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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서서히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부안으로 가보자. 영화 <왕의 남자> 촬영지이자 최근 MBC 드라마 <이산>의 촬영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부안영상테마파크, 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내소사, 기이한 절경을 자랑하는 채석강 등 볼거리가 널려 있다. 백합죽, 바지락죽 등 맛있는 먹을거리도 있다. 전북 부안으로 떠나는 맛있고 멋있는 봄 여행.
정리=김수진 기자, 글=Travie writer 최갑수, 박나리 기자
사진=Travie writer 최갑수
취재협조=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이산’사진제공 MBC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로 나와 30번 국도에 오른다. 해안선을 따라 기름진 개펄과 포구가 펼쳐져 있는 변산반도, 30번 국도는 변산반도를 일주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변산해수욕장. 3∼4km씩 물이 빠진다는 너른 백사장을 지나면 다시 개펄이 펼쳐진다. 새만금 때문에 물막이 공사를 해서 바다 깊숙이까지 뻗어나간 방파제. 개펄은 아득하리만큼 광대하다.

봄빛으로 일렁이는 변산해수욕장에서 잠시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 영상테마파크로 간다. 요즘 부안에서 가장 뜨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영상테마파크다. 격포항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조선시대 한양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사극 전용 촬영세트장이다. 약 15ha(약 4만5,000평) 부지에 궁궐 24동, 민가 11동 등의 집들과 200m길이의 성곽, 정자와 연못, 저잣거리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돼 있다.

‘이산’ 외에도 ‘대왕세종’, ‘쾌도 홍길동’, ‘태양인 이제마’, ‘불멸의 이순신’, 최초의 추리사극인 ‘별순검’ 등의 TV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거나 촬영 중이다. ‘이산’ 경우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용인-MBC 드라미아’를 메인 세트장으로 하고 있으나,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도 많은 장면들이 촬영됐고 현재도 촬영 중이다. 부안영상테마파크 내 저잣거리, 왕궁, 양반촌 등을 둘러보면 ‘이산’ 드라마 속 낯익은 장면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산’에서 중요한 장소가 되고 있는 도화서 배경 역시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많을 때는 한 달에 보통 4~5회 정도 ‘이산’ 촬영팀이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을 하고 있으므로 운이 좋다면 이곳을 방문한 날 실제 촬영 장면을 구경할 수도 있다.

영화 ‘왕의 남자’ 역시 이곳에서 80% 이상 촬영됐다. 성곽에 올라 테마파크의 전경을 감상한 다음 궁궐로 향한다. 연산군과 장녹수, 그리고 공길의 애증 섞인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몇몇 짓궂은 관람객들은 궁궐입구에 놓인 곤장틀과 ‘주리’를 트는 고문도구 위에 올라가 짐짓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다.

궁궐 안쪽은 문무대신들의 표지석 대신 조화가 꽂힌 화분을 놓아둔 것만 다를 뿐, 영락없는 인정전(仁政殿) 모습 그대로다. 바닥을 화강암 박석으로 처리하고, 임금만 다닐 수 있었던 어도(御道)를 만들어 놓는 등, 궁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 고심했던 흔적이 엿보인다. 박석 위에 서서 인정전을 바라본다. 핏발 선 광기 어린 눈을 번뜩이는 연산군이 금방이라도 칼을 빼들고 뛰쳐나올 것만 같다. 공길이 재주를 뽐냈던 외줄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영화 속 장면만은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졌다. 연산군이 신하들과 국정을 논하던 인정전 안에는 용상(龍床)만 놓여 있을 뿐, 다소 썰렁한 모습. 하지만 관광객들은 다투어 이곳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잠시나마 연산군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인정전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연산군의 침소와 집무실 등으로 사용되던 사정전(思政殿)이 나온다. 사정전 내부의 오른쪽 끝방은 공길이 왕을 향해 활을 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왼쪽 방은 장녹수와 밀회를 즐기던 곳. 그래서일까, 연산군과 장녹수가 희롱하는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왠지 에로틱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에는 연산군과 장녹수의 복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의류와 소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복장 대여료와 사진값 등을 합해 1만원을 받는다. 서울에서 6시간 걸려 이곳을 찾았다는 한 부부는 왕과 왕비의 복식으로 갈아입으며 다소 어색한 듯, 객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래 입는다고 왕이 되겠는교?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네예.”

사정전 바로 옆은 희락원. 공길과 장생의 처소였던 곳이다. 장생이 줄타기 연습을 했던 외줄과 거문고, 북 등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외줄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거문고나 북을 쳐보기도 하며 영화의 감동을 되새기는 듯했다.
영상테마파크의 또 다른 재미는 체험프로그램. 양반촌 입구에는 활터와 승마장이 마련돼 있어, 연산군처럼 말을 타보기도 하고 활을 겨눠 보기도 한다. 말을 타고 테마파크 단지를 한바퀴 도는 데 5,000원, 화살 10대를 쏴 보는 데는 3,000원을 받는다.


‘이산’의 메인 세트장은 용인시 백암면 산자락에 자리잡은 ‘용인-MBC 드라미아’다. 기존의 ‘신돈’ 세트장 약 3ha(8,894평)에 새로이 ‘이산’을 위해 세트를 보강하면서 규모가 더욱 대단해졌다. 멀리서 차를 타고 접근하면 정말 산중 궁궐에 접근하는 기분이다. 세트장 한가운데 있는 인정전과 선정전, 대왕대비전, 후궁전 건물은 예전의 세트를 활용했고, ‘이산’을 위해 새로 지은 건물은 세트장 왼편에 자리한다. 동궁전과 죄인들을 가두는 옥사인 내냉조, 규장각, 호위정과 망루 등이 ‘이산’ 때문에 새로 지어졌다.

세종로의 광화문(光化門)과 다른 한자를 사용하는, 세트장 정면에 있는 광화문(廣化門)은 대궐로 진입하는 주 출입문으로 좌우에 옹성을 덧대었다. 옹성은 성문을 보호하고 성을 튼튼히 지키기 위해 큰 성문 밖에 원형이나 방형의 보조 성으로 외부 침입시 측면 공격에서 화살을 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것도 서울에 있는 광화문과 다른 점이다.

광화문을 열고 들어서면 인정전으로, 경복궁의 인정전과 규모 면에서 조금 작을 뿐 모양새는 아주 흡사하다. 인정전 뒤편으로 편전(선정전)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왼편으로 대왕대비전인 정순왕후전이 이어진다. 대왕대비전과 편전 사이에 나연 처소가 있으며, 그 옆으로 혜경궁 홍씨 처소가 이어져 있다.

세트장 한가운데 맨 위쪽에 자리잡은 편전 위쪽으로는 밤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한 숲이 우거져 있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후궁전을 거쳐 아래쪽으로 내려오는데, 마치 경회루의 연못과 비슷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정말로 궁궐의 정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다. 그 아래쪽으로는 조선 시대 육의전과 난전을 재현해 놓은 듯 종이와 비단, 명주, 면포상이 보이고, 벼루와 묵, 대바구니, 유기, 한약방 등 다양한 점포가 보인다.

저잣거리 골목을 따라가면 세트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무량수전’ 건물이다. 영주시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흡사하게 지었는데, 부석사 안양루를 본뜬 안양문을 들어서면 가로 4칸, 세로 3칸 크기의 ‘무량수전’이 보인다. 내부 불상의 위치는 부석사의 불상 위치와 달리 촬영의 편의를 위해 정중앙에 배치했다. 드라마 ‘신돈’ 촬영 때 쓰인 세트다.

TIP 영동고속도로 양지IC에서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백암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백암면 쪽으로 우회전해 ‘한택식물원’ 이정표를 보고 따라가면 오른편에 ‘MBC 드라미아’의 이정표가 보인다. 아직까지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 전북 부안군 직소폭포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기록을 세초(洗草)하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물 맑고 산세 좋은 그곳이 어딘지 궁금할 것이다. 그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은 바로 부안군에 자리한 직소폭포. 폭포와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내변산 제일 경승이자 변산 8경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www.buan.go.kr

-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이산’ 초기 방영분에서 주배경이 됐던 곳이 바로 순천에 위치한 낙안읍성민속마을이다. 어린 시절 이산과 송연 등을 주인공으로 펼쳐진 장면의 상당 부분이 이곳 낙안읍성과 그 일대에서 촬영됐다. 수려한 산세를 배경으로 초가지붕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낙안읍성에서는 ‘이산’ 외 ‘대장금’, ‘태극기 휘날리며’, ‘취화선’ 등이 촬영되기도 했다. www.nagan.or.kr

- 충남 태안군 장길산 세트장
드라마 ‘장길산’ 세트장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이산’이 촬영됐다. 도화서 배경이 되는 곳, 관아 앞거리 등 드라마 속 눈에 익은 장소들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www.taean.go.kr

- 전북 부안군 내소사
지난 가을, 정순왕후와 혜경궁홍씨, 효의왕후가 단풍놀이를 가는 장면이 방영된 바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아름다운 이곳은 바로 단풍 명소로 유명한 내소사. 사극 속 여인들의 화려한 의상 색깔과 단풍의 화려한 빛깔이 멋드러진 장면을 만들어냈다.
www.bu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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