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종사자 인식전환 최우선
-진화된 소비자 욕구 읽어내야

“최근 시장이 이토록 어려운데 위기를 타계할 대책은 없나요?”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가격을 치는 수밖에…” 취재 중 지겹도록 듣는 여행사 직원들의 목소리다.

지난 3월 개최된 한국관광총회 중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 묻자 많은 학생들이 “이왕이면 주식이 상장된 여행사에 취업하고 싶다”, “정규직으로 채용해주는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서비스 정신이 말단 직원의 뼛속까지 스며있어야 할 여행업계, 그러나 ‘고객 최우선’, ‘고객 감동’ 등은 구호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여행업계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은 자신의 직업이 어느 업종에 속한다고 생각할까. 물론 관광산업을 독립된 분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관광산업은 ‘환대산업(Hospitality industry)’의 큰 틀에 속한다.

대한항공이 2010년부터 수수료 전면 자유화를 선언하면서 ‘제로컴 시대의 도래’가 확실시됐다. 이제 차별화된 서비스와 서비스의 상품화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자 승부처가 된 셈이다.

이에 서울시관광협회가 주관한 ‘호스피탈리티 아카데미’에서 강사를 역임한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엄길청 교수로부터 ‘호스피탈리티 산업으로서의 여행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또 전화 한 통에서도 따스함을 원하고, 음식 한 그릇에도 정성어린 대접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서울시 다산콜센터’와 중식 레스토랑 ‘차이나 팩토리’를 소개한다.

최승표 기자 hope@traveltimes.co.kr



■ 1년만에 만족도 90%로 급상승
다산콜센터 국민 감동 행정 서비스

한국경제신문 선정 ‘2008년 고객감동경영대상’, 한국일보 선정 ‘2008년 대한민국 서비스 만족 대상’,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선정 ‘2007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공모전’ 장려상…. 이외에도 유수의 상을 수상한 곳은 신기술을 개발한 제조업체나 IT업체도, 대기업도 아닌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이다. 서울시가 시민을 고객처럼 여기고 시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출발한 지 채 1년도 안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07년 9월 출범한 다산콜센터는 현재 156명의 상담원이 연중무휴로 시민들에게 서울시 주요정책과 교통, 수도, 주택·건축, 문화행사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가 다산콜센터를 포함 인터넷, 방문 민원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다산프로젝트’를 출범시킨 데는 지나치게 불친절하고 행정편의적이었던 기존 서비스에 대한 획기적 변화의 요구가 국민들에게 있었기 때문.

서울시는 콜센터 국가표준이나 선진국 콜센터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목표로 설정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9개월만에 이용고객수 200만명 초과, 서비스 만족도 2배 이상 증가(2006년 41.6%에서 90%까지 상승), 1차 상담에서 처리 완료율 89% 등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다산콜센터의 성공에는 2만5,000여 건의 표준상담 데이터베이스를 기본으로 서울시 조직과 업무, 상담유형에 대해 1인당 160시간 이상의 철저한 직원 교육 등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상담서비스,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 상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독거노인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안심콜서비스’, 전화상담으로 해결이 어려운 시민을 직접 찾아가 돕는 ‘120엔젤’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콜센터 운영을 성공시킨 탓에 공공기관뿐 아니라 240여 대기업, 해외 기관 및 단체가 다산콜센터를 방문해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다산콜센터는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만족 교육 프로그램인 ‘120다산 두드림’을 운영해 중소기업에도 교육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픈 키친…위생은 기본
색다른 메뉴·서비스로 승부
차이나 팩토리 중국음식점의 진화

중국 음식점하면 짜장면, 탕수육을 주 메뉴로 ‘주문배달’을 위주로 하는 식당과 이와는 정반대에 있는 고급 요리전문점으로 양분할 수 있다. 이 넓은 간극을 포용하고자 패밀리 레스토랑을 지향하며 브랜드를 출범한 곳이 있으니 바로 ‘차이나팩토리’다.

2006년 안양시 인덕원에 1호점을 오픈한 차이나팩토리는 지난 6월 오픈한 올림픽공원점까지 5개의 체인이 있으며 오는 8월 대학로점, 10월 광화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차이나팩토리는 ‘유치원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으로서 차이나팩토리는 위생문제 개선,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부가 서비스,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서빙의 신속성 재고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고 있다.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100% 공개된 오픈키친은 차이나팩토리가 내세우는 최대의 강점이다. 또 어린이층을 공략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게임기, 놀이방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20~3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바(Bar)도 운영하고 있다. 40대 이상의 고객층에게는 부가 서비스보다는 맛으로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차이나팩토리 올림픽공원점 김양수 점장<사진>은 “인테리어도 홍콩 분위기로 기존 중식 레스토랑과 차별화를 뒀고, 무엇보다 다양한 연령층 공략을 위해 정통 중식, 퓨전 요리 등 메뉴를 다양화한 것이 성공적이었다”면서 “주문시스템을 전산화하고 오픈키친을 제작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이나 팩토리는 현재 점심 1만5,900원, 저녁 1만9,800원에 딤섬을 포함해 총 52종의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차이나 팩토리는 파트타임 직원들까지도 친절도와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직원 처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02-425-1535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엄길청 교수

돌봄의 미학,호스피탈리티

-“여행업은 대리업 아닌 휴먼터치산업”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는 초등학교에서 다 배운다”는 말처럼 여행사가 성공하기 위한 법칙은 자명하고도 단순하다. 바로 고객의 필요를 읽는 것. 고객의 필요 또한 단순하다. 최상의 서비스, 즉 최상의 환대를 받는 것이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관광협회가 주관한 ‘호스피탈리티 아카데미’ 1, 2기에서 강사를 역임했으며 그동안 각종 방송활동 및 저술, 강연활동으로 유명한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엄길청 교수는 진화된 소비자의 욕구를 돌보는 것이 ‘여행업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돌봄’ 받고 싶은 것이 고객 심리

엄길청 교수의 강연에서는 ‘돌봄’이라는 용어가 매우 자주 등장한다. ‘환대, 배려’ 정도의 뜻을 가진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라는 용어보다 왠지 더 친근한 느낌의 용어다.
엄 교수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예전에는 여행이 안전, 속도 등의 가치와 연결됐다면 점차 여행자들은 자기실현 욕구를 위해 여행을 한다”며 “여행사도 여행자의 욕구를 돌봐준다는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싱가포르, 대학 연구실, 강남에 위치한 아태경제복지연구원 등을 수없이 오가며, 전국에 강연을 하러 다니거나, 업무상 다양한 국가를 방문할 일이 많다. 이와 관련해 엄 교수는 “업무상 수많은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많은 이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서 “국민 소득이 증대되고 세계화가 촉진될수록 호스피탈리티를 기본으로 한 서비스 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 발전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호스피텔리티, 이미 전 산업에 접목

호스피탈리티의 개념은 이미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있다. 엄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치료비보다 입원비가 비싼 병원, 학비보다 생활비가 비싼 유학생활, 개인 자산관리사의 등장, 심지어 특목고의 등장까지도 ‘돌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엄 교수는 이에 대해 “비즈니스관광, 의료관광 등의 경우 업무 자체보다 이동시간을 비롯한 여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여행사들의 역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여행사들이 기존의 패키지여행만을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내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느 업종보다 종사자들의 이직이 잦은 여행업계, 이는 직원들의 직업과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반증이다.

▶업계 종사자, 투철한 직업관 필요

엄 교수는 “돌봄을 받는 사람보다 더욱 고차원적인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돌보는 사람”이라며 “투철한 직업관 없이 여행업처럼 휴먼터치가 많은 업종에서 오래 일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열광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투철한 직업관과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업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폐지’업무 혁신으로 이해해야

엄 교수는 항공권 수수료 폐지와 관련해서도 ‘업무 혁신’ 내지 ‘직업의 진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행사들이 발권서비스 하나를 하더라도 고객의 대리인이나 하수인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서비스를 베푸는 ‘시혜자’로 인식이 전환돼야한다”면서 “국민들의 호스피탈리티에 대한 욕구가 더 고급화되고 있기에 당장은 여행업계가 어려움을 겪겠지만 ‘서비스 피’를 지불하는 고객들은 분명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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