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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일본 후쿠오카 건너가는 데도 2시간 반이면 된다.

목포에서 제주도를 건너가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고 저렴한 3등 객실 요금은 2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목포에서 4시간을 넘게 가야 도착하는 섬이 있다. 직선거리는 154km라고 하는데, 채산성 때문에 홍도도 들려야 하고 흑산도도 들려야 하니 돌아돌아 230여km를 간다. 배삯도 편도 4만6,550원이나 한다. 바로 대한민국 최서남단에 위치한 섬 가거도다.

그런데 이 섬 특이하다. 최첨단 디지털 영화관이 운영된다. 흑산면 출장소 2층에 마련된 상영관은 60여석 규모로 매월 영화 2편을 무료로 상영한다. 팝콘과 콜라도 공짜라고 한다.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프리머스시네마에서 운영하고 있는 영화관으로 필름을 대신해 디지털 신호로 영상을 전송해 영화를 상영하는 시설을 갖춰 놓았다. 뭍에 한 번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신 유행하는 영화를 극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다.

-여행의 시작 가거도를 상상하다

시골, 농촌 하면 자그만 단층집들과 신작로, 논두렁 밭두렁, 하우스 등을 떠올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뭍에서 서남쪽으로 가장 먼 그 섬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박한 어촌 마을을 떠올렸다. 동쪽 끝섬 독도 때문일까. 사람이 북적대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다. 호젓하고 한산한 풍경이 자리한다.

목포와 가거도를 연결하는 배는 매일 오전 8시쯤에 목포를 출발한다.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홍도, 흑산도에 머무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그 떠들썩함과 활기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가거도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유명한 곳을 두고 사진 한 번 본 적 없는 곳으로 향하는 것은 결의까지 느껴진다.

가거도로 오가는 길 바다는 풍경이 여러 차례 바뀐다. 몽실몽실한 섬들이 흩어져 있는가 하면 양식장의 모습도 보인다. 멀미가 날 때는 먼 곳을 응시하라고 했던가. 다도해는 시선을 줄 곳이 많아 좋다.

-당신의 상상보다 낯선 섬

12시 반 즈음 배는 가거도 1구마을 대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 배가 잠시후 가거도를 출발하는 배가 된다. 보통 특산물을 팔고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게 마련인데, 가거도의 선착장은 분주히 그곳을 떠나려는 이들만 눈에 띤다. 때문에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혹자는 바다 너머 펼쳐진 알록달록한 섬마을의 모습을 보고 지중해 섬을 떠올리고, 혹자는 사람 냄새 묻어나는 정겨움이 없다며 서운함을 느낀다.

가거도를 찾는 외지인들은 세 부류이다. 가장 마니악한 이들은 낚시꾼들이다. 낚이지 않는 곳에서 낚시대를 드리우는 이들도 있지만, 던지기만 하면 월척을 낚을 수 있는 낚시 포인트도 낚시꾼들을 유혹한다. 겨울이면 감성돔을, 여름이면 농어와 돌돔을 낚아 올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산악회 사람들은 흥이 넘친다. 해발 639m의 가거도 독실산은 바위산에 상록수림이 뒤덮고 있다. 그 자체로 뭍의 산들과 다른 묘한 마력이 가득하다. 산에 오르면 정상에서 후끈한 바닷바람을 맞이할 수 있다. 온통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다뿐으로 파랗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비취빛이기도 하다.

외딴 섬에 대한 동경과 고립감을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좋다. 주말이건, 평일이건 이리저리 거닐어도 사람이 많지 않다.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다. 마을과 마을은 거리상으로 가까우면서도 오가기에 요원하다.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사람에 치여서 떠나온 사람이라도 어느새 사람이 그리워질 법하다. 다행히 휴대폰도 잘 터지고 우체국도 민박집 가까이에 있다.



-섬 사람들처럼 여가 즐기기

낚시꾼도 관광객도 가거도를 둘러보고 싶으면 배를 빌려야 한다. 2시간 여 정도 섬을 돌아보는데 15만~20만원 선이다. 섬을 따라 돌아보면 오랜 세월 바다와 바람이 빚어놓은 갖가지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배를 타고 나가면 1907년에 지어졌다는 가거도 등대를 방문할 수 있다. 유인 등대인 이곳에서 등대지기 분을 만나 담소를 나눈다. 물도 얻어 마시고 등대 곁에 앉아 잠시 휴식도 취한다. 등대에 방문했다는 것만으로 방금 전 바다 위에서와 다른 시간의 세계에 초대된 듯 하다. 아름다운 등대의 모습에 저절로 셔터를 누르게 된다.

가거도의 섬 가운데는 검고 평평한 바위로 이뤄진 곳이 있는데 섬 사람들은 그곳으로 야유회를 나선다. 같은 섬 일텐데 그곳 바위에 앉아 삼겹살을 굽고 술잔을 기울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뱃길을 달리다가 태양이 따갑다고 느껴질 때면 바위 사이로 배를 숨긴다. 캐러비안의 신비한 장소를 찾아간 듯 그곳에서 더위를 식히는 기분도 색다르다. 8만원을 내면 가거도 해녀 분들과 함께 동행할 수 있는데, 해삼과 홍합을 직접 채취해 배 위에서 구워 먹을 수도 있다.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한국관광공사 www.knt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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