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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를 그리며 라싸 땅을 밟은 여행자라면 잠깐의 혼돈을 피할 수 없다. 중국어 일색인 간판과 자동차가 점령해 버린 도로. 중국의 한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이곳이 과연 티베트인가? 하고. 맞다. 티베트는 이미 중국의 자치구 중 하나일 뿐이다.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도 떠나 버린 중국 땅의 일부가 티베트인 것이다. 하지만 처음의 혼돈은 라싸에 머무는 동안 금방 사라지게 된다. 남의 땅, 내 땅을 생각지 않고 머리를 조아리며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들 덕분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생활이, 종교가, 생활이 된 종교가 있을 뿐이다. 티베트인들이 살아가는 티베트는 그래서 티베트다.

에디터 트래비 편집국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아리수투어 02-736-4041

■ 조캉 사원 : 티베트의 심장

티베트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조캉 사원’. 석가모니 불상을 만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끊임없는 오체투지로 신앙심을 표현하는 티베트인들 때문일까. 조캉 사원에 서면 티베트 땅 구석구석을 감싸고 있는 티베트 불교의 힘이 느껴진다.

조캉은 7세기 초, 송첸 감포 왕 때 만들어진 유서 깊은 사원이다. 당시 티베트는 토번이라는 나라로 송첸 감포 왕에 이르러 티베트 전역을 통일하고 수도를 라싸로 옮긴다. 그는 네팔 공주인 브리쿠티와 632년에 결혼해 포탈라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또한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고원 아래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당나라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에 당나라 황제는 공주를 라싸로 보내 송첸 감포와 결혼하도록 한다. 그 공주가 문성공주다. 641년의 일로 문성공주는 681년에 사망할 때까지 라싸에서 살았다.

조캉은 본래 네팔 공주가 네팔에서 가져온 ‘미쿄 도르제(부동금강류금동상)’를 모시기 위해 만든 사원이다. 사원의 정문이 네팔을 향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조캉과 같은 시기에 건축된 자매 사원인 ‘라모체’는 당나라 문성공주가 가지고 온 신성한 불상인 ‘조워(석가모니 불상)’를 모시기 위해 만들었다.

전설에 따르면 사원 터가 호수였던지라 사원은 짓기가 무섭게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문성공주는 산에 사는 양들을 이용해 흙을 날라 호수를 메우며 조캉을 건설했다. 이때부터 양이라는 뜻의 ‘러’와 흙이라는 뜻의 ‘싸’가 합쳐져 라싸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조캉이 지금처럼 신성시된 건 송첸 감포 왕이 사망한 이후 문성공주가 조워를 보호하기 위해 라모체에서 조캉으로 조워를 옮겨 숨겨 놓으면서부터다. 티베트인들에게 조워의 의미가 어떠한지는 조캉 사원에 서면 금방 알게 된다. 끝이 없을 듯한 줄 그리고 줄. 모두 조워를 보기 위한 발걸음이다. 사원의 3층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백명은 됨직한 이들이 오체투지를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는 종교와 일상의 구분이 무의미한 듯 보인다.

조캉 사원은 639~647년 사이에 건축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 증축과 보수가 이뤄졌다. 안타깝게도 문화혁명 당시에는 상당 부분 파괴되기도 했다. 한때는 돼지우리로 사용됐을 정도였다니 당시의 황폐함이 짐작된다. 승려들이 조캉 사원에서 다시 수행하게 된 건 1979년의 일. 현재의 조캉 사원은 1992~1994년에 재건축한 것이다. 입장료 70위안.

■ 바코르 : 가장 유명한 순례 길

바코르. 외지인들에게는 시장 정도로만 보이는 짧은 길이지만 티베트인들에게 바코르는 순례의 길이다. 마니차를 돌리며 바코르를 순례하는 티베트인들을 보면 이 길이 갖는 의미가 조금이나마 짐작된다. 바코르를 알려면 우선 ‘코라(Kora)’를 알아야 한다. 코라는 티베트에서 말하는 순례 길이다. 주요한 사원이나 도시 가장자리를 따라 코라가 형성된다. 코라를 따라 돌 때는 반드시 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코라를 도는 이들은 불교도가 아니라 ‘뵌교도’라고 보면 된다.

라싸에서 중요한 코라는 모두 4개다. 가장 짧은 코라는 조캉 사원 내부를 도는 ‘낭코르(Nangkor)’. 사원이 문을 여는 시간 전부터 티베트 순례자들이 찾아와 줄을 선다. 조캉 외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코스는 ‘바코르(Bakor)’로 라싸에서 가장 유명한 코라다. 1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로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라싸 구시가를 한 바퀴 도는 ‘링코르(Lingkor)’는 무려 8km 길이다. 도시가 확장되며 4차선 도로가 점령해 순례자의 발길은 적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포탈라 궁을 따라 도는 ‘포탈라 코라(Potala Kora)’가 있다.

바코르는 조캉 사원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레 생겨났다. 바코르가 형성되면서 라싸 구시가의 모습도 형성됐다고 보면 된다. 하여 바코르에서는 라싸에서도 가장 라싸다운 옛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바코르 곳곳에 선 상점과 노점들도 볼거리다. 각종 불교 용품과 장신구, 차, 공예품 등을 판매해 티베트 관련 기념품을 사기에 그만이다. 물론 흥정은 기본이다.

★ 칭창열차 타고 티베트로

2006년 7월1일, 베이징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철길이 열렸다. 1979년에 시닝-꺼얼무 814km 구간을 1차로 완공한 데 이어 2005년 10월에 꺼얼무-라싸 구간을 완공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철길이 탄생한 것이다. 꺼얼무-라싸 구간은 2001년부터 공사비 2조2,000억원을 투입해 만든 것으로 평균 해발이 4,500m, 최고 해발인 탕굴라 산이 5,072m나 된다. 해발은 열차 내 고도계를 통해 알 수 있다. 베이징에서 라싸까지 총 길이는 4,064km. 48시간 거리다. 베이징 서역을 출발한 열차는 스자좡, 시안, 란쩌우, 시닝, 꺼얼무, 나취역을 지나 라싸까지 운행된다. 해발이 높아지는 꺼얼무-라싸 구간은 열차 내에 산소가 공급된다. 개인 산소 흡입기를 나눠주지만 큰 필요는 없다.

열차는 좌석칸과 4인실 침대칸, 6인실 침대칸으로 구분된다. 4인실 침대칸이 가장 안락하지만 표를 구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6인실 침대칸의 표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 6인실 침대칸은 상, 중, 하층으로 구분된다. 2, 3층에 마련된 중, 상층은 앉았을 때 허리를 완전히 펼 수 없다. 베이징-라싸 6인실 상층 767위안, 중층 789위안, 하층 813위안.

열차 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책이나 MP3 플레이어, PMP 등은 기본. 일행이 있다면 카드나 화투도 준비한다.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 컵라면이나 고추장, 밑반찬, 간식거리도 유용하다. 열차 내에서도 도시락과 컵라면을 판매하지만 한국인의 입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대신 도시락에 컵라면이나 밑반찬을 곁들여 먹으면 손색없는 한 끼 식사가 된다. 뜨거운 물은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다. 도시락이 지겹다면 식당을 이용하자. 밥이 5위안, 요리가 25~35위안 정도로 한 상 가득 진수성찬을 차려도 1만원이 안 나온다. 열차 내에서는 흡연도 가능하다. 단, 산소가 공급되는 꺼얼무-라싸 구간은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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