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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항해일기
동남아 크루즈 기항지 관광


크루즈 여행 최대 매력이기도 한 ‘기항지 관광’을 빼면 크루즈 여행은 팥소 빠진 찐빵이다. 크루즈를 타고 선내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은 물론 기항지 관광까지 알차게 즐겨 보자.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선내에서만 즐기는 수동적인 여행보다 한껏 풍요로운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다.

글·사진=최승표 기자 hope@traveltimes.co.kr
취재협조=싼타크루즈 1600-3200 www.santacruises.com 에어마카오 02-3455-9900 www.airmacau.co.kr

■ 하릴없이 해변을 거닐고 싶은 <<산야

<버고호의 첫 번째 기항지는 하이난섬 최남단에 위치한 해변도시 ‘산야’이다. 크루즈에서 내리면서 바라다본 산야 해변의 풍경은 필리핀이나 남태평양의 섬과 흡사하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74km나 펼쳐져 있다는 해변가를 무심히 걷다 보면 야자수 그늘 아래 누워 쉬어 가고만 싶다. 하지만 산야의 유명 관광지 투어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산야의 관광지 중 당나라 때 지어진 난샨 사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실제로 난샨사원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중국 측에서 불교,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관광공원 형태로 조성했다. 108번뇌의 의미를 담아 108m 높이로 세워진 청동 부처상은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며 6년의 기간을 거쳐 2005년에 완성된 것으로 유명하다. 사원을 관광한 후에는 사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채식요리를 맛볼 수 있다.






■ 수묵화 같은 안개 속 섬 풍경 <<하롱베이

크루즈에서의 셋째 날, 버고호는 베트남으로 향했고 안개가 자욱해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던 아침, 하롱베이의 수천개의 섬들이 신비한 자태를 드러내며 배를 맞아 주었다.

버고호가 하롱베이에 근접하자 수많은 갈색 통통배를 연상시키는 소형 보트들이 크루즈 주변으로 몰려든다.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아오자이를 입은 처녀들이 배에서 나오더니 크루즈 여행객을 맞아 준다. 하롱베이의 처연한 섬 풍경과 꾸밈 없이 여행객을 맞는 그들의 모습은 친근하게만 느껴진다. 보트에 몸을 싣고 3,000개의 섬 사이사이를 오가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 기분을 그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하롱베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는 설명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그 풍광만으로 여행자를 감탄시키며 넋을 놓고 섬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자신도 군도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된다.

한 시간가량 섬 풍경을 감상한 후에는 항구 주변에 있는 재래시장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이번 일정 중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동굴 속을 관광할 수 있는 보트 크루즈도 선택관광으로 준비돼 있다.

■ 그리고 <<홍콩

홍콩은 기항지가 아닌 ‘모항’이다. 즉 크루즈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곳이다. 이번 일정 중에는 크루즈에서 하선 후, 필수 관광 코스인 ‘스타의 거리’에만 잠시 들렀다. 바다 건너편 글로벌 기업들의 현란한 간판을 바라보자 크루즈 여행 중 도시를 떠나 있어서인지 가볍게 현기증이 든다. 한편, 스타의 거리 한복판에서는 오는 8월에 개최될 베이징 올림픽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설치되고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베이징 올림픽, “One World, One Dream”이 그저 광고 속 구호로만 머물지 않기를.



■ 마카오의 낮, 마카오의 사람 <<마카오

홍콩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끝난 줄 알았던 배 여행이 다시 이어졌다. 페리…. 여행의 첫날 마카오에서 홍콩으로 향하며 크루즈 여행에의 기대감을 배가시켜 주었던 페리가 이제는 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약간의 진동조차 불편하기보다는 친근했다.

육지에 발을 디뎠을 때, 그 어색함과 불안함이라니. 혹자는 ‘육지멀미’라는 금시초문의 진단을 내렸지만 기자는 크루즈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라 자가진단하고 말았다.

‘도박의 도시, 욕망의 도시’라 불리는 마카오. 그중에서도 1박을 묵었던 베네시안리조트에서의 하룻밤은 유별났다. 카지노의 규모를 보고 놀랐고 카지노에 몰입한 사람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관찰해보니 너무도 인간적이고 진솔하게 느껴져 또 한번 놀랐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이탈리아 베니스의 분위기를 재현한 베네시안리조트의 명물, 곤돌라에 몸을 싣고 이태리 가곡을 감상했다. 크루즈, 통통배, 페리, 곤돌라…. 이번 여행은 배를 타고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본 셈이 됐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마카오의 활기 넘치는 낮 풍경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관음당’으로 600년 전에 건립됐다는 이 사원은 많은 신도들과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관음당에서는 승려들보다 사원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더욱 많은 듯 보였다. 고깔 모양의 긴 향에 불을 붙이고 정성껏 관리하는 직원들의 표정과 손놀림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엄숙해 보였다.

이어 방문한 곳은 ‘몬테 요새’와 ‘성바울 성당’이다. 대포가 거치돼 있는 몬테 요새 너머에는 현재 건축 중에 있는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 ‘그랜드 리스보아’가 보이고, 성바울 성당의 한 켠에는 베이징 올림픽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준다. 성바울 성당에서 내려와 세나도광장으로 진입하자 명동에 버금가는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100년이 넘은 낡은 건물과 포르투갈풍 빌딩 사이를 걷다가 보니 발걸음은 성도미니크 성당과 재래시장으로 이어졌다. 사람이 있는 곳마다 땀의 흔적들이 맺혀 있고 욕망보다 아름다운 생의 기운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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