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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 말하길 기상학적으로 3, 4, 5월은 봄이다.
더불어 말하길 봄은, 날씨 변화가 심하고 점차 따뜻해지기는 하나 때때로 추위가 되돌아오는 등 기상이 상당히 복잡한 계절이다. 봄꽃놀이에 나섰다가도 갑작스런 추위와 더위를 오가기 일쑤인 봄의 변덕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본 계절의 묘미. 그리고 반복된 경험은 벚꽃이 떨어지고 연둣빛 잎이 돋는 때가 진짜 봄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주기도 한다. 이 땅보다 한 달 가량 봄이 먼저 온다는 일본의 치바와 이바라키. 상춘객을 유혹하는 진짜 봄을 그곳에서 만나봤다.

글·사진=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관동운수국 국제관광과, 이바라키현
국제관광테마지구 추진협의회, 치바현 국제관광테마지구 추진협의회

■사와라 마을

치바현 사와라 일대는 예로부터 쌀 생산이 많았다.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쌀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나날은 평화로웠다. 생산된 쌀을 보관하기 위해 쌀 창고도 많이 지었다. 창고는 주로 오노가와 강변에 들어섰다. 배에 실어 에도로 팔려 가는 쌀이 많아서다.

농사를 지어 부유하게 성장한 마을의 역사는 지금도 그 맥을 잇고 있다. 쌀 창고는 상가로 변했고, 옛 가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간다. 옛 정취가 그대로인 이곳을 사람들은 ‘작은 에도’ 혹은 ‘살아 있는 거리’라 부른다. 1996년에는 중요 전통건물 보존지역으로도 지정됐다.

쌀농사와 장사로 잘 먹고 잘 살게 된 보답으로 마을의 가게 여주인들은 힘을 모아 생활 가구, 장사 도구, 인형 등 전시물을 만들어 사와라 교류관에 전시한다. 이건 지금의 이야기다. 그리고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도 당시부터 사와라 마을에서는 풍작을 기원하는 축제가 있었다. 사와라 대축제가 그것이다. 축제의 주인공은 인형을 얹은 커다란 수레. 인형 한 개를 만드는 제작비만 1억엔 가량이라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형 한 개는 4m 높이로, 무게가 4톤에 이른다. 이 인형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돈은 마을의 가게 주인들이 냈다. 농민들은 돈을 내는 대신 짚을 엮어 인형을 만들었다. 소박하다지만 큰 노력이 보이는 작품들이다. 사와라 대축제 때 사용되는 인형은 지금 총 24개가 있다. 여름 축제에 10개, 가을 축제에 14개의 인형이 선보이는데 예부터 사용하는 것도, 새로 만든 것도 있다. 사와라 주민은 “다른 마을 축제는 청년들이 없어 애를 먹지만, 사와라는 축제 때 참가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아 골치”라며 행복한 투정을 했다. 더불어 사와라 마을에 술 양조장이 많은 건 축제 때문이라고도 했다. 보답의 마음이 축제를 낳았고, 축제가 다시 마을을 풍요롭게 한 셈이다. 훌륭하고 부럽다.

스이고 사와라 수레 회관에서는 축제 때 사용하는 수레를 전시한다. 축제의 역사를 말해 주는 한글 설명이 도움이 된다. 오노가와 강변에는 일본 전역을 걸어서 측량해 실측도를 만든 이노 타다타카의 생가도 있다. 생가 앞에는 일명 ‘좔좔 다리’라 불리는 도요바시 다리가 자리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수로교를 복원한 것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일본의 남기고 싶은 소리 풍경 100선’에 든 낙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이고 사와라 수레 회관 찾아가기> JR 사와라역 하차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4시30분, 월요일 휴무 입장료 어른 400엔, 초등학생 200엔 문의 0478-52-4104

▶where to buy

우에다야 잡화점 대나무 바구니, 나무 그릇, 우산 등 일본의 향취가 가득한 각종 잡화를 판매한다. 가게는 1760년에 세운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 큰길에 면한 가게를 지나 작은 정원을 통과하면 커다란 나무 하나로 기둥을 세운 인상적인 공간이 나온다. 중년의 여주인은 “집을 지을 당시, 큰 나무를 마차로 옮겨 오느라 고생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문의 0478-52-2669


■미나미 보소 플라워 라인

‘나노하나’라 불리는 유채꽃은 치바의 꽃이다. 관동에서 가장 빠른 봄을 알리듯 3월이면 치바 남부의 미나미 보소는 노랗게 물든다. 미나미 보소에서 유채꽃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핀다. 자생하는 꽃들과 더불어 시라미즈라 불리는 노지 꽃밭들이 어우러져 미나미 보소 플라워 라인이라는 치바만의 독특한 꽃 길을 형성했다. 시라미즈에서 꽃을 볼 수 없는 시기는 딱 한 계절, 여름이다. 12월부터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꽃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플라워 라인을 따라 길을 잇는다. 이름 모를 들판에 유채꽃이 만발했다. 차를 타고 일대를 돈다면 마음에 드는 아무 곳에나 내려 꽃을 즐길 수 있다. 풍차를 세워 놓아 이국적인 향취를 더한 곳, 딸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밭 등 꽃과 더불어 즐길거리도 많다. 꽃밭 근처의 숍에서는 허브 카레, 허브 차를 비롯해 과자 등 먹거리도 판다.

보소 플라워 라인에서 잠시 벗어나 옛 국도로 접어드니 시라미즈의 행렬이 이어진다. 시라미즈의 꽃밭에서는 꽃을 꺾는 체험도 가능하다. 직접 꽃을 꺾어 가져가는 비용이 한 송이에 100엔. 호텔 방에 두고 하루를 함께하기에도 부담 없다. 꽃다발은 300엔 가량에 판다. 꽃을 사지 않아도 꽃밭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찾아가기> 차가 없다면 보소 플라워 라인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치쿠라역에서 2,000엔 가량


■마더 목장

산케이 신문, 도쿄 타워를 만든 마에다 히사키치의 어머니는 생전에 ‘소 한 마리만 있었으면’ 하고 소원했다. 소 한 마리면 생활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에서였다. 그런 어머니를 그리며 히사키치는 어머니라는 이름을 빌려 마더 목장을 조성했다.

마더 목장의 드넓은 초원에는 지금 소뿐만 아니라 양과 조랑말, 알파카 등이 뛰논다. 트랙터 트레인을 타고 15ha에 이르는 광대한 목장을 도는 마더 팜 투어를 하면 이 모든 동물들과 친구가 된다. 양과 알파카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고, 수십 마리의 양을 리드하며 달리는 양치기 개의 카리스마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도쿄만과 후지산을 배경에 두고 목장을 돌 수 있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외에도 애그로돔 쇼, 오리들의 대행진, 아기 돼지의 경주, 양들의 대행진, 토끼 안아 보기, 젖소 우유 짜기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우유와 아이스크림도 반드시 먹어 봐야 한다. 직접 짜 만들어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진해 입이 행복하다. 150엔.

찾아가기> JR 사누키마치역에서 버스로 25분 가량 영업시간 주중│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 주말│오전 9시~오후 5시 입장료 어른 1,500엔, 어린이 800엔, 마더팜투어 어른 1,200엔, 어린이 700엔 문의 0439-37-3211 www.motherfarm.co.jp


▶where to eat
징기스칸 가든 마더 목장 내에 자리한 야외 레스토랑으로 징기스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징기스칸은 고기와 해산물 등을 양배추, 숙주, 당근, 옥수수 등 야채와 함께 볶아 먹는 요리. 쇠고기는 일본에서도 최고로 친다는 검은 털 소를 직접 사육해 사용한다. 조망 또한 일품이다. 레스토랑 한 켠에는 유채꽃, 벚나무 등이 가득한 탁 트인 언덕이 자리했다. 돼지고기 850엔, 소고기 1,400~2,200엔, 생맥주 630엔.

▶where to buy
소믈리에 하우스 마더 목장을 찾았다면 근처 소믈리에 하우스에도 들러 보자. 1793년에 창업한 이래 대를 이어 술을 만들어 오며 술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상을 받은 유명한 집이다. 술을 만드는 시기는 11월부터 4월 정도까지. 이때 만든 술을 일 년 내내 판매하며 나머지 기간에는 술의 재료가 되는 쌀농사를 짓는다.
소믈리에 하우스에서는 술을 직접 맛본 후 구입도 가능하다. 시음할 수 있는 술의 종류만 수십여 가지에 이르러 모든 술을 시음하면 취할 정도다. 한 병에 1만엔이 넘는 비싼 술도 있지만 역시 가장 잘 팔리는 술은 1,100엔 정도로 맛과 가격에 부담이 없는 술이다. 술 외에 술지게미, 술을 넣어 만든 우동 면, 안주거리 등도 판매한다. 일본의 양조장 입구에는 스기 나무로 만든 둥근 장식품들이 있다. ‘스기다마’라고 하는 이것은 새로운 술이 만들어지면 거는 일종의 표시다. 스기다마가 초록빛을 띠면 새로운 술이 만들어졌다는 표시니 알아두면 도움이 될 듯하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문의 0439-68-0100 www.sommelier.co.jp


★치바

도쿄의 동쪽에 자리한 치바는 ‘일본의 현관’이라 불리는 나리타 공항을 품에 안고 있다. 도쿄를 여행한다면 치바를 찾지 않아도 치바 땅을 밟게 되는 셈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쿄 디즈니랜드도 사실은 치바 땅에 속한다. 낯설기만 했던 치바. 심정적인 거리를 좁히니 실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일본어로는 ‘샤치(シャチ)’, 영어로는 ‘킬러 웨일(Killer Whale)’이라 불리는 범고래는 난폭한 성질 때문에 ‘바다의 강도’로 불리기도 한다. 때로는 다른 종류의 돌고래나 고래, 물개나 바다표범을 잡아먹기도 한다는 범고래. 하지만 카모가와 씨월드에서 범고래는 재간둥이이자 자랑거리다.

카모가와 씨월드에는 7마리의 범고래가 산다. 일본 내에 총 8마리의 범고래가 있다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카모가와 씨월드에 터를 닦은 1세대 범고래는 빙고와 스텔라. 부부의 연을 맺은 이 둘 사이에서 라라와 란, 라비가 태어났다. 그리고 작년 10월, 라비와 아이슬란드 출신의 범고래인 오스카가 결혼해 새끼를 낳았다. 일본에서 태어난 범고래가 다시 범고래를 낳은 건 처음 있는 일이라 당시 일본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다고 한다. 지대한 관심 덕분에 이름을 짓는 일도 쉽지 않아 3세대 아기 범고래는 태어난 지 4개월여가 지난 2009년 3월7일, 마침내 ‘아스’라는 이름을 얻는다.

아기라지만 아스의 크기는 일반 돌고래만하다. 참고로 아스의 할아버지인 빙고는 길이 6,5m에 4톤이나 나가는 거구로 하루에 해치우는 먹이의 양만 100kg에 이른다. 이런 거대한 몸집을 이끌고 펼치는 쇼는 대단하지만 한편 귀엽다. 온몸을 던져 다이빙을 해 앞 좌석의 관중들에게 물벼락을 안기기도 한다.

탁 트인 태평양을 바라보고 선 카모가와 씨월드는 전시시설과 공연시설을 갖춘 어뮤즈먼트 파크다. 강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 생명을 형성하는 물의 일생을 보여 주는 에코 아쿠아로마, 극지방의 동물들을 볼 수 있는 폴라 어드벤처를 비롯해 트로피컬 아일랜드, 로키 월드 등의 전시시설과 범고래, 돌고래, 흰돌고래, 바다사자의 공연이 열리는 네 개의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각 공연은 3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모든 쇼를 보려면 2시간 가량 필요하므로 쇼 일정표를 참고해 A, B, C 타입을 선택하는 게 좋다.

찾아가기> JR 아와카모가와역에서 셔틀버스로 5분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공연시간 범고래│오전 10시30분, 오후 1시, 오후 3시, 바다사자│오전 11시, 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 등 입장료 어른 2,800엔, 어린이 1,400엔 문의 04-7093-4803 www.kamogawa-seaworld.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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