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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부라캉 티베트 최초의 궁전

티베트에서 가장 오래된 궁전인 ‘융부라캉’은 절벽 위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융부라캉에 올라서 본다. 궁의 한 켠은 티베트 농경문화의 발상지와 접하고 있다. 티베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경작지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농경지를 가득 메운다. 농경지 반대편으로는 소원을 가득 담은 룽다가 바람에 펄럭인다. 융부라캉이 얼마나 신성한 곳인지 굳이 궁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티베트 최초의 사원이라는 것 이외에 융부라캉이 세워진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다. 티베트 최초의 왕인 냐트리 첸포 때인 247년 또는 127년에 건설, 라토토리 넨젠 때인 374년에 증축됐다고 한다. 건설 당시에는 뵌교(Bon敎)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이후 송첸 감포 왕 이후 불교를 받아들이며 불교적인 색채를 띠게 된다. 전설에 의하면 433년 하늘에서 불교 문서가 융부라캉 지붕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불교 문서는 당시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송첸 감포 이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융부라캉은 여러 차례 증축, 복원됐다. 송첸 감포 왕에 이르러 내부에 2개의 법전을 추가했으며, 5대 달라이 라마는 황금지붕을 추가했다. 문화혁명 또한 융부라캉을 변화시켰다. 당시 파괴된 융부라캉은 1982년에 보수됐다. 건물은 3층 규모로 전체 높이가 11m다.

내부에는 불상과 티베트 역대 왕들을 모시고 있다. 1층 내부 법전에는 석가모니 불상을 중심으로 여러 왕의 동상을 안치했다. 2층 법전은 관음불을 모시고 있다. 불상보다는 융부라캉의 건축 과정을 담은 내부벽화가 더 유명하다. 입장료 60위안.



★ 쌈예 사원 티베트 최초의 불교 사원

쌈예사원에 가려면 배를 타고 체탕에서 조금 못 미친 쌈예 보트선착장에서 얄룽 창포 강을 건너 1시간가량 들어가야 한다. 배를 타고 도착한 선착장에서도 버스나 트럭으로 20분 가량을 더 가야 쌈예 사원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버스로 갈 수 있는 길도 있지만 비포장길을 1시간 이상 달려야 해, 어느 길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다. 험난하다면 험난한 길. 재미라도 없다면 그야말로 지루할 듯하다. 이른 아침, 쌈예사원으로 가는 배는 만원의 만원이다. 전복이 걱정될 정도니 두말 하면 잔소리다. 티베트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며 가야 하는 건 당연한 일. 떡진 머리의 티베트 사람들이 왠지 친근해진다.

쌈예사원이 건설된 시기인 775~779년에 티베트에는 뵌교가 번창했다. 티베트를 통일한 송첸 감포 왕은 7세기에 불교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국가 형태를 정립하고자 했지만 뵌교와의 기나긴 싸움을 겪어야만 했다. 송첸 감포 왕 이후 티베트에 정식적인 사원을 건설하기까지 130년이 걸렸으니 얼마나 오랜 시간 뵌교와 불교가 갈등을 겪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쌈예 곰파를 건설한 왕은 문수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트리송 데첸’. 그가 태어난 곳과 인접한 쌈예계곡에 사원을 건설하기로 하고, 인도 승려 ‘산따락시따’를 초빙한다. 하지만 뵌교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인도의 신비주의 고승 ‘파드마삼바바’를 초빙해 뵌교를 물리치며 불교를 정착하는 계기를 만든다. 쌈예사원의 입구에는 불교를 국교화한다는 비문이 세워져 있다. 사원을 건설함과 동시에 7명의 귀족 자제를 승려로 입문시켰으며, 인도와 중국의 학자들이 불교 경전을 티베트어로 번역하게 했다. 이로써 쌈예사원은 불상과 스님, 경전의 삼보를 갖춘 티베트 최초의 불교 사원이 된 것이다.

건축적으로도 쌈예사원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쌈예사원의 전체적인 모양은 불교의 우주를 표현한 만달라를 형상화하고 있다. 사원 중앙에 만든 우체(대법당)는 우주의 중심을 상징한다. 3층짜리 건물에서 1층은 티베트, 2층은 중국, 3층은 인도의 양식을 따랐다. 동서남북 사방에는 빨간색, 검은색, 흰색, 녹색의 초르텐(탑)을 만들었다. 초르텐과 초르텐 사이에는 외부 사원인 링을 건설, 각 방향마다 메인 링 사원 한 개와 작은 링 사원 두 개씩을 세웠다. 메인 링 사원은 4개의 대륙, 작은 링 사원은 8개의 아대륙을 상징한다. 이외에 쌈예 사원에 세워진 건물은 모두 108개, 사원 외벽에 만든 작은 초르텐은 모두 1008개로 사원의 모든 구조는 불교적인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입장료 60위안.



★ 암드록쵸 푸른 보석

해발 4900m. 라싸에서도 1000m 이상을 더 올라간 곳에 ‘푸른 보석’ 암드록쵸가 자리했다. ‘암드록쵸’는 남쵸, 마나사로바와 더불어 티베트의 3대 성호(聖湖)로 일컬어지는 곳. 호수의 물이 마르면 티베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성한 믿음을 간직한 곳이다.

암드록쵸로 가는 길은 참으로 아슬아슬하다. 왕복 2차선 도로는 거대한 산을 둥글게 휘감으며 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이 길, 황톳빛으로 이어지는 티베트의 산줄기가 겹겹이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게 산길로만 1시간을 달리면 깜바라 정상이 나타난다. 달려온 길의 반대로 내려가면 ‘나가체’다.

호수의 길이는 130km, 너비는 70km, 총 둘레는 250km에 달한다. 절대로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높이도 높이인지라 라싸에서 적응 기간을 거쳤더라도 숨쉬기가 버겁다. 이들 모두 호수의 성스러운 면모이리라. 이런 호수를 티베트 사람들은 오체투지로 순례한다고 한다.

티베트 라싸 글·사진=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아리수투어 02-736-4041


★“체탕과 노숙자?”

융부라캉과 쌈예 사원이 자리한 체탕 일대는 티베트 문명의 발상지다. 티베트 최초의 궁전인 융부라캉이 자리했으며, 티베트 최초의 법전인 ‘트란드룩’을 간직하고 있다. 쌈예는 티베트 최초로 불교를 국교화한 사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연일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한데 성지 순례자들은 어디에서 먹고 잘까? 궁금하다면 새벽에 체탕 거리에 나서 보자. 저녁까지 멀쩡했던 도로 한 켠이 온통 포장마차로 가득하다. 생긴 게 딱 포장마차다. 밤새 야시장을 형성했나 싶을 정도로 많은 티베트 사람들이 포장을 치고 숙식을 해결한다. 순례자들을 노숙자라 칭하기엔 뭣하지만 딱히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 “10위안이면 OK!”

한국 돈 1,300원에 해당하는 10위안. 티베트에서는 참으로 큰 돈이다. 그래서인지 10위안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융부라캉에 당도한 여행자들을 가장 먼저 맞는 이들은 호객꾼이다. 말을 타고 절벽 위 융부라캉까지 오르라는 거다. 말을 타는 비용은 10위안. 절벽을 돌아 난 아슬아슬한 외길을 따라 말은 잘도 걷는다. 황톳빛 마을을 조망하며 말을 타는 기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융부라캉 앞에는 룽다를 파는 호객꾼들이 대기하고 있다. 룽다 역시 10위안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룽다에 적고 소원을 빈다. 그 소원이 이뤄진다면 10위안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룽다는 경전을 써 놓은 천 조각이다. 바람에 날려 널리 불교가 전파되라는 의미로 집 안이나 산에 걸어 놓는다. 강 근처에 룽다가 걸려 있다면 그곳은 틀림없이 수장(水葬)을 하는 곳이다.

10위안이면 할 수 있는 것은 그 밖에도 많다. 티베트 사람들이 환영의 의미로 목에 걸어 주는 ‘하다’ 역시 10위안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 조캉 사원 앞에 자리한 두 개의 법주에는 수많은 하다가 걸려 있다. 16세 이상의 여성들이 결혼을 기원하면서 걸어 놓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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