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이 안의 시간 속을 흘러가다

배경은 17C의 옛 거리, BGM은 경쾌한 시클로(Cyclo)의 멜로디. 떠들썩한 사람들의 삶이 물결치는 ‘생활의 소리’들은 추임새다. ‘호이 안(Hoi An)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옛 거리. 그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제 옷 가게, 화랑, 도자기 공방들. 그 안에 수천 가지의 개성과 삶을 반짝이며 빛내고 있던 고고한 작품 하나하나는 여행자의 발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만든다. 그래서 감히 말하고 싶다.

호이 안은 베트남 여행길에서 만나는 소중한 수확, 그리고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고혹적인 옛 도시의 아름다움이, 낭만적인 강변의 밤이, 이 도시의 예술성이 여행자를 숙명처럼 끌어당긴다.

★ Theme 01 : 옛 거리에서



어쩌면 페인트가 바래고 낡은 벽의 고가(古家)로만 이뤄진 마을 풍경은 첨예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클로에 몸을 싣고, 경쾌한 그 소리에 마음을 싣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강바람을 느끼며, 시간 감각에 둔해질 때쯤이면 투덜대며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하나 둘, 가슴에 스며들 것이다.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맛보려면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옛 거리를 따라 걸어 보자.

수백년의 역사를 견뎌 온 마을은 이 땅을 처음 밟은 여행자에게도 ‘아련함’을 선사한다. 800채가 넘는 고가가 빼곡한 올드 타운(Old Town)은 ‘쩐 푸 거리(Tran Phu)’를 중심으로 밀집돼 있다. 또한 이 거리는 올드 타운의 메인 거리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술품점, 골동품점 등 화려한 간판으로 치장한 고가들이 즐비하다. 풍 흥(Phung Hung) 고가와 내원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쩐 푸 거리의 화랑가에서는 화려한 유혹이 시작된다. 어느 것 하나 꼭 같은 것이 없는 개성만점, 각양각색의 미술품들과 도자기들이 여행자의 넋을 빼놓는다. 좁은 입구 앞에 진열해 둔 미술 작품을 가만히 보다 보면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누군지, 그 사람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지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게 된다. 이 거리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거의 모든 갤러리마다 화가의 작업실이 함께 있어 작화를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직접 그에게 궁금한 질문들을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쩐 푸 거리의 북쪽에 위치한 ‘판 쭈 찐 거리(Phan Chu Trinh)’와 쩐 푸 거리 남쪽의 ‘응우엔 타이 혹 거리(Nguyen Thai Hoc)’는 하루 종일 ‘드르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슥삭 슥삭’ 가위질 소리로 분주하다. 올드 타운에서는 하루 이틀이면 근사한 옷 한 벌을 만들어 입을 수 있는데 이 두 거리에는 특히나 많은 양장점이 몰려 있어 아오자이뿐 아니라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모두 다 만들어 준다. 실제로 이곳 양장점들에는 잡지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오려오거나 카탈로그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 작업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보통 하루에서 이틀 정도가 걸리며 가격은 1만5,000~3만원 선으로 무척 저렴하기 때문에 이곳의 맞춤의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여행자들의 ‘머스트 바이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투 본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박 당 거리(Bach Dang)’는 야경이 아름다워 특히 밤이면 베트남의 연인들과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강과 강변의 레스토랑이 만들어내는 은은한 조명 속에 큰 길은 음악소리와 여행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시끌벅적하지만 이 거리는 밤의 낭만을 호젓하게 즐기기 좋다. 지나간 세월을 더욱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이 요상한 마을 호이 안에서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새삼 상념에 젖어 본다.

★ Theme 02 : ‘똑!똑!’ 옛 건물들을 방문하며



호이 안은 ‘무역 전성기’때,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의 사람들이 어울려 상업의 장을 이뤄내던 도시답게 퓨전 스타일이다. 호이 안의 옛 건물들 역시 이 지역에서 상권을 주름잡던 중국, 일본 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여기에 베트남 문화가 더해졌는데 특이한 점은 세 가지의 문화 색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데 있다.

내원교(일본교) Cau Lai Vien 17C 일본 상인들이 만든 목조 다리로 예전에는 이 다리가 동쪽의 일본인 거리와 서쪽의 중국인 거리를 연결시켜 줬다. 7차례에 걸쳐 재건축을 하면서 처음에는 일본 건축 양식이었지만 점차 중국풍으로 변해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일본인 마을 쪽의 원숭이 상과 중국인 마을 쪽의 개 조각상이 각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는데,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중앙에 있는 부처의 제단은 두 가지의 설이 있다. 하나는 중국, 일본, 베트남 세 나라의 국민들 사이의 평화와 우정을 기원하는 의미로 세워졌다는 설이고 또 다른 설로는 옛날 커다란 괴물이 이 근방에 있었는데 그 괴물이 움직일 때마다 마을에는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 마을 사람들이 괴물을 달래기 위해 제단을 만들어 해마다 제사를 지낸다는 것.

떤키 고가 Nha Co Tan Ky 호이 안을 대표하는 건물로 1985년 최초로 문화유산 판정을 받아 유명해진 고옥이다. 일본 교토풍의 저택을 본딴 건물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중국식, 베트남식, 일본식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풍훙 고가 Nha Co Phung Hung 내원교 옆의 풍흥 고가는 베트남, 중국, 일본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목조 가옥. 약 200년 전에 무역상이 지은 집인데 지금도 이 가문의 8대 후손이 이 고옥에 살고 있다고 한다. 내부에는 기념품점도 있어 쇼핑하기에도 좋다.

쩐가 사당 Nha Tho Toc Tran 1802년 중국인의 후손인 구엔 왕조의 관리가 지은 사당으로 선조에게 참배를 올리는 곳과 주거지로 분리되어 있다. 내부 장식은 일본풍이 많이 남아 있고, 사당에는 3개의 문이 있는데 양쪽 2개의 문은 가족이 사용하며 중앙의 문은 선조들의 영혼이 드나드는 문으로 특별한 경우에만 개방한다. 집 안에는 선조의 유품이나 가보 등도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다.

※ Tip : 옛 거리 가옥 방문을 위한 ‘종합 티켓’

시내 5곳의 티켓 판매소에서 호이 안 관광 티켓을 판다. 이 표로는 3개의 박물관, 3개의 회관, 4개의 고가, 전통 음악 공연 및 수공예품 워크숍, 내원교와 꾸안공 사원 등을 입장할 수 있다. 각 번호마다 한 가지의 어트랙션을 골라 들어갈 수 있다.

- 운영시간 06:30~17:00(고가나 박물관의 개방시간도 비슷하다) 가격 1장에 7만5,000VND(약 4,500원)

★ Theme 02 :상상하라, 참파왕국의 흥망성쇠



호이 안의 남서쪽 45km 부근 정글에는 참파 왕국의 성지인 메이선 유적지가 있다. 메이선 유적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축소판 앙코르와트 같다고 하지만 앙코르와트와는 비견되지 않는 규모와 거의 무너져 내리고 스러져 버린 유적지의 허망함이 먼 길을 달려온 여행자를 실망시킬지도 모를 노릇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권력의 흥망성쇠를 ‘슬픔’이라는 단순한 단어보다는 ‘처연함’이라는 좀더 복잡다단한 심경으로 읽어내게 된다. 천년왕국인 참파왕조는 한때 앙코르 제국의 크메르 왕조를 지배할 정도로 강성했으나 어느 날 역사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메이선 유적은 4C부터 13C에 이르기까지 약 900여 년 동안 힌두 신들을 모셨다. 그중에서도 창조와 파괴의 신인 ‘시바’를 모시던 곳이다. 이곳은 14C 이후 정글에 묻혀 역사에서 사라졌다가 1898년 프랑스 사람이 우연히 발견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하지만 프랑스는 주요 유물들을 뜯어 본국으로 가져갔으며, 1969년과 72년 미군의 폭격으로 메이선은 더욱 참혹하게 망가졌다. 발견 당시에는 약 70개의 건물이 있었고 일부는 복구됐으나 미군의 폭격 뒤에는 20개의 유적 외에 모두 소실되고 파괴됐다.

메이선 사원의 구조는 마치 태양계를 연상시킨다. 주 사원(Kalan)을 중심으로 작은 탑들이 태양계의 행성처럼 그 주변에 배치해 있는 형태다. 또 각각의 건물 주위는 붉은 벽돌로 벽을 쌓아 독립적인 작은 우주를 구성했다. 이런 구조물의 흔적이 메이선 유적지에 약 7개 정도가 남아 있다.

신전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세월에 풍화, 침식돼 그 형체를 잃었지만 각종 부조들이 흥미롭다. 가늘고 긴 눈, 두터운 입술, 요염한 자태를 하고 있는 댄서와 악기를 연주하는 남자, 코끼리, 원숭이를 의인화한 부조 등. 세월에 깎이고 전쟁으로 파괴됐을지언정 힌두교의 흔적과 발전된 건축양식을 느낄 수 있다.

천년을 버틴 이 왕조는 북부 베트남에서 밀려 남쪽으로 쫓겨난 뒤 멸망했으며 참파 왕조의 후손들은 소수민족으로 전락해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13만명 정도의 참족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메이선 유물은 다낭 시내 참 조각 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 호이 안에서 꼭 먹어야 하는 특별한 음식들



까오 라우 Cao Lau

까오 라우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우동처럼 만든 쌀국수다. 잘 익힌 쫀득하고 두꺼운 면을 깔고 간장 소스 등으로 간을 한 돼지고기를 얇게 저며 각종 야채와 튀긴 쌀 과자로 함께 장식한다. 고기를 재울 때 사용한 양념을 국수 위에 끼얹어 비빔면처럼 먹는다. 호이 안 이외의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요리다.

반 바오 박 Banh Bao Vac

중국 음식 문화의 산물로 새우 살을 갈아서 쌀로 만든 쌈에 만두처럼 빚어낸 것이다. 중국 사람이 처음 베트남에 알려준 뒤 마치 백장미처럼 아름답다 하여 프랑스 사람이 화이트 로즈(White Rose)라고도 불렀다. 쫀득한 쌀과 고소한 새우 살이 조화를 이루며 느억 맘 소스와 먹으면 더욱 좋다. 한국인의 입맛에 매우 잘 맞는다.

환탄 Hoan Than

환탄은 완탕의 베트남식 발음이다. 역시 중국 요리에서 영향을 받았다. 찌거나 튀긴 요리로 많이 나온다. 특히 튀긴 환탄에 토마토 소스와 새우살을 얹은 요리는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베트남 글=신중숙 기자·사진=Travie photographer 우경선, 신중숙 기자
취재협조=트래블메카 02-774-7700 www.travelmecca.net
신짜오 베트남 www.vnsky.kr 베트남항공 02-757-8920 www.vietnamairlines.co.kr






-ⓒ 여행신문(www.traveltimes.co.kr)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