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간지를 보면 ‘키보드 워리어’라는 신조어가 종종 등장한다. 가만히 앉아서 자판을 두들기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악성리플러를 뜻하는 말인데, 얼마 전 탤런트 최진실의 죽음 역시 이들의 공공연한 비방과 억측 때문이라는 시각이 커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에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다면 여행업계에는 ‘보이지 않는 입’들이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 한통의 전화를 통해 모 여행사 사장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됐다. TV를 통해 수십 년을 봐온 최진실의 죽음보다 한번 본적도 없지만 같은 업계에 있다는 것만으로 더욱 섬뜩한 비보였다. 그러나 확인차 전화를 해보니, 당사자가 버젓이 전화를 받는 게 아닌가.

한통의 전화로부터 들려온 목소리가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또 그걸 곧이곧대로 믿게 될 만큼 업계가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또 한편으로는 소문의 근원지가 의심스럽다.

요즘 취재를 다니다 보면 부쩍 경쟁 업계의 새로운 상품 소식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전에는 배우고, 청출어람하려는 패기가 강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상품성을 떠나 시도 자체에 회의적이고, 심지어 비웃기까지 한다. 소문의 진원은 우리 각자의 폐부에 숨겨진 지나친 경쟁심에 있는 건 아닐까.

“바닥도 없고, 천정도 없고, 희망도 없는 시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국내 전반적으로도 힘든 시기다. 그렇다고 해서 업계에서 살아남는 전략을 ‘배틀로얄’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여행산업은 내부 요인보다 외부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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