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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 속 여행지가 있다. 상상하면 설레고, 경험하면 자신의 동경이 허상이 아니었음에 감사하고, 추억하면 아련한 곳 말이다.

스위스가 그렇다. 그 매력은 바로 알프스 산맥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토의 거의 절반이 알프스 산맥이니 그럴 수밖에. 알프스는 거침없이 치솟고 내리꽂고 휘저으며 대자연의 신비를 증명했고, 경계를 갈랐으며, 다양한 문화를 잉태했다. 산맥이 한 숨 돌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호수들이 들어차 허리를 감싸고, 그 수면 위로는 산과 아기자기한 도시의 모습이 일렁인다.

‘스위스=알프스+호수+도시’의 공식은 언제나 유효하다. 그 공식 속에 깃들여진 형형색색의 재미와 감동은 또 어떤가. 머리가 아니라 가슴 깊숙한 곳에 소복이 간직되는 이유다.



루체른의 3대 산, 자웅을 겨루다!

루체른은 ‘산과 호수와 도시’라는 스위스의 전형적인 완성공식을 충족하는 곳. 때문에 루체른을 선택하는 데는 머뭇거림이 없지만 막상 완성공식의 3대 축 중 하나인 산을 선택하는 데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리기(Mt. Rigi), 필라투스(Pilatus), 티틀리스(Titlis)라는 3대 명산이 루체른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기 때문. 3곳을 모두 선택하면 그만이지만 늘 그렇듯 여행일정은 부족하다.

이들 3개 산은 저마다의 특징과 명성을 갖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다. 높이로 치자면 티틀리스가 3020m로 가장 높지만 산세로 치자면 필라투스(2132m)가 가장 거칠고 남성적이다. 필라투스는 태고적부터 용이 살았다고 해서 ‘용의 산’으로 불리기도 하며, 예수에게 사형을 언도한 로마시대의 총독 빌라도의 라틴식 이름이 ‘폰티우스 필라투스’여서 ‘악마의 산’으로도 불리는 등 명성이 높다. 그렇다고 리기가 빠지는 것도 아니다. 높이는 1800m로 가장 낮지만 유럽 최초의 산악 톱니바퀴 열차가 1871년부터 운행되기 시작했으며,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며 군림하고 있다. 이래저래 고민만 커질 뿐이다.


리기, 낮되 사려 깊은 알프스

융프라우, 글래시어3000, 마테호른, 필라투스 등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대자면 리기도 훌륭한 선택이다. 스위스 알프스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들의 여왕이라는 별명은 괜히 얻었겠는가. 리기는 산세가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맛이 유별나다. 그 여성스러움은 호수의 잔잔함과 참 잘 어울린다. 스위스풍의 목가적인 풍경은 기본이다. 최고지점인 리기 쿨룸(Rigi Kulm)에 오르면 360도 대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필라투스를 비롯한 알프스 봉우리들이 들쑥날쑥 원경을 장식하고 크고 작은 호수들과 그 위를 유영하는 유람선들이 중경을 채운다. 자세를 바꿔 돌아보면 멀리 독일과 프랑스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스위스 대자연의 다채로운 진면목이 가깝고 뚜렷하다. 겨울 눈 쌓인 리기산을 산책해보라. 만지면 후루룩 날아갈 것만 같은 가녀린 눈꽃들이 만발하고,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는 경쾌하다. 산정 카페에 들어가 창살을 통과한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며 시원하게 생맥주라도 한 잔 들이키면 알싸하고 씁쓰름한 진한 맛이 순도 100%의 깨끗한 공기와 함께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정적인 완상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계절별로 갖가지 액티비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신록의 계절에는 산기슭 오솔길을 따라 산책한다. 산책로의 총연장은 100km에 이른다고 한다. 각종 허브를 체험할 수 있는 허벌투어나 산악농장 체험 등에 참가할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풀밭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면 그만이다. 은빛 세상이 되면 한층 액티브한 리기를 만날 수 있다. 스키와 스노우보드, 설신 하이킹, 크로스컨트리가 새로운 재미를 안겨준다. 눈썰매를 무시했다가는 낭패 당하기 일쑤다. 잘 다듬어진 눈길코스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미끄럽고 가팔라 썰매의 무한질주 본능을 한없이 자극하므로. 좀 더 역동적인 것을 원한다면 공기 주머니를 타고 눈 위를 미끄러지는 ‘에어보드’에 도전하면 되는데, 무섭다.

높되 사방으로 보이는 것은 설산설봉과 빙하일 뿐인 산들에 비하면 리기는 비록 낮되 훨씬 다채롭고 사려 깊다. 산들의 여왕이라는 애칭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 선택은 당신의 몫!

스위스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스위스관광청(www.myswitzerland.co.kr), 02-3789-3200

가는법 & 팁
리기는 루체른을 베이스캠프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루체른에서 유람선을타고 루체른 호수를 횡단해 베기스(Weggis)나 비츠나우(Vitznau)에서 내리면된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나 빨간 산악열차를 타고 손쉽게 리기에 오를 수 있다.

루체른에서 베기스나 비츠나우까지는 유람선으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루체른 호수와 크고 작은호반마을들, 알프스 연봉들과 함께 하는 1시간의 유람선 투어는 매우 낭만적이어서 허니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비츠나우에서는 산악열차를 통해 해발고도 1453m 지점의 리기 칼트바드(Rigi Kaltbad) 역 등을 거쳐 정상까지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올라갈 때는 열차의 왼쪽 자리에, 내려올 때는 오른쪽 자리에 앉아야 아름다운 경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베기스에서는 케이블카로 리기 칼드바드까지 오르는데 여기에서 산악열차로 갈아타 정상까지 갈수 있다. 굳이 루체른 시내가 아니더라도 베기스나 비츠나우 등 리기산 기슭에 오밀조밀하게형성된 호반마을에서 숙박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www.rigi.ch

- 보물찾기로 즐기는 루체른



이번 취재는 스위스 전문가(스페셜리스트)를 꿈꾸는 ‘제1기 스위스 트래블 아카데미’ 이수자들과 함께 했다. 스위스관광청이 유능한 여행업계 스위스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현장교육을 무사히 마치면 이들은 스위스 스페셜리스트로서 활동하게 된다. 혹시 여행사에서 스위스 여행상담을 하게 된다면 이들 스위스 스페셜리스트를 찾을 일이다.

예비 스위스 스페셜리스트들에게 루체른관광당국은 색다른 ‘미션’을 내렸다. 지도 한 장 들고 제시된 루체른의 주요 포인트를 찾고 확인 스탬프를 받아 오는 보물찾기 미션! 보물찾기가 끝나고 보니 루체른 호수와 올드시티 등 루체른을 자연스레 돌며 현지인들과도 친해질 수 있도록 배려한 고민이 느껴졌다. 루체른을 방문한다면 이 미션에 동참해 보시길.

Step 1 스위스 교통박물관 Swiss Museum of Transport
스위스의 철도, 기차, 항공기, 버스 등 교통의 역사와 발자취를 실물 전시물 등을 통해 엿볼 수 있다.

Step 2 카지노 루체른 Casino Lucerne
루체른 호숫가에 있는 카지노. 시간 되면 룰렛이라도 한 번 해볼 일.

Step 3 빈사의 사자상 The Lion Monument
스위스 왕궁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사자상. 루체른의 상징물 중 하나.

Step 4 감옥호텔 Jail Hotel
루체른 구시가지 내에 있는 감옥을 테마로 한 호텔. 객실과 복도, 열쇠 등 모든 것이 교도소를 연상시킨다.

Step 5 바크맨 초콜릿 가게 Bachman Confectionary
지친 여행객들을 위한 서비스 미션. 달콤한 스위스 초콜릿과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기자기한 각종 과자들이 빼곡하다.

Step 6 부커러 Bucherer
여행객들을 위한 대형 기념품 가게. 미션을 완료했다면 루체른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카펠교(Kapellbrucke)를 거닐고 호숫가에 즐비한 생맥주 집에 들어 각미각취의 하우스비어를 소시지 요리 안주와 맛볼 차례다.


- 퐁듀보다 더 맛있다. 라클렛!

라클렛(Raclette)은 퐁듀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전통음식. 라클렛 치즈와 조그마한 통감자가 주재료. 라클렛 치즈를 라클렛 그릴의 약한 불에 서서히 녹여 접시에 담은 뒤 통감자를 으깨서 함께 버무려 먹는다. 입맛에 따라 후추 등을 뿌린다. 구운 것도 그렇다고 끓인 것도 아닌 상태의 라클렛 치즈는 감자와 어우러져 고소하고 향긋하다. 바게트 빵과 함께 먹어도 좋다. 라클렛과 궁합이 맞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분위기 조성에도 그만이다. 퐁듀를 별로 즐기지 않는 ‘된장찌개파’라고 해도 라클렛에는 빠져들기 십상이다. 주의할 점은 콜라나 사이다 등 차가운 탄산음료와는 함께 먹지 않는다는 점. 위에 심한 부담을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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