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2010년부터 항공권 발권수수료를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여행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수수료 제도가 폐지되기 전과 후의 업체 수가 30% 정도 차이가 나는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1만1,000개 이상인 여행사들 중 1/3이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중 국내여행업, 국외여행업을 동시에 가입한 업체들도 있어 정확한 업체를 확인할 수 없는 없지만 대략 천 개 이상의 업체가 문을 닫을 경우 업체 당 3명만 생각해도 3000명 이상이 새로운 일터를 찾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전문가들은 여행사 창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여행신문 16주년 창간 특집호에서는 여행업계에 근무를 하면서도 실수하기 쉬운 여행사 설립 절차와 전혀 여행업을 모르는 사람들의 소규모 창업 과정을 집중 취재해 봤다. <편집자주>

방금숙 기자 gsbang@traveltimes.co.kr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 노려라”

-창업반, 지식보다 훈훈한 정 나누고
-비전공자들에게 창업의 물꼬 열어줘

여행사 창업은 간편한 절차와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고, 무엇보다 누구나 좋아하는 여행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갈수록 온라인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독특한 ‘나만의 아이디어’만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정문 앞 지구마음따라걷기((주)플래닛워커스여행사)에는 늦은 오후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JNC에어스쿨 박언정 대표<사진 맨 오른쪽>를 비롯해 여행사창업반을 졸업한 후 여행사를 창업했거나 현재 여행사를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들의 친목 모임이다.

2006년 8월 여행사 창업반을 개강한 JNC에어스쿨 졸업자 중 15명이 여행사를 오픈했다. 대부분 여행사와 무관한 업무를 하다 창업을 결심한 사람들. 플래닛워커스 우용식 대표<사진 가운데>는 “실제 부딪혀 보니 여행사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며 “여행사 경험이 없어 어디서부터 접근해야할지 몰랐다”며 창업반에 들게 된 이유를 전했다.

여행사를 차리려는 사연도 가지각색.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여행’만큼은 참 열심히 다녔다는 것. 분당에 여행사를 준비 중인 한 예비창업자는 “그간 여행을 다니면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 많아 고객 입장에서 이를 채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누구나 창업에 앞서 대리점을 할까 독자적인 브랜드를 할까 고민을 한다고 전한 박언정 대표는 “장기적으로 보면 각자의 길을 가는 게 맞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여러 군데 팔아보고 궁합이 맞는 대리점을 판단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창업을 한 15개 업체 중 4개 업체가 대리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행사 창업 시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해 박 대표는 “저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게 소규모 창업의 기본이다. 투자가 많으면 그만큼 위험도 높다”며 “보통 2~3억원이 드는 타 업종에 금전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것도 여행사 창업이 인기인 이유”라고 말했다.

‘경험’을 파는 여행사가 교육을 받고 돈만 있다고 창업하기에 수월한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30~40대 이상의 실습생으로 받아주는 곳도 많지 않다. 그래서 창업반 졸업 후 예비창업자들은 미리 오픈한 곳에서 한 달여 동안 실무를 익히는 과정에도 기꺼이 응하고 있다. 이날 한 참가자는 아예 ‘JNC 네트워크’를 구축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JNC의 여행사 창업 과정은 10주에 걸쳐 예약, 발권, 운임 등 항공 실무부터 상품 원가분석, 상품 구성에 온라인 마케팅, 고객 응대까지 현장감 있는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온라인 여행업에 대세여서 온라인 홈페이지 제작, 오버추어 광고, 카페 운영 등의 수업도 진행한다. 강사는 박 대표를 비롯해 실제 여행사에 근무 중인 하나투어, 모두투어 담당자와 랜드사 소장까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JNC뿐 아니라 (주)코세아서비스개발원도 올해 초 여행사 창업 CEO 과정을 열어 여행업에 대한 이해 및 설립 절차, 운영방법, 마케팅 및 홍보, 저비용 창업 안내 등 4주 과정을 실시해오고 있다. (주)탑플라이트코리아도 기본 실무와 온라인여행사가 성공하는 방법 등 18시간 특강을 진행 중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여행사 창업이 무슨 교육이 되느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가르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창업자들이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고 말하는 박 대표처럼 여행업계 경험이 없는 비전공자에게도 여행사 창업의 물꼬를 터주는 사람들이 있어 무모한 창업도, 실패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친목 모임을 통해 본 여행사창업반은 교육도 교육이지만 ‘창업은 곧 외로움’인 창업자의 현실에서 서로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었다.




★소자본 창업 원칙 10가지

1. 빚으로 창업하지 말자. 경험 없는 무리한 투자는 화를 자초하게 된다.
2. 사업 기대치를 낮추자. 마진율을 높일수록 경쟁가자 많아진다.
3. 자신 있고 잘 아는 업종으로 창업을 하자.
4.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에 창업하자. 그러나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5. 망하더라도 혼자서 망하고 사업을 끝낼 시점을 결정하자.
6. 가족의 동의와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자.
가정의 화목이 사업의 첫째이다.
7. 목표고객을 정해 놓고 창업을 시도하자
8. 고객의 의식구조와 행동양식을 파악하고 창업을 준비하자.
9. 성장가능 아이템 선정과 노하우를 축적하자.
10. 인간관계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자. 인맥은 곧 자산이다.
- ‘소자본 창업 색다른 아이템으로 승부하라(저자 신웅)’ 중에서



★여행사 초짜의 좌충우돌 창업기

“세일즈맨도 복불복이더라”


- 포털사이트 두번이나 엎은 사연
- 여행업계 이직 너무 쉬워!

여행사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가 나이 40줄에 새롭게 창업에 도전한 K씨는 대학시절 여행가이드북을 만들었을 정도로 자타가 알아주던 여행광. 여행이 좋아서 여행사를 차렸지만 정작 무엇을 팔지 몰라 당황했다 K씨의 험난한 창업 과정을 귀동냥 해봤다.

- 창업 무엇이 어려웠나.
말로 다할 수가 없다. 정작 ‘여행상품’을 뭘 팔아야하는 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손쉽게 대리점을 하게 됐다. 사무실 잡아놓고 전화를 하니까 지역 영업본부로 연결돼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다. H투어도 대리점을 늘려야 하니까 생각보다 과정은 쉬웠다.

- H투어 대리점을 결정한 이유는.
영업맨도 복불복(福不福)이다. 위치가 광화문이다 보니 H투어, M투어, O투어에 심지어 랜드사들까지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늙수그레한 남자 둘이 책상만 갖다놓고 앉아 있으니 ‘완전 초짜구나’하며 신경도 별로 안 쓰더라. 그런데 H투어 영업맨은 매주 브로슈어 갖고 찾아와 이런 저런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많이 해줬다. 난수표 같던 항공도 이해할 수 있었다. 크고 작고를 떠나 누구나 열정이 있는 곳을 선택하지 않겠나.

- 설립 후 1년간의 공백기가 있는데.
창업 당시에는 여행포탈이 대세여서 윙버스 같은 포탈사이트를 2개 만들었다가 결국 접어야 했다. 보통 여행사가 창업비용이 1억 정도인데 2억7,000만원이 들어간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솔직히 IT 출신이라 기술보다 항공 시장을 모른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 FIT를 지향하지만 패키지를 팔고 있는데.
오히려 H투어 고객들을 접해보면서 FIT가 대세임을 확신했다. 고객들 중에 에어텔 원하는 수요가 많아 항공사, 호텔 따로 예약하는 시스템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호텔 예약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다른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
좋은 인력을 뽑는 것이다. 일선에서 일해야 할 젊은 친구들인데 물갈이만 두 번이다. 사람들이 이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여행업은 단순히 전화만 받는 게 아니라 열정을 갖고 상담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서도 직원 뽑는 게 가장 어렵다고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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