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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이 없는 쉼은 삶을 더욱 무겁고 불편하게 만든다. 인적 가득한 휴양지, 쇼핑으로 점철된 휴가 끝에 남은 것은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고단함뿐.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간절히 벗어나고 싶을 때, 이와테의 고요한 숲이 그 마음을 노크한다. 일상에 찌든 당신도 이와테에서는 월든 강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되어 황홀한 자연과 마주한다.

■Ski
전나무 숲 사이로 아찔한 활강

-큐카무라 아미하리 호텔 스키장

‘호텔에서 도보 30초 거리에 위치!’ 큐카무라 아미하리 호텔의 스키장 광고문구가 전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미하리 스키장의 리프트 탑승장은 호텔 코앞에 위치해 있다. 큐카무라 아미하리 호텔을 둘러싸고 있는 이와테산에 ‘파우더 스노’로 불리는 눈이 내리면 설경이 그대로 스키장이 되기 때문. 소나무와 전나무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에 가득 핀 눈꽃을 감상하며 스키와 보드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해진다.

약 58ha의 드넓은 면적 위에 펼쳐진 이곳 아미하리 스키장은 총 8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최대 경사도 10~15도의 패밀리 슬로프와 쌍둥이 임간 코스는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소나무 사이를 누비는 낭만적인 라이딩을 할 수 있어 아이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좀더 익사이팅한 라이딩을 원한다면 경사도가 37도에 달하는 상급자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국내외 각종 스키대회장으로 사용되는 테크니컬한 코스로, 순간 속도가 시속 130km에 이르는 다이나믹한 활강을 즐길 수 있다. 그 밖에도 중상급자를 위한 쌍둥이 활강 코스, 시라카바로프 코스 등 다양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스키와 보드를 즐길 수 있는 다른 코스들도 인기다.

아미하리 스키장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리프트 위에서 보이는 이와테산의 설경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것. 이곳의 리프트는 ‘스키를 타기 위한 리프트’라기보다는 이와테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한 곤돌라의 역할에 더 가깝다. 리프트를 타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발아래 펼쳐지는 순백의 도화지 같은 설원과 그 설원 사이로 살며시 고개를 내민 식물들이 그리는 한 폭의 그림은 시선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 Bath
1300년 전통의 만병통치 온천

누군가 여행 중 맞았던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을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이와테산이 한눈에 보이는 노천탕에서,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감촉의 눈이 살포시 얼굴에 내려앉던 순간’이었다고.

그 ‘순간’을 맞이한 곳은 바로 큐카무라 아미하리 호텔 내에 위치한 아미하리 온천. 먼 옛날 아스카 시대부터 ‘다이샤쿠 온천’으로 불리며 명성을 이어 온 아미하리 온천은 일본 내에서도 효험 좋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삶은 달걀 냄새가 나는 이 우유빛 유황천은 근육통과 어깨 결림은 물론 위장병, 당뇨병, 신경통 등의 질환에도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부인과 질환에도 탁월한 치료효과를 발휘한다고. 굳이 치료까지 가지 않더라도 건조한 겨울 공기에 메마른 사막처럼 사정없이 갈라지는 피부가 단박에 매끄러워지는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한 통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미네랄 성분의 보디로션보다 아미하리 온천수가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보습 효과를 발휘한다. 그야말로 ‘안티에이징 온천’이다.

그런가 하면 고단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호텔 내에 있는 노천탕인 ‘미하라시해’ 온천탕에 들어앉아 있노라면 매서운 겨울바람조차 봄에 부는 산들바람처럼 잠시 멈춰 가는 느낌이다. 오직 바람과 물소리만이 공기를 가득 채우는 이 자연의 공간에서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경험은 당신의 ‘죽기 전에 꼭 이루어야 할 버킷 리스트’에 들어가도 될 만큼 특별하고 값지다.


■큐카무라 아미하리
호텔 100배 즐기기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 보기 위해서였다.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는 후회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다. 삶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자신이 문명의 달콤한 혜택을 버리고 홀연히 숲으로 들어간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가 숲 속에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에 직면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스치는 숲의 정적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조우한다. 그것은 우리가 삶에서 마땅히 고민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일본 혼슈 최북단 북도호쿠 지방에 위치한 이와테의 토와다 하치만타이 국립공원은 소로가 살았던 월든 강가의 숲을 닮았다. 오감을 즐겁게 하는 자극적인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없지만 오직 자연의 소리만 존재하는 정적 속에서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곳. 독이 잔뜩 오른 당신의 몸과 마음을 순하디 순하게 비우고 다시 채울 수 있는 너그러운 공기가 감도는 이곳은 웰빙(wellbeing)을 넘어 데톡스(detox) 여행지로도 그만이다.

어느 나라나 대표적인 관광지가 있고 그 명성에 무리지어 찾아드는 관광객들도 많지만 대표적인 관광명소의 단면만으로 그 나라의 깊은 맛을 맛보기란 좀처럼 쉽지는 않다. 진짜 보석 같은 여행지가 어느 나라에나 숨어 있게 마련인데 일본인들에게는 이와테가 그런 곳이다. 세계적인 여행지로 이름난 ‘한다 하는’ 일본의 유명 관광지들 뒤에 살짝 숨어 있는, 진짜 일본의 정서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그 중심에 이와테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한번에 만끽할 수 있는 큐카무라 아미하리 온천스키 호텔이 있다.

큐카무라 호텔은 일본의 국립공원과 국정공원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립 호텔’. 일본 정부 환경성에서 국민 복지를 위해 1963년부터 설립, 운영하는 곳으로, 전국에 36개의 체인이 있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일에만 얽매여 있는 서민들에게 여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저렴한 숙박시설을 만들겠다는 목적 아래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저렴한 가격에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국립 자연 휴양림’ 정도가 되겠다.

이곳에 외부인들의 발걸음이 닿은 지는 채 1년도 안 된다. 지난해 4월부터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공개된 이곳은 이미 연간 40만 명 이상의 일본인들이 다녀가는 인기 절정의 휴양지. 평일에도 빈 객실을 찾기 어려울 만큼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와테 큐라무라 아미하리 지점은 1965년에 세워진 곳으로 스키장과 온천장이 코앞에 있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 없이 원하는 때에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지난 2005년에 리모델링으로 새 단장을 마치고 여느 고급 호텔 못지않게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의 숙박시설로 변신했다.

큐카무라 아미하리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경제적인 요금. 국가와 민간이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리조트나 호텔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숙박을 하는 손님뿐 아니라 온천만 이용하는 손님에 대한 배려도 훌륭하다. 대부분의 호텔이 숙박객을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해 이곳에서는 온천만 이용하는 손님을 위해 따로 휴게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전통적인 다다미 타입의 휴게실은 도시락을 싸 와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부담 없이 낮잠도 즐길 수 있는 편한 공간이다. 무엇보다 좋은 방에 묵든, 잠시 다녀가든 모두에게 차별 없이 똑같이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훌륭하다.

정원에서 스키를 타고 뒷마당에서 온천욕을 하는, 참으로 환상적인 휴식 환경을 선사하는 스키장과 온천장도 큐카무라 아미하리 호텔의 자랑. 셔틀버스 운행 시간에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 없이 원하는 때에 어슬렁어슬렁 걸어나가면 5분 이내에 아미하리 온천과 스키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와테의 차고 깨끗한 겨울, 청정자연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아미하리 스키장과 온천장에서 얼마 남지 않은 늦겨울의 즐거움들을 마음껏 누려 보자.

객실 수 75실(숙박 정원 262명)
체크인/ 체크아웃 오후 3시/ 오전 10시
이용요금 1박 2식 6,975~1만3,275엔
문의 +81-19-693-2211 www.qkamura.or.jp
글·사진=Travie writer 류진
취재협조=큐카무라 아미하리호텔 서울사무소 02-365-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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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년 전 온천이 그대로
아키타 쯔루노유 온천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옛 방식이 고스란히 보존된 전통 온천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현대적인 료칸이나 놀이 공원에 가까운 스파랜드 타입의 온천이 대부분인 것이 사실. 이와테에 근접한 아키타현의 뉴토 온천은 아직도 옛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근래 보기 드문 전통 온천이다. 토와다 하치만타이 국립공원 안 다자와호 고원에 위치해 있으며 에도시대부터 탕치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뉴토 온천에는 그 성질이 다른 총 7개의 온천이 있다. 대협곡 절벽 아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물이 뿜어내는 수증기로 유명한 오야스코, 아키타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장으로 알려진 아키노미야, 일본에서도 단 하나뿐인 천연 폭포 온천인 가와라게 오유타키를 비롯해 구로유, 가니바, 마고로쿠, 쯔루노유 온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쯔루노유는 <뉴욕 타임스>에 소개되었을 만큼 유명세를 치른 온천으로 3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 에도시대 아키타의 영주였던 사타케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별장으로 이용했을 만큼 영험한 치료 효과를 자랑한다. 상처 입은 학이 몸을 담가 치료하는 모습을 봤다고 해서 ‘학의 온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쯔루노유 온천의 가장 큰 특징은 문명과 완벽히 차단되어 있다는 것. 속세를 떠나 여행하고 싶은 이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인터넷은 물론 텔레비전도 없고, 방을 밝히는 전등불의 전기조차 자가 발전으로 공급한다. 객실로 사용되고 있는 350년 전에 지은 목조 가옥은 과거의 어느 시간으로 되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도 먼 옛날 사무라이들이 산 속을 지나다가 묵은 숙소였단다. 일 년 내내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미리 문의를 해 이용 가능한 날짜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

전통 목조 가옥의 이국적 정취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자연이 만들어 준 천연 온천탕이 쯔루노유의 가장 큰 매력. 울울창창한 절벽 아래에 자리한 우유빛 유황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치 하늘에서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가 된 기분이다. 일본 내에서도 흔치 않은 남녀 혼탕도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부터 신혼여행을 온 듯한 커플까지 자연스럽게 온천욕을 즐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아 일반 대중목욕탕처럼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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