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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를 지도에서 찾아본다. 터키의 명물인 카파도키아를 찾아 헤매는 시선은 지도 위에서 길을 잃는다. 그 이유는 카파도키아는 ‘지명’이 아닌 지역을 칭한다. 그래서 지명만을 수록한 어떤 지도에서는 그 범위가 표시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그 경계가 뚜렷한 것도 아니다. 너른 초원이 펼쳐진 평평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뙤약볕에 빛이 바랜 풀이 듬성듬성 난 야트막한 언덕길이다. 그 능선을 따라가면 어느 순간부터는 희한한 모양의 암석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그렇게 점점 사방이 기암괴석으로 둘러쳐진 카파도키아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이런 곳이 내가 수십년을 살았던 지구라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사방 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분명했다. 오랜 시간동안 이곳, 카파도키아에는 분명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다.

-요정이나 스머프가 아니다. 인간이 살았던 게다

카파도키아에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있다. 약 1천만 년 전, 인근 3개의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키던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자. ‘펑, 펑’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화산재를 토해 내던 분화구는 그 주변을 두터운 화산재로 뒤덮었다. 화산재와 용암이 교차하며 여러 차례 쌓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지층은 또 지각변동에 의해 깨지고 눠졌다.

기후도 한몫했다. 비가 내려 암석의 무른 부분을 녹이고 바람 역시 암석의 구석구석을 노련하게 깎아냈다. 그래서 화산과 비와 바람이 카파도키아의 조물주인 셈이다. 민둥한 지역에 기기묘묘한 암석들의 퍼레이드를 만들어낸.

하지만 카파도키아의 환상적인 경관은 ‘사람’의 손길이 더해져 그 상상을 배가시킨다. 거친 겉모습과는 달리 기암괴석의 속내는 여리디 여리다. 화산암의 특성상 무른 재질이기 때문에 굴을 파고, 모양을 만들어 내기가 좋아 박해를 받던 기독교인들은 바로 이 카파도키아 지역에 ‘지하도시’를 만들고, 거대한 기암괴석 안에 둥지를 틀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버섯 모양의 거대한 암석’에 사람들은 창문을 만들고, 수도와 환풍 시설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마치 ‘개미집’처럼 총 8~20층 규모로 두어평 남짓한 공간의 방과 학교 등 지하도시를 만들어 냈다. ‘요정’이나, ‘스머프’같은 상상의 존재가 아닌 인간의 믿어지지 않는 ‘생존력’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 절로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열기구 타고 카파도키아 상공을 나는 기분?

늘 그렇듯 입이 방정이었다. 새벽 5시에 졸린 눈을 부비고 일어나야 하는 강행군이며, 9월 중순에도 쌀쌀한 카파도키아의 날씨며, 한 번 체험하는 데만도 거의 20만원에 육박하는 값비싼 경비까지. 하루를 투자해서 카파도키아를 몽땅 다 봤다는 자만심과 이 정도 감격으로 충분하다는 하향 평준화된 만족도. ‘안 해도 되는데’, ‘안하면 좋겠는데’같은 불순한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찼다.

이른 새벽부터 열기구 투어를 체험하기 위해 담요와 점퍼로 무장하고 투어가 시작되는 ‘허허벌판’에 몰려든 여행자들은 잠이 덜 깨 몽롱한 표정이거나, 설렘에 달떠 그 거뭇한 밤에 플래시를 펑펑 터뜨리며 기념촬영을 하는 두 무리로 분류할 수 있었다.

한쪽에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열기구의 벌룬(Balloon)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행자들이 홍차와 커피를 마시며 기다림을 즐기고 있었다. 마침내, 공기가 가득 들어간 벌룬의 크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새벽 6시30분경 드디어 상륙 준비를 마친 열기구 한 대에 약 20명가량의 여행자와 조종사가 탑승했다.

열기구가 뜨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열기구 속에 모인 공기를 가열기로 데워 팽창시키면 열기구는 마법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그 공기가 점점 식을수록 하강한다. ‘부웅~’ 떠오른 열기구는 우리의 시야보다 훨씬 높게 위치했었던, 마치 장막처럼 풍광을 가리고 있던 기암괴석의 계곡 위로 ‘둥실’ 떠오른다. 저 멀리 카파도키아를 훤히 밝히는 태양이 솟아오르고 우리의 열기구 밑에 장대한 카파도키아의 광경이 한눈에 넘치도록 들어온다.

기껏해야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던 거대한 ‘버섯 마을’이 높은 창공을 날며 내려다보니 ‘버섯 밭’으로 느껴진다. 우리를 태운 열기구는 함께 떠오른 20여 대의 벌룬과 함께 군무(群舞)를 추듯 위로, 아래로, 수평으로 능란하게 난다. 하늘 높이, 땅에 닿을 듯, 기암괴석의 버섯 지붕 위를 사뿐히 즈려밟듯이 나는 열기구 위에서는 카파도키아의 전 지역을 ‘넓게’, 그리고 또 ‘자세하게’ 다양한 각도로 조망할 수 있다.

약 1시간에 걸친 열기구 투어가 끝나면 조종사와 비행을 함께했던 일행들이 모여 ‘축배’를 든다. 게다가 몸만 열기구에 얹었을 뿐인데도 ‘열기구 투어 수료증’까지도 선사받는다. 하나같이 만족감에 가득한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 투어’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터키를 여행함에 있어 카파도키아를 필수코스로, ‘열기구 투어’를 카파도키아 여행에서의 백미(白眉)로 기꺼이 꼽게 될 것이다.

:: 운행시간 06:00~08:30 이용요금 160유로, 200달러 문의 www.hellotourism.com.tr



★ View POint- 괴뢰메 야외 박물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과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괴레메(Goreme) 지형의 수도원과 암굴 교회 등을 총칭하는 야외박물관. 1세기경,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심해지면서 기독교인들은 이곳에 암굴 교회를 지어 신앙생활을 했다. 이후 4세기,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한 뒤 교회가 타락하자 신자들은 괴레메에 수도원을 짓고 경건한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다. 과거 총 365개의 교회는 현재는 약 30개의 암굴 교회만이 개방돼 있다. 이곳의 교회는 긴 세월 동안 차례차례 지어져, 이콘(성화그림)의 변천사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뱀이 있는(일란리) 교회’, ‘사과(엘마리) 교회’, ‘혁대(토칼리) 교회’ 등의 독특한 교회명의 어원은 8~9세기 성상 파괴 시대를 피하기 위해 사슴, 포도, 물고기 등 은유적인 이콘을 이용해 성서를 표현하려는 노력이었다.

:: 관람시간 4월~10월 08:30~17:30/ 11월~3월 08:00~ 16:30 입장료 10YTL, 암흑의 교회는 5YTL

★ View POint- 우추히사르·버섯바위

우추히사르(Uchisar)는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지형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계곡이다. 과거 사람들이 거주하던 동굴은 아직까지 현지 사람들의 집으로, 식당으로, 기념품 가게로 활용되고 있다. 카파도키아의 상징 격인 ‘버섯 바위’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다.

풍화와 침식 장용으로 갖가지 독특한 형상을 갖게 된 이곳의 바위들은 각각 낙타, 오리(혹자는 나폴레옹의 모자라고도 한다) 등 인간의 눈으로 해석된 이름으로 재탄생해 여행자들의 포토 포인트로 사랑받고 있다.

★ View POint- 데린구유 지하도시

‘깊은 우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데린구유(Derinkuyu)는 수천년의 역사에 비해 비교적 늦게 세상의 조명을 받았다. 그렇기에 그 신비로움과 비밀스러움은 극에 달한다. 4,000년 전 히타이트 시대 때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이곳은 최대 3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총 20층에 달하는 대규모의 지하도시로 현재는 8층까지 개방한다. 수용인원이 많아지면서 지하 동굴은 더욱 넓고 깊숙해졌고 그 지형도 점점 미로처럼 복잡해졌다. 지하동굴 안에는 주거지로 사용하던 방이나, 부엌, 교회, 곡물저장소, 동물 사육장, 포도주 저장실, 성찬 및 세례식을 행한 장소, 신학교, 지하매장지 등 완전한 도시의 기능을 갖추었다. 게다가 긴급 상황시 다른 지하 도시로 피신할 수 있는 지하터널이 9km나 이어져 있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면서도 그 규모와 존재 자체가 믿기 어려울 정도.

:: 관람시간 11월~4월 08:30~17:30/ 5월~10월 08:00~18:00 입장료 10YTL


터키 글·사진=신중숙 기자 mybest@traveltimes.co.kr
취재협조=터키관광청 한국홍보대행사 (주)나스기획 02-336-3030
터키문화관광부, 터키항공 www.thy.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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