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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신이 편애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아름다운 곳, 구이저우(貴州)성. 그동안 중국에 대해 가졌던 소소한 고정관념들을 한 방에 날려 준다. 아무려면 단 한 방에 깨지겠느냐고 코웃음 치는 당신이라면 더욱 더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
기대가 덜할수록 몰아치는 충격과 감동은 두고두고 당신의 가슴을 울릴 테니까.
글·사진=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Travie photographer 천소현
취재협조=중국국가여유국 www.cnto.or.kr

구이저우(貴州)성은?

구이저우성은 중국 남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 17만4,000㎢, 성도는 구이양(貴陽, 귀양)이다.

날씨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아열대계절풍고원형기후이며 자연환경은 산지 면적이 87%, 구릉이 10%, 평지는 겨우 3% 정도. 총 면적의 73.3%가 카르스트 지형이기 때문에 험준하고 기이한 지형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절경을 연출하고 있으며, 호텔로 따지면 5성급인 5A급 국가지정풍경구는 황과수(黃果樹)폭포와 용궁(龍宮) 2개가 있다.

지형적으로 산지가 많고 도시 규모 또한 작아 상업, 유통업의 발전 속도가 늦었다. 그래서인지 ‘중국발전지수 2007’이라는 보고서에서도 구이저우성은 티베트 등과 더불어 중국에서도 가장 낙후된 제4그룹으로 분류돼 있다. 구이저우성을 가리키는 ‘하늘 맑은 날이 3일도 없고 땅에는 3리도 평평한 곳이 없으며 사람은 3푼의 돈도 없다(天無三日晴 地無三里平 人無三分銀)’는 말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지만 바로 이 점이 때묻지 않은 구이저우성 매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1장 풍경風景

- 신선이 노닐 듯한 풍경 만봉림

신선이 사는 곳이 이와 같을까. 마치 중국산수화의 명장면을 화폭에서 떼어내 눈앞에 펼쳐 놓은 듯하다. 만봉림(萬峯林)은 구이저우성 서남부의 싱이(흥의, 興義)시에 자리한 곳으로, 만개의 봉우리가 숲을 이룬 듯해 붙여진 이름이다.

총 면적 2,000㎢에 달하며 넓은 평야에 길이 200km, 너비 30~50km인 봉우리들이 도깨비 방망이에 난 조그만 뿔과 같이 수도 없이 솟구쳐 있어 절경을 이룬다. 이런 신선의 마을 같은 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산 안쪽에는 먀오족이, 산 아래쪽에는 부이족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팔괘전(八卦田)은 논의 모양이 마치 팔괘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공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마치 조물주가 중국도가의 음양도를 땅에 아로새긴 듯한 모습이어서 보는 이에게 색다른 감흥을 안겨 준다.

만봉림을 방문한 유명인사들 중, 400년 전 중국 명나라 때 유명한 지리학자이며 여행가였던 서하객은 두 번이나 만봉림을 답사한 후 그 풍광에 크게 감동한 나머지 “천하명산이 수없이 많아도 유독 이곳만이 봉림을 이루고 있더라”는 시구를 남겼다고. 서울과 다를 것 없는 중국의 번잡한 도시에 실망했다면 선인(仙人)들이 도(道)를 연마하며 살 것 같은 이곳 분위기가 그 마음을 달래 줄 것이다.

만봉림은 왕복 15.6km에 이르는 길을 따라 전동차를 타고 감상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구이양에서 싱이까지는 버스로 6시간, 비행기로 약 40분 거리다.
입장료 36위안 관광용 전동차 20위안

- 절벽·폭포 한 줄기 하늘 마령하협곡


만봉림에서 차량으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마령하협곡(馬靈河峽谷)은 ‘지구상 가장 예쁜 상처’라고 불릴 정도로 멋진 위용을 자랑한다. 협곡은 길이 75km, 너비 50~150m에 높이가 120~180m가 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100개가 넘는 폭포를 간직하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마치 한 가닥 파란색 줄이 그어진 듯 까마득하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래프팅이 개발된 곳으로 현재 개방한 코스가 12km에 달하며 걸어서 마령하협곡을 볼 수 있는 길이 2km 정도 나 있다. 이 길과 건너편 협곡을 연결해 주는 다리는 사람이 지날 때면 흔들흔들,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스릴도 제공해 준다. 아찔한 절벽길을 따라가 보면 그 사이 볼 수 있는 폭포만 해도 13곳이 넘고, 폭포 밑을 통과하거나 동굴을 통하는 등, 걷고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전에는 협곡 구경을 마치면 500개가 넘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해 강한 체력이 필요했으나 현재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노약자나 여성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 80위안 엘리베이터 이용료 30위안

- 물이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웅장한 쇼 황과수폭포

구이저우성 여행에서 황과수(黃果樹)폭포를 빼놓는다면 뭔가 허전할 것. 그만큼 황과수폭포는 구이저우성의 아이콘이기도 하며 구이저우를 찾은 관광객의 마음에 방점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마령하대협곡에서 북쪽으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황과수폭포는 이구아수, 빅토리아, 나이아가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폭포로, 예전에 박지성이 등장했던 모 맥주광고의 CF 촬영지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폭은 80m가 넘고, 전체 높이는 20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 74m. 큰 낙차 때문에 근처만 가도 벌써 지축을 울리는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데, 이 많은 물이 대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북반강의 상류, 백수하에 있는 이 폭포는 주변에 오렌지가 많아 폭포에 비치면 그 물색이 아름다워, 황과수폭포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중국인이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도 작명에 한몫 했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폭포 군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황과수폭포 주변에는 총 18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황과수대폭포를 통상 황과수폭포라고 부른다. 이 황과수대폭포가 더욱 유명한 까닭은 폭포 중간에 수렴동(물로 된 커튼이란 뜻)이라는 동굴을 통해 폭포 뒤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황과수폭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하, 전후, 좌우 여섯 방향에서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다. 폭포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하다.
입장료 180위안 에스컬레이터 탑승료 왕복 50위안, 상행 30위안


- 산 위의 호수, 그곳에 숨은 동굴의 비경 용궁

황과수폭포에서 30km 떨어진 안순(安順)의 용궁(龍宮)까지는 약 40~50분이 소요된다. 용궁은 황과수폭포와 더불어 구이저우에서 가장 유명한 동굴로 관광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용궁은 1982년 수력발전을 위해 이 지역을 탐사하던 중 동굴의 절묘한 모습에 놀라 수력발전보다는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되었고, 급기야 1988년 5A급 국가지정풍경구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니 얼마나 기기묘묘할지 방문에 앞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용궁 들어가는 초입, 높이 38m, 너비 35m 규모의 폭포 ‘용문비폭(龍門飛瀑)’이 있어 용궁 입구임을 알려준다. 이곳을 지나 산을 조금 오르면 넓은 호수가 있고 여기에서 용궁으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마치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모험을 즐기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총 면적 60㎢의 용궁은 크고 작은 종유동이 90개 정도가 있고, 평균수심은 28m, 탐사 완료된 동굴의 길이는 5,000m로, 이 중 관광지로 개발된 길이는 840m이다. 강물은 수면이 잔잔해 10인승 보트를 타고 서서히 동굴 속을 들어가면서 관람할 수 있으며 둘러보는 시간은 약 20분이 소요된다.

사공은 배가 동굴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능숙하게 노를 젓고, 가이드는 목청껏 노래를 들려주는데 용궁 안 형형색색의 조명시설은 환상적인 분위기와 신비함을 더해 준다. 피서지로 손색이 없을 만큼 한여름에도 덥지 않아 산에 오르는 동안 흘렸던 땀도 식어 오히려 추위를 느낄 정도이다.
입장료 120위안

- 600년 역사의 독특한건축물이 즐비한 곳 청암고진


구이양 시내에서 29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청암고진(靑岩古鎭)은 1992년에 역사문화마을로 지정되었다. 윈난(운남, 雲南)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자리하고 있기에 명나라 홍무 11년(서기 1387년)에 군사적 방어지로 군수품과 생활품이 몰리는 상업지구의 역할을 하는 등 6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청나라 때부터 도교, 천주교, 기독교, 불교가 함께 공존하면서 전쟁 한번 치르지 않아 각종 종교, 인문, 건축문화가 그대로 공존하며 옛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있어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예스럽고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건축물 등의 볼거리와 더불어, 각양각색의 물품들을 파는 상인들이 많아 타임머신을 타고 옛 중국의 시장으로 날아온 느낌마저 든다. 각종 중국의상과 은장신구, 그림, 인형 등 관광객이 좋아할 여러 기념품이 즐비해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게다가 먹거리도 많은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감자튀김도 있고 속에 팥 앙금을 넣은 튀긴 떡은 2개에 1위안 정도로 싸고 맛있다. 또한, 이곳은 장미사탕이 특산품인데 걸쭉한 것이 사탕이라기보다는 꿀에 가까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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