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항공여행업
지금은 거의 모든 여행사와 대리점의 예약·발권 카운터를 우먼파워가 장악하고 있지만 그 외의 분야에는 아직도 여성의 진출이 매우 미약한 편이다.
필자가 60년대 말 김포공항에서 캐세이패시픽 항공의 체크인 카운터와 출입국업무(흔히 CIQ라고 부름)를 완전히 여직원으로 교체 운영했을 때만 해도 대단한 모험이었다. 거칠기로 이름난 CIQ. 해외여행경험이 없는 한국인 승객, 밀수의 본거지로 소문난 홍콩노선, 통행금지시간 임박한 퇴근시간, 잦은 연발착, 열악한 작업환경… 어느 것 하나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젊은 여성에게 매력이 될게 없었다. 바로 옆의 일본항공 지점장은 우리를 경외(?)에 찬 눈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운영해나가느냐고 수없이 물어왔다.
따로 비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공채를 하는 데가 없었다. 우수한 고학력이 갈 데가 없었다. 이것이 인력시장에서 이른바 니취마켓(Niche Market)이었다. 엄선하여 채용한 후 조직적인 직무훈련 그리고 남자들에 버금가는 봉급으로 강한 동기부여를 한 것이다. 심지어는 남자만의 성역인 항공기 무게균형(Weight & Balance)작업마저 여직원에게 맡긴 적이 있다. 조종실에서 여직원이 가지고 온 항공기 트림시트를 받아 줜 영국조종사는 계속 「원드홀」과 「엘셀런트」를 열반하면서 이륙중량과 균형계산을 확인하곤 했다.
기실 홍콩, 싱가포르, 유럽, 미국 같은 나라에 비하면 우리의 여성진출은 대단히 늦어 있었고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젊은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직종은 객실 승무직 정도였으나 하늘의 별따기였다. 실력보다 미모를 중시했으니 미스코리아에 나갈 정도는 되어야했다. 지금은 미모보다 적성을 더 중요시하고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느니 감따기 정도가 되었다.
아직도 항공여행업계에는 여성이 설 땅이 많이 남아있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남성들이 여자한테는 좀(사실은 많이)거친 편이다. 여직원에게 알맞은 일도 관청이나 남자들을 상대해야 할 때는 의당 남자들의 몫이고 더구나 술자리는 여성에게 금역이다. 여성들의 진출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이런 것들을 고쳐져야 하겠고 또 여성들도 전문직이 요구하는 지식과 경험을 쌓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행업계도 더욱 밝아지고 여행문화의 수준도 높아지고 업체의 생산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믿는다.
여성장관이 3명이나 나왔으니 여행업계에도 여성진출이 많아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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