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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기차로 꼬박 5시간. 순천행 노선에는 그 흔한 KTX 하나 다니질 않는다.
아직도 으뜸으로 치는 새마을열차를 타고 선로 위에 몸을 싣자니 그야말로 남도의 구성진 풍경이 연달아 흐르고, 아득한 이동 거리는 과거로 떠나기 딱 그만큼 충분한 시간이다. 지난하고 피곤했던 60~70년대 우리 근 현대사를 담은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찾아가는 길. 화제의 세트장을 고스란히 품은 순천 여행은 그처럼 다소 긴 호흡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고스란히 남은 작품의 온기

순천드라마세트장은 오래전부터 드라마 <사랑과 야망>, 영화 <님은 먼 곳에> <마파도 2> 등의 시대극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전라남도의 푸근한 이미지와 따뜻한 기후, 거기에 4만여 평방미터에 이르는 넓은 부지가 더해진 그야말로 최적의 촬영 조건을 자랑한다.

그간의 ‘드라마·영화 촬영지 시리즈’와 비교했을때, <에덴의 동쪽>은 유일한 현재 진행형 작이다. 해서 취재를 떠난 무렵은 아직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가 한창이었다. 김범, 진지희 등의 눈물 어린 연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던 8월 말, 그렇게 순천드라마세트장에 도착했다. 촬영이 없던 날이라 아쉬움은 컸지만, 구석구석에선 강원도 탄광촌 ‘황지마을’의 느낌이 물씬 배어나고 있었다. 세트장 안쪽으로 마감을 손보는 스텝들의 분주한 몸놀림. 그들 사이를 비집고 저 아득한 ‘에덴의 동산’으로 쉬엄쉬엄 올라본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원작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으로부터 기인한다. 미국의 유명 작가 존 스타인벡의 장편소설로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 계곡을 무대로 해밀턴 일가와 트라스크 일가의 몇 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 속 신태환(조민기 役)과 이기철(이종원 役) 집안의 대립은 바로 이 같은 플롯에서 따왔다. 제목에서처럼 ‘에덴’이 칭하는 것은 과연 무얼까. 이는 카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하고 ‘에덴의 동쪽 노드 땅’으로 도피했다는 구약성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바로 인간의 근원적 도피처이자 낙원을 상징한다. 동명의 작품으로는 비운의 청춘스타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에덴의 동쪽>이 있다.

소설과 영화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만큼, 드라마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30억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한류스타 송승헌을 비롯, 연정훈, 이다해, 이연희, 한지혜, 이미숙, 조민기, 유동근 등 그야말로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을 표방하는 초호화 캐스팅이 흥행 에너지를 발산한다. 악연으로 엮인 두 집안의 증오와 연민, 복수와 야망에 대한 이야기는 60~70년대를 배경으로 스펙터클하게 전개될 예정. 항간에서는 다소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평이 있지만, 인물들의 열연과 빠른 극 전개는 방영 초반부터 마니아층을 양산하기 충분했다. 뜨거운 화제가 되었던 만큼 순천세트장은 방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여행이 된다.

세트장 입구에 들어서면 ‘황지탄광촌’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머리 위로 작은 선로가 나 있고, 그 아래 까만 석탄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세트장은 순천에 지어졌지만, 기실 드라마는 강원도 삼척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서걱거리는 석탄가루를 재차 밟으며 치열하고 뜨거운 애증의 가족사, 60~70년대 지난했던 우리네 근현대사로 떠난다.

순천드라마세트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입구에 마련된 ‘황지탄광촌’, 안쪽으로 형성된 ‘읍내 풍경’, 그리고 멀리 언덕에 자리한 ‘봉천동 달동네’가 그것이다. 4회까지의 장면은 모두 순천에서 촬영되었다. 리어카를 밀며 가난과 싸우던 억척어멈 춘희(이미숙役), 그녀의 두 아들 동철(송승헌役)과 동욱(연정훈役)의 모습이 어딘가 남아있는 듯하다. 세트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새 나오는데, 공간 자체에 과거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까닭이다. 이발소에는 미용 기구에서부터 가발 하나하나까지 진열되고, 문방구 가판대에는 눈깔사탕과 불량식품이 한 가득 널려있다. 어디 그뿐인가. 주막에서는 팔다 남은 동동주가 달달한 향을 피우고, 강원도 탄광마을의 살을 에는 듯한 한파를 묘사하기 위해 처마마다 인공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지금 당장 누군가 살아도 될 법한 옛날 마을, 그 시절의 풍경에 왠지 코끝이 얼얼해 온다. 봉천동 달동네 세트장은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자촌 골목을 걷다 보면 그야말로 과거로의 타임머신 여행은 극에 달한다.

4회 이후, 성인 연기자가 등장하면서 세트장은 경남 합천으로 이동했는데, 60~70년대 극의 주요 배경이 될 서울 소공동을 완벽히 재현해 냈다는 평을 얻는다. 흥신소와 정형외과, 다방, 신문사, 목욕탕 그리고 쌀가게와 나이트 간판까지. 극의 주요배경이 되는 서울시 소공동 부근을 재현한 셈이다. 혜린(이다해役)이 운영하는 한세일보, 신태환이 가지려 하는 태성그룹의 건물 역시 모두 이곳에 있다. 전남 순천에 건립된 ‘황지세트’와 함께 합천 ‘소공동세트’는 <에덴의 동쪽>의 시대극 분위기를 풍기는 세트장으로 손색이 없다. 그중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순천시티투어버스’를 타면 <에덴의 동쪽> 촬영장인 순천드라마세트장과 순천 일대의 관광명소를 하루 투어로 돌아볼 수 있어 더 없이 편리하다.

글=박나리 기자 nari@traveltimes.co.kr, 사진=Travie photographer 엄지민,
취재협조= www.visitkorea.or.kr, 스틸제공=imbc4




★information

순천드라마세트장 자가용의 경우 서울 → 호남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 → 순천IC → 22번 국도 → 남교오거리 → 818번 지방도 → 순천시내에서 광양방면 금당 부영 5차 아파트 근처. 기차는 용산역 → 순천역까지 4시간40분 소요. 버스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며 5시간 소요.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7시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문의 061-749-4003

순천시티투어버스 매일 오전 10시 순천역 광장에서 출발한다. 차를 가져갈 경우, 근처 팔마산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평일에는 ‘제1노선’으로 운행되며, 주말에는 선암사 대신 송광사로 대체된 ‘제2노선’이 추가 운행된다. 순천시청 인터넷 홈페이지(www.suncheon.go.k)를 통해 참가비 4,000원을 입금하면 이용 가능. 예약제로 진행되지만, 좌석에 여유가 있다면 당일도 탑승 가능. 문의 061-722-2020

드라마 관련 상품 (주)영남항공여행사 투어박스에서는 9월부터 매주 부산 출발 에덴의 동쪽 순천촬영장을 찾는 상품을 개발하여 에덴의 동쪽 촬영장과 순천만, 선암사,낙안읍성을 둘러보는 순천여행상품을 운영한다. www.tour-bo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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