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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를 여행했다고 할 때 ‘좋은 곳 다녀왔네’라는 상대의 반응은 ‘잘 모르지만 먼 곳을 다녀왔구나’ 정도의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 마니아라면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의 부모가 알제리 사람이라고 아는 정도가 고작이다. 덕분에 미지의 땅 알제리를 향해 여행 가방을 꾸리는 일은 ‘설렘’이라는 여행의 기본 매력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알제리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사하라는 ‘사하라가 아니다’

여행자 입장에서 알제리는 친절한 나라가 아니다. 알제리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유럽이나 우리보다 여행 트렌드가 한 발 빠르다는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관광 정보도 부족하고 여행경비나 교통편도 만만치가 않다. 아직 치안도 불안하다.
하지만 알제리의 이런 불편함은 거꾸로 알제리의 매력이기도 하다. 편리하고 럭셔리한 여행을 원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알제리는 북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관광객의 손때가 묻지 않은 나라다. 쉽게 가기 어려운 곳, 많은 이들이 여행하지 않는 곳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이들에게 남겨진 곳이다.

알제리는 북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다. 모로코와 튀니지, 리비아 등이 인접해 있으며 국토의 4/5는 사하라 사막이 차지하고 있다. 사하라는 아랍어로 ‘불모의 땅, 아무 것도 아닌’ 정도의 뜻이지만 현재 사하라에는 석유, 가스, 다이아몬드, 금광 등 막대한 자원이 매장돼 있다. 알제리는 원유 매장량 세계 14위, 천연가스 세계 8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천덕꾸러기 사하라는 더 이상 ‘사하라’가 아닌 셈이다.

사하라는 알제리의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사하라 사막은 아프리카 10개 나라에 조금씩 걸쳐 있지만 알제리에 속해 있는 면적이 가장 넓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사막인 사하라 사막의 면적은 대략 900만m2이며 이중 210만m2가 알제리에 속해 있다. 알제리 영토에 속한 사하라 사막 크기만 남한의 21배에 달한다. 때문에 알제리 여행에는 사막투어가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막투어가 알제리 여행의 중심인 경우도 많다.



■사하라를 여행하는 3가지 방법

#1 사막 사파리
사하라를 속성으로 배운다

알제리에서 사막 투어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가 알제에서 남서쪽으로 1500km 가량 떨어져 있는 아드라르(Adrar)주의 티미문(Timimoun)이다. 우리의 행정단위인 ‘도’와 비슷한 알제리 48개 주 중 1번 주이기도 한 아드라르에서는 사하라 사막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사막 여행을 가면 대부분 일정 중 하루는 사막 사파리를 나선다. 사막 사파리는 관광객에게 사막의 이모저모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사막 체험 속성 코스다. 사륜구동 지프차를 타고 사막 속 오아시스 마을 방문과 사막 피크닉, 사막의 장미 캐기, 모래언덕 질주 등을 하루에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사막의 장미는 사막의 모래와 소금기가 수만 년에 걸쳐 반응하며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으로 관광지에서는 기념품으로도 판매된다.

티미문에서 출발한 자동차가 처음 방문한 곳은 400명 정도가 모여 사는 사하라의 전형적인 오아시스 마을 ‘이그제르(Igzere)’. 6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는 한여름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그제르에서는 마을 내 커다란 동굴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동굴 안은 매년 한 차례 모래 갈이를 하는 등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마을회관의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오수를 즐기기도 한다. 오아시스 마을은 골목이 좁다는 것도 특징이다. 태양을 피해 그늘을 만들고 모래폭풍을 염려해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게 만든 골목은 이그제르도 마찬가지다.

오아시스 마을은 전쟁 등에 대비해 주위에 성채가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큰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보통 3~4개의 성채가 존재하는데 성채는 100명 미만이 거주하며 씨족이나 가족 단위가 모여 사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지금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고 형태만 남아 있는 성채가 많지만 사막에서 멀리 보이는 성채는 중세의 성처럼 멋스럽고 기품이 있다.

생명이 살기 힘든 사막에서 오아시스는 물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말해 주는 가장 극적인 공간이다. 맑고 투명한 호수 주위로 아름드리 야자수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오아시스 마을은 실제 흔한 광경이 아니다. 대부분의 오아시스 마을은 얇은 지표면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를 알뜰살뜰 모아서 살아간다. 귀한 지하수를 요긴하게 써야 하는 오아시스 마을은 포가라(Foggara)라고 부르는 배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포가라는 오아시스의 심장에 해당하는 시스템으로 지하수의 정화와 공급의 역할을 한다. 상원에서 공급되는 물이 여러 갈래로 교체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보완과 완충 작용을 하는 사막의 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이 물은 식수와 경작용으로 사용된다.




#2 낙타투어
뚜벅뚜벅 조금 더 사하라에 가까이

사막 하면 떠오르는 끝없는 모래 언덕은 일반적인 사막의 모습이 아니다. 사하라도 모래사막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모래사막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사막의 상징 낙타도 마찬가지다. 지프차를 타고 사파리를 했다면 이제는 낙타 투어를 경험할 차례다.

알제리의 낙타는 대부분 외봉으로 사람은 혹 뒤에 앉는다. 가운데에 구멍을 뚫은 나무틀에 천을 덮어 안장으로 삼는데 이 느낌이 참 묘하다. 천 조각을 사이에 두고 사람의 엉덩이와 낙타의 등이 거의 맞닿아 있기 때문에 낙타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낙타가 걸음을 걸을 때마다 척추의 움직임까지 느껴질 정도여서 사람들은 한동안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낙타는 평지에선 묵묵히 터벅터벅 걷고 내리막에서는 성큼성큼 걷는다. 낙타를 타고 갈 때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안장의 손잡이뿐인데 내리막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어느 정도 힘이 필요해 여자들은 조심해야 한다.

말도 그렇지만 낙타도 막상 등에 올라타면 그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사람 키보다 큰 낙타 등까지의 높이에 앉은 사람 눈까지의 높이가 더해지니 위에서 내려보면 족히 3m는 될 성싶다. 높은 곳에서 낙타와 호흡하며 느릿느릿 보는 사막의 모습은 자동차로 볼 때와 느낌이 또 다르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지나다 보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청명하다기보다 종종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낙타에 몸을 싣고 바람 많은 언덕에 서면 ‘모래의 춤’을 평소와 다른 눈높이에서 볼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사막은 살아 움직인다. 뱀이 돼, 스멀거리기도 하고 안개처럼 자욱해지기도 한다. 바람은 거대한 모래 언덕을 하루 만에 다른 곳으로 옮겨 놓기도 한다. 모래 바람이 폭풍처럼 대지를 할퀴면 종일 먼지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고운 먼지는 호텔 문틈으로도 스며든다.




#3 사막의 일몰
붉은 노을을 보며 마음의 휴식을

구라라(Gourara) 호텔은 티미문 지역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머무는 대표 호텔이다. 그렇다고 시설에 너무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3성급 호텔이지만 주저앉은 침대 쿠션과 빈약한 샤워 물줄기 등 처음에는 허술한 시설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지내다 보면 이곳이야말로 천국 같은 쉼터임을 알 수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충분한 사치이고 호사다. 아침에 제공되는 식사도 만족스럽고 오렌지 주스도 신선하고 맛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라라는 사하라라는 멋진 전망을 가득 품고 있다. 설계할 때부터 서쪽을 향하도록 지어진 호텔은 지는 해를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누군가 사막 투어의 백미는 일몰 감상이라고 했는데 구라라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호텔에서는 사막을 향해 둥글게 객실을 배치하고 지붕에는 파라솔을 설치해 놨다. 이곳에 서면 호텔 주변 대추야자나무를 경계로 구분되는 사막과 오아시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계 밖으로는 다양한 사막의 모습이 펼쳐진다. 소금이 굳어 멀리서 보면 마치 물처럼 반짝이는 세브카(sebka, 염호)와 모래 언덕이 어우러진 풍경은 시인과 음악가 몇 명은 족히 길러낼 수 있을 것 같다.

오후가 되고 숙소에 도착한 사람들은 따뜻한 물로 먼지를 털어내고 하나 둘 이곳으로 모여든다. 혼자 책을 들고 오는 이도 있고 지인들과 삼삼오오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여유롭다. 각자 좋아하는 음료 한잔 손에 들고 하루를 정리하는 모습은 휴양지 리조트에서 취하는 휴식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지는 해를 기다리는 시간은 고요하고 한가롭다. 바람 없이 잔잔한 사막은 부드러운 휴식을 허락하고 멀리 파도처럼 층을 이룬 모래사막 너머로 해는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사라진다.




■ 봄이면 신들이 내려와 사는 ‘티파사’

알제리의 풍경은 아프리카 북부를 가로지르는 아틀라스 산맥을 경계로 180도 바뀐다. 산맥이 사하라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아 주는 덕에 해안가 쪽은 여름에 고온건조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우기가 이어지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보인다. 때문에 국토 면적의 20%인 해안 지대에 알제리 인구의 80% 가량이 모여 살고 있다. 반면 산맥 너머 사하라에는 인구 3~5만명 규모의 자연발생 도시가 사막 주변에 산재해 있을 뿐이다.

프랑스의 문호 알베르 카뮈가 유년시절을 보낸 알제리는 그와 관련된 여행지도 여럿이 있다. 그중 수도 알제에서 서쪽으로 70km 가량 떨어진 티파사(Tipaza)는 카뮈가 <티파사에서의 결혼>에서 ‘봄철이면 신들이 내려와 산다’고 노래한 곳으로 유명하다. 알제에서 티파사까지는 해안가 드라이브도 운치 있다. 해안가를 따라 놓인 이 길은 겨울이면 해송과 코알라 나무로 유명한 유칼립터스, 푸른 초원이 펼쳐져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티파사는 페니키아말로 ‘기항지’라는 의미로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이 남아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페니키아인이 지브롤터를 향해 가는 기항지로 이용하면서 만들어진 도시는 기원 1세기경 로마인들에 의해 본격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3km 정도의 해안이 펼쳐지는 티파사는 바다가 인접해 밀 재배가 수월했고 때문에 로마 군단이 상주했다.

전성기에는 1만5,000명~2만명 정도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지에는 방이 10개 이상 되는 호화로운 빌라도 발견된다. 빌라는 대형 목욕탕과 사우나, 마사지실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2,000명 수용 가능한 원형극장터도 발견됐지만 프랑스 지배시 객석에 있는 돌을 빼서 건축 자재로 사용한 탓에 온전한 모습으로 보전돼 있지는 않다. 현재 전체 유적의 20% 정도만 발굴을 마친 상황이지만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그려 보기에는 충분하다. 사막에서는 접하기 힘든 정어리와 왕새우 등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로마 유적 인근에는 알제리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기독교인의 무덤이 있다. 직경 61m, 높이 32.4m로 동서남북 4곳에 만들어 놓은 가짜 문에 십자가가 새겨 있다고 해서 흔히 기독교인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람세스 2세 부인의 묘라는 추정부터 클레오파트라의 딸 ‘테바’의 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으로 보는 사하라




1 귀한 손님 대접은 정성이 반
양을 통째로 굽는 메슈이는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는 이들의 별미다. 보통 4시간 정도 손으로 양을 돌려가며 굽는 정성이 가득한 요리다. 먼저 3시간은 소금을 발라가며 돌려 기름을 빼고 이후 1시간은 버터 등을 칠하며 마지막 공을 들인다. 메슈이는 모두 둘러 앉아 손으로 먹는 것이 이곳 방식. 1마리에 40만 원 정도니 물가를 감안하면 가격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2 반짝반짝 눈이 부신 아이들의 표정
사진기자들이 사용하는 최고급 디지털 카메라도 재미있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신기한 것은 피부색 다른 동양인의 출현이 아닐까.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천진함이 가득하다.

3 눈이 아니라 소금
사막 전경에서 멀리 하얗게 보이는 것은 대부분 소금 덩어리다. 사하라는 신생대 사막으로 아직 풍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봉우리도 곳곳에 남아있다.

4 “신선한 낙타 고기 있어요”
시장의 모습은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매대에 놓인 물건이야 차이가 있겠지만 활기찬 생명력은 사하라 사막의 시장도 뒤지지 않는다. 티미문의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곳 중 하나는 정육점. 낙타 고기를 다루는 직원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5 반갑고도 무서운 사막의 비
사막에 내리는 비는 반갑고도 무서운 손님이다. 워낙 비가 드문 곳이라 조금만 비가 많이 내린다 싶으면 흙벽돌로 지은 집이 녹아 버리고 물난리가 난다. 이그제르 마을도 몇해 전에 내린 30mm의 비에 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다.

6 사막운전의 적은 졸음과 모래바람
아프리카에도 대륙을 종단하는 고속도로가 개통돼 있다. 사막에서의 운전은 생각보다 단조롭다. 차선도 없고 차선이 있다 해도 모래바람에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간혹 히치하이킹 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7 표정으로 말을 하는 낙타
낙타는 표정이 참 재미있는 동물이다. 지금 얼굴로 감정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추야자를 실컷 먹고 느긋하게 앉아 있을 때는 웃거나 흐뭇해하는 것 같고 억지로 일으키거나 끌고 다니면 성내거나 불쌍해 보인다. 낙타는 다리의 관절이 3개다. 일어서거나 앉을 때 한 쪽이 급하게 기울면서 약간 부자연스러운 모양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낙타를 타거나 옆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낙타 뒤에 서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간혹 겁을 먹으면 뒷발질을 하기도 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8 재미있는 알제리의 자동차 번호판
알제리에서는 번호판을 보면 자동차의 대략적인 이력을 알 수 있다. 번호판은 숫자로만 적혀 있으며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오른쪽 두 자리 숫자는 자동차가 속해 있는 주 표시로 01이면 아드라르주를 16은 수도인 알제를 뜻하며 09는 브리다(Blida)주다. 가운데 세 자리 중 앞에 있는 숫자 1은 자동차의 용도와 관련이 있고 그 뒤 두 자리는 등록년도가 된다. 마지막으로 좌측의 숫자는 등록순서다. 사진의 경우 2008년에 등록한 브리다주 차량으로 그해 2,424번째 등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9 알제리는 와인이 유명해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탓에 알제리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와인 문화가 발달해 있다. 외국인들은 식당에서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병은 다소 조악할지 몰라도 맛은 훌륭하다.

10 사막에서의 점심식사
사막 투어에서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야자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펼치고 음료를 곁들이면 나름 재미있는 사하라의 피크닉이 된다. 알제리항공에서 공수한 도시락이 신기하다.

11 사하라 사막의 호텔
구라라 호텔의 객실과 샤워기.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서의 샤워는 더할 수 없는 호사다. 뜨거운 물도 나온다.


■재미있는 알제리의 자동차 번호판

알제리에서는 번호판을 보면 자동차의 대략적인 이력을 알 수 있다. 번호판은 숫자로만 적혀 있으며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오른쪽 두 자리 숫자는 자동차가 속해 있는 주 표시로 01이면 아드라르주를 16은 수도인 알제를 뜻하며 09는 브리다(Blida)주다. 가운데 세 자리 중 앞에 있는 숫자 1은 자동차의 용도와 관련이 있고 그 뒤 두 자리는 등록년도가 된다. 마지막으로 좌측의 숫자는 등록순서다. 사진의 경우 2008년에 등록한 브리다주 차량으로 그해 2,424번째 등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 Where’ 보다 ‘When’이 중요한 알제리 여행

알제리는 어디를 가는가보다 언제 여행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수도 알제를 비롯해 지중해 연안의 연강수량은 800mm로 비는 대부분 12~2월 사이에 내린다. 비가 내리면 대지는 파릇파릇한 생명들로 생기가 넘쳐나지만 이후 비가 그치면 풍경도 돌변한다. 사막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더욱 12월에서 2월 사이로 일정을 맞추는 편이 좋다.
열대 사막은 쉽게 말해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은 곳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 지속되면 생계가 어려워지듯 증발이 많은 사막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 됐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까지 더해져 사막은 갈수록 그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사하라 사막은 연평균 일조시간이 3,500시간으로 하루 10시간 가까이 태양이 내리쬐고 한여름에는 60도까지 기온이 올라간다. 여기에 3~4월 사막의 모래폭풍은 시속 120km에 가시거리가 50m에 불과할 정도로 강력해서 이때의 여행은 자칫 모험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겨울에는 한낮에도 사막의 태양을 견딜 만하다. 건조해서 땀이 나지 않고 대추야자나무 그늘에 서면 시원한 느낌까지 들 정도다.


★알제리 토막상식

알제리는 1991년부터 정부와 이슬람 세력 사이의 내전에 버금가는 무력 충돌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암흑의 10년’ 또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혼란의 시기를 겪은 탓에 알제리의 관광산업은 주변 튀니지나 모로코에 비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도 과격파 무장 이슬람그룹은 동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테러 활동을 지속하고 있어 이 지역으로의 여행은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현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당선되고 국민대화합정책을 구사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관광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알제리가 2007년 국토개발부의 명칭을 국토개발환경관광부로 바꾸고 관광 차관을 두는 등 관광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자연자원 이외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지 않으면 15년 후에는 원유 생산이 중단된다는 전망도 있다.

>>> 알제리까지 직항은 없다. 파리를 경유해 수도 알제로 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주알제리한국대사관(dza.mofat. go.kr)에서 간단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지중해와 마주하는 해안선만 1,280 km에 달하는 알제리를 여행하다 보면 종종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게 된다. 단, 알제리에서 국내선을 탈 때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연착이 워낙 잦아서 현지인들은 에어 알제리를 ‘에어 인샬라’ 또는 ‘에어 메이비’라고도 부른다. 보안 수속은 꽤 엄격한 편이다.

>>> 물이 귀한 사막투어를 할 때는 마시는 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선택이 가능하다면 생수는 ‘엘메니아’를 추천한다. 엘메니아는 남부 사막에 있는 엘메니아라는 호수의 물을 그대로를 병에 담는다고 한다. 석회 성분이 없어 주알제리한국대사관 외교관들도 ‘엘메니아’를 구입해 마신다.

>>> 알제리는 올리브와 오렌지가 맛있기로도 유명하다. 이곳 오렌지에 맛을 들이면 다른 오렌지는 먹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달고 육즙이 풍부하다. 신선한 오렌지 쥬스도 오래도록 입 안에 여운을 남긴다.

>>> 오아시스 마을을 방문해 보면 동네마다 삼각원뿔 모양의 하얀 건물을 만나게 된다. 이는 동네마다 있는‘마라보’의 무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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