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비절감,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평균 20~30%씩의 성장을 거듭해 온 주요 패키지 여행사들은 인력 역시 이에 맞춰 충원해왔다.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해외출국인원수가 20%가 감소한데다 올해 초 전년대비 평균 20~40% 매출 하락을 겪게 되자,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비절감과 위기극복의 방안은 구조조정밖에 없는 것일까. 주요 여행사들이 구조조정을 대신해 경비절감 방안으로 시도하고 있는 각종 사례들을 모아봤다. <편집자주>

기업이 이윤을 달성하는 방법을 등식화하면 ‘지출<매출’과 같은 형태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다. 장사가 잘 될 때는 지출이 어느 정도 늘어나도, 오히려 매출 증대의 기회가 된다. 반면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지출도 함께 줄이는 수밖에 없다.
기업의 지출은 크게 인건비, 임대료, 운영비 등 3가지 항목으로 볼 수 있는데, 경비절감은 이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기업 운영 컨설팅 회사들의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평균 비율이 각각 인건비는 75%, 임대료는 15%, 운영비는 10%다. 때문에 비단 여행사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은 위기의 순간에 정리해고를 최고의 방안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여행업의 업종 특징을 다시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해고는 잠재적인 마이너스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여행사는 다른 직종에 비해 담당자가 업무를 숙달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최근에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맨파워는 중요하다. 때문에 재고용시 필요한 교육비용 및 숙련 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 등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보다 큰 문제는 회사 분위기가 안 좋거나 정리해고를 실시할라치면 일 잘하는 직원들이 먼저 회사를 뛰쳐나간다는 것. 또 실질적인 맨파워를 가지고 있는 팀장들이 정리해고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떠안게 되면서, 심각한 경우 직원들과 거래처를 데리고 나가 독립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현명한 비용절감 방안으로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힘들 때 허리를 졸라맬 수 있지만, 오히려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거나, 불만을 고조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비용절감은 기본적으로 ‘불편함’을 전제로 하고, 더군다나 단기 비용절감은 그야말로 극약 처방이나 마찬가지여서 이에 대해 직원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가져야 한다. 많은 업체들의 비용 절감 노력이 ‘잔소리’로 받아들여지고, 효과적이지 못하다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인력 관리의 경우 불황과 호황은 번갈아가며 반복되는 만큼, ‘힘들때 자르면 되지’의 태도가 아니라 좀 더 신중하게 인력 충원을 실시해야 한다. 여행업계에서도 좀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바운드 업체들의 경우 인력 충원에 매우 신중하며, 인원수를 급격히 늘리거나 하지 않는다. 아웃바운드에서도 한진관광은 최근들어 대대적인 전세기 사업과 물량 증대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충원을 크게 하지 않아 11월 이후 급격한 경기 하락으로부터 그나마 충격이 적었다.

한편 ‘종이 한 장 아껴서 어쩌겠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데, 전체 비용에서는 25%에 해당하는 임대료와 운영비라도, 이를 10% 이상만 줄여도 감소한 수익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여행사의 매출대비 연평균 수익을 10~20% 정도로 계산한다면, 올해 전년대비 약 30%의 매출이 감소한 회사를 가정하고 수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니 마른 수건이라도 짜는 심정으로 아껴야 지금의 위기를 현명하게 넘길 수 있다.

A여행사 지난해 매출×0.1=지난해 수익
A여행사 지난해 매출×0.9×0.25×0.1=경비절감
A여행사 지난해 매출×0.1×0.3=수익 감소분


■임대료 절약 방안

하나투어는 임원실을 없애고, 부서별 공간을 줄여서, 최근 임대료를 절반으로 낮췄다. 하나투어는 또 지방 지사에 대해서도 사무실을 규모를 줄이든가, 좀 더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는 등의 임대료 줄이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랑풍선도 기존에 2개 층을 쓰던 사무실을 하나로 통합했다. 당장 물건 둘 때도 부족하고, 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데 따른 소음과 각종 불편함이 있겠지만, 힘든 시기에 가장 대표적인 절감 방안으로 꼽힌다.

때때로 사무실의 입지를 선택할 때 임대료 절감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처음부터 공동 사무공간 사용과 네트워크 공유 등으로 절감비용을 지향해 온 좋은랜드 역시 최근에 무교동에서 사무실을 명동으로 옮겨 임대료를 줄였다. 여행박사와 메이트아이(호텔엔조이 운영) 등은 IT 기업에 대해 임대료 및 대출의 혜택을 주는 구로디지털단지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보통 여행사들은 업무 편의나 소비자 방문 등을 고려해 서소문, 무교동, 종로 일대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여행박사와 메이트아이는 온라인업체인 점을 감안해 가능했다. 일찍이 넥스투어도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앞의 건물에 사무실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종이 반으로 줄일 수 있다

여행업은 일정표 등을 출력하는데 많은 량의 종이를 사용하게 마련이다. 또 동시팩스 등 광고로 들어오는 팩스가 하루에도 수십장에 이른다.
한진관광, 하나투어 등은 오래전부터 팩스를 인터넷 팩스로 교체해 사용 중이다. 필요한 내용만 프린트해서 쓸 수 있고, 또 중요한 자료는 보관도 용이해서 좋다.

한편 걸리버트래블어소시에이트(GTA)는 지난 하반기부터 이면지의 적극 활용 및 이면지를 이용한 연습장 제작 등 노력으로 월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레드캡투어는 기존에 복사기 옆에 비치해서 자유롭게 쓰던 복사지 용지를 치우고, 각 팀별로 이를 신청해서 쓰도록 하게 했다. 덕분에 용지 활용도가 높아지고, 직원들이 종이를 더욱 귀하게 여기고 있다. 단, 이면지 활용시 여행사들은 개인 정보를 취급하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환경도 지키고, 경비도 절감하고!

사무실에서 각 책상당 하나씩 사용하는 쓰레기통을 하나로 줄이고 대신해 종이함을 배치한다. 그러면 귀찮아서 그냥 버리던 이면지 수거율도 증가할 뿐 아니라 폐지 역시 재활용해서 쓸 수 있다. 실제로 사무실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들의 80%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면지함 배치 등과 같은 간단한 변화로 사무실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점심시간이나 야근을 할 때는 사람들이 없는 곳의 전등을 끄자. 컴퓨터도 함께 끄면 좋다. 또한 사무실 내에서 전등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재설비 작업을 할 수 있다.


■ 구조조정보다
‘잡셰어링’이 효과적

한동안 경제 위기의 순간마다 각 기업들이 정리해고에 적극 나서왔다. 타인보다는 ‘우리’를, 또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하는 상황에서 임의로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누군가를 해고하는 일이 쉽지 않다.

모두투어는 올해 초 3개조로 나눠 1개월씩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시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무급휴가에도 불구하고 업무 진행을 위해 출근하는 이들이 많자, 최근에는 이 방안을 근무시간 단축으로 변경했다. 본래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반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근무하던 것을 오전 9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로 변경한 것. 여전히 업무량에 따라 더 빨리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할 때가 많지만, 월 무급휴가보다 낫다는 의견도 다수다.

하나투어는 1사분기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3월 회의를 갖고 4월 1개월에 한해 주 4일제 근무 방안을 결정했다. 무조건적인 급여삭감이 아니라 주 1회씩 쉬고 이를 급여에 반영하는 잡셰어링을 택한 것. 4월에는 상황이 나아져 5월에는 실시하지 않았지만, 이와 같은 시도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고, 또 다른 위기의 상황에서도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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