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4월부터 수수료 사라진 일본

항공사도 여행사도 ‘취급수수료’ 부과

일본 국적 항공사인 일본항공(JL)과 ANA항공(NH)이 올해 4월1일부터 항공권 판매수수료 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일본시장도 이른바 ‘제로컴(Zero Commission)’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한항공이 내년 1월1일부터 수수료 제도를 자유화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한국시장도 제로컴 체제로의 대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상황이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제로컴 시대를 맞은 일본 여행업계의 동향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편집자주>

■고객 대상 수수료 속속 신설

일본 여행업계가 제로컴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가장 역점을 쏟고 있는 부문은 항공권 ‘발권서비스’에 대해서 소비자에게 일정액의 수수료(취급수수료, 수배수수료)를 부과하는 것. 항공권뿐만 아니라 여행사의 상담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에도 비용을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정착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다.

JTB는 노스웨스트항공이 수수료 제도를 폐지한 2008년 10월1일부터 항공권(보통운임, 정규할인운임(PEX운임)) 발권시 하한 2,100엔으로 항공권 요금의 20% 이내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대신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약 및 결제까지 완료한 경우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4월1일부터는 하한액수를 4,200엔으로 인상했다. 긴키니혼투어리스트도 항공권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항공권만을 발권하는 경우에 대해 최저 3,000엔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톱투어는 할인항공권의 경우 2,100엔씩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공시운임 항공권에 대해서는 JTB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니혼료코는 지난해 10월1일부터 할인항공권을 제외한 보통운임, 정규할인운임(PEX) 등의 공시운임 항공권에 대해 여행비용총액(항공권에 숙박, 운송 요금이 더해진 비용)의 20% 이내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한큐코츠사도 올해 4월1일부터 1건당 3,000엔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추이를 감안해 액수와 부과방식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에이치아이에스(HIS)도 지난해 11월1일부터 개인 및 법인으로 구분해 항공권 취급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개인의 경우 자사가 운영하는 디스카운트 항공권에 대해서는 2,100엔씩, 공시운임 항공권에 대해서는 4,200엔씩 부과한다. 4월1일부터는 ‘여행업무 취급요금 기준’을 일부 개정해 부과 대상 항목을 늘리고 세분화하기도 했다.<표1,2 참조>







■항공사 직판 수수료 ‘공정한 게임’

항공권 발권에 대해 소비자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여행사들만이 아니다. 항공사들도 속속 자사의 직판 항공권에 대해 수수료 부과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직판 항공권에 대한 수수료 부과는 주로 여행사 대상 판매수수료 제도를 폐지한 ‘제로컴 항공사’들이 도입하고 있는데, 자사 콜센터나 발권카운터에서 발권한 항공권에 대해 각 항공사별로 정한 기준에 따라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대부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한 구매에 대해서는 수수료 부과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이를 통해 온라인 직판비중을 높이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항공사들의 수수료 부과 정책은 여행사들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취급수수료의 정당성을 지원하는 효과는 물론 항공권 판매과정에서 여행사-항공사 간의 공정한 경쟁도 유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두 일본 국적항공사의 제로컴 결정 이후 일본 여행업계는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항공사도 직판 물량에 대해 여행사처럼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해야 된다고 주장, 이를 항공사들이 수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표3>




■제각각 운영 등 과도기적 양상

그렇다면 제로컴 시대 한 달을 맞은 일본 여행업계의 분위기는 어떨까? 그야말로 과도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도쿄지점 관계자는 “다소의 진통은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큰 혼란이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순조롭게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과도기적 상황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로컴 체제로 인해 항공사-여행사-소비자 간의 거래 및 영업 관행에 일대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체계화됐거나 일정한 기준에 따른 변화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여행사들의 소비자 대상 수수료 정책만 보더라도 전체적인 기준이나 규정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여행사 개별적인 차원에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보니 소비자들로서는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에서 현재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IATA TASF(Travel Agent Service Fee) 제도처럼 시스템적 방식을 통한 징수도 아니어서 정착과정에서의 시행착오도 클 전망이다.

수수료 부과 대상 항공권의 경우에도 일부 여행사는 제로컴 도입 항공사로만 한정짓는 반면에 다른 업체는 제로컴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항공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등 편차가 크다. 항공사들 또한 직판 물량에 대한 수수료 도입 과정에서 초기에는 제로컴 항공사들만이 직판 수수료를 도입했는데, 현재는 제로컴 미도입 항공사들도 이와는 별개로 직판 수수료 제도를 마련하는 등 과도기적 혼란양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IT운임 기반, 제로컴 충격파 낮춰

그렇지만 일본시장만의 특수성으로 인해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제로컴의 충격파가 크게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 여행사들은 네트 요금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IT운임’에 대한 의존도가 컸기 때문에 이번 수수료 제도 폐지에 따른 여파도 그만큼 낮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블루스카이투어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본 여행사들은 IT운임을 기반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항공사의 묵인 하에 IT운임을 AIR-ONLY로도 판매하기 때문에 수수료 폐지에 따른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며 “단, 기업체에 딸린 여행사나 상용전문 업체들은 수수료 폐지로 어느 정도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인하우스(In House)’ 업체로 불리는 기업 계열 여행사나 상용위주의 업체들이 기업체와의 거래시 항공권 취급수수료 부과를 놓고 마찰을 빚는 사례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제로컴의 가시적인 여파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항공권 취급수수료 부과를 놓고 일본 언론에서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 받지 못한 수수료 수익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고, 4월 이후부터 비수기로 접어들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도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과연 제로컴 시대의 일본 여행업계의 생존전략이 제대로 정착될지는 좀 더 시일이 지나봐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외항사가 ‘제로컴’ 포문 … 9개월 뒤 국적사 동참

유나이티드항공(UA)과 아메리칸항공(AA), 콘티넨탈항공(CO)이 2008년 7월1일부터 여행사 지급 판매수수료를 기존 5%에서 3%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항공사들의 수수료 정책이 단계적 인하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노스웨스트항공(NW)은 3%라는 중간단계를 건너뛰고 10월1일부터 수수료 제도 전면 폐지한다고 발표, 제로컴 시대를 향한 첫 포문을 열었다. 노스웨스트항공에 이어 에어프랑스(AF), KLM네덜란드항공(KL)도 올해 1월1일부터 수수료 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급기야 지난해 10월과 11월 중순에 각각 일본항공과 ANA도 2009년 4월1일부터 국제선 수수료 제도를 폐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외항사가 처음으로 수수료를 폐지하고 9개월 뒤 일본 국적사도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양대 일본 국적항공사가 4월1일을 기점으로 수수료 제도 폐지를 선언하자 콴타스항공, 영국항공, 오스트리아항공, 싱가포르항공, 델타항공 등 다른 외항사들도 잇따라 같은 결정을 내리며 제로컴 시대의 도래를 기정사실화했다. 물론 캐세이패시픽항공(CX) 등 영업 전략상 기존의 수수료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외항사들도 있지만 두 일본 국적사마저 수수료 제도를 폐지한 만큼 계속해서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항공(KE)과 아시아나항공(OZ)도 일본시장에서의 수수료 정책 조정을 현재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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