 개최하지 못하다가 지난 10월6일과 7일에야 ‘제1회 흑산 홍어축제’가 개최됐다.

한 접시에 몇 만원을 호가하는 무시무시한 자연산 홍어의 가격이지만 탁주와 함께 가지런히 썰어놓은 홍어의 매력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법. 이틀간 축제장에 들른 관광객만 해도 5000여명에 달하소 소비된 홍어만 200여 마리, 판매된 홍어만 해도 100여 마리라고 하니 아무리 멀고 먼 길이라도 미식가들을 떼어놓을 수는 없었나보다.

목포 연안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려면 흑산도까지는 2시간, 홍도까지는 그 이상이 걸리는데, 만일 멀미가 심한 사람이라면 여객선 1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파도의 방향 때문에 보통 흑산도로 들어가는 배편의 출렁임이 돌아오는 편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미리 멀미약을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여객선은 하루 4편 운항하며, 가격은 2만5,000원 정도다.

-삭혀 먹고 회로 먹는 홍어요리 열전



예부터 전라도 지역에서는 잔칫상에 홍어가 오르지 않으면 잔치가 아니라고 했다. 그 만큼 홍어는 전라도 음식 중 ‘귀한 몸’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 홍어를 어떻게 삭혀서 먹기 시작했는가에 대해서는 고려말 이주정책에 따라 흑산도에서 영산포로 이주한 사람들이 고향에서 먹던 홍어 맛을 잊지 못하고 변변한 냉장설비도 없이 당시 뱃길로 10일이 넘는 길을 이동하다가 자연히 홍어가 삭혀졌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오랜 뱃길에서 다른 생선은 상해서 버리기 일쑤였지만, 유일하게 독특한 풍미가 더해져 탈 없이 먹을 수 있던 생선이 바로 ‘홍어’였다는 것. 그래서인지 흑산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보다는 싱싱한 홍어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삭힌 홍어는 영산포 홍어라나?

사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 ‘삭힌 홍어’란 입에 넣는 순간 코끝을 찌르는 냄새와 한입 삼켰을 때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시큼한 향을 가진 요상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톡 쏘는 향과 맛을 가진 홍어의 중독성에 한번 빠져버리면 헤어 나오기도 쉽지 않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홍어는 술독이 풀리고 장을 깨끗하게 한다’고 나와 있고,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궁에 진상품으로 올리기까지 했다고 나와 있으니 그 매력이 임금님에게까지 전해질 정도였던 것이다.

홍어의 ‘홍(洪)’자와 탁주의 ‘탁(濁)’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 ‘홍탁(洪濁)’으로 여기에 삶은 돼지고기에 신김치를 곁들이면 전라도 최고의 안주인 ‘홍탁삼합 (洪濁三合)’이 된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따뜻한 성질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완벽 궁합을 자랑한다. 여기에 살짝 삭힌 홍어 애까지 곁들이면 중독성 강한 홍어의 맛이란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홍어는 흑산도 근해에서 연중생산되지만 10월~다음해 5월까지가 가장 제 맛을 낸다. 흑산도에서는 홍어를 비롯해 전복, 가리비, 멸치, 우럭, 성게, 미역, 다시마, 톳 등의 특산물도 판매되고 있어 싱싱한 해산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수놈은 대접 못 받는 홍어의 세계

‘만만한게 홍어 OOO’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홍어는 암놈과 수놈의 가격차가 큰데, 암놈은 살이 부드럽고 탄탄해 찜을 하면 지느러미 부근이나 속뼈가 오돌오돌 씹히는 반면 수놈은 뻣뻣해서 발라내야 할 정도로 맛의 차이가 극명해 암놈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홍어는 생식기가 외부에 달려있어 배 아래쪽을 보고 암수를 분간할 수 있는데, 중간상인들이 홍어를 받아오면 수놈 홍어의 그것부터 떼어내어 암놈과 같은 가격을 받아내려고 했다고 해서 ‘만만한게 홍어 OOO’라는 말이 생겼다.

언제나 조금 더 바지런하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흑산도에서 하루 이상을 머문다면 새벽 4시~6시 사이 예리항으로 나가보자. 홍어를 포함해 각종 생선들을 경매로 판매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 흑산도의 ‘요모조모’

1.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다고 해서 흑산도, 나무가 많아 멀리서 보면 검푸르게 보였다 해서 흑산도. 흑산도는 상록활엽수가 섬을 빼곡히 둘러싼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섬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흑산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려면 해안을 따라 섬 전역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일주도로를 추천한다. 일주도로를 통하면 흑산도의 자연은 물론 문화유적을 거의 대부분 통과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구경할 수 있다.

2.흑산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옛날에는 많은 인물들이 유배생활을 하던 섬이기도 해 다산 적약용의 형 정약전 선생과 면암 최익현 선생의 유헌비 등도 볼 수도 있다.

3.상라봉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만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흑산 예리항에서 차로 20분을 오르면 상라봉에서 이미자의 구성진 ‘흑산도아가씨’가 울려 퍼진다.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진 산 중턱에서는 흑산도 주변의 섬을 관망할 수 있어 날이 맑은 날에는 홍도까지 볼 수 있다.

4.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열두굽이 고개’

모든 고개에서 굽이가 다 보이는 절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흑산도 일주도로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총 12개의 굽이를 지나게 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그 모습이 장관이다. 연인과 함께라면 이곳 일주도로 야경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예리항에는 많을 때는 2000여척의 어선이 모여드는데, 이 배들이 일제히 불을 밝히는 밤이면 전망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또 이곳은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소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로맨틱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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