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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Maui

■고래도 사랑한 로맨틱 아일랜드

흔히들 오아후를 제외한 하와이 섬들을 ‘이웃 섬’이라고 하며 많은 관광객들이 일일투어로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마우이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방대한 섬으로 ‘이웃 섬’이라는 수식어가 적합치 않다.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마우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는 오아후에서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반드시 1박 이상 머물기를 권하고 싶다. 특히 북적거리는 오아후에 있다가 마우이로 넘어온다면 다시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마우이만의 푸근한 매력에 취할 것이다. 유수한 여행잡지와 여행작가들이 마우이를 ‘세계 최고의 섬’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마우이에는 하와이 섬들 중 수영을 즐길 수 있는 195km의 가장 긴 해변이 있다. 섬의 모양은 거북이 같기도 하고, 여성의 상반신 같기도 하다. 이 중 최고의 휴양지는 북서쪽에 위치한 카팔루아, 카아나팔리 해변으로 최고급 리조트 단지를 갖추고 있어 하와이 주민들에게도 꿈의 휴양지로 꼽히는 곳이다. 카팔루아는 고품격 호텔과 ‘하와이 최고의 골프 휴양지’, ‘미국 10대 골프코스’로 꼽히고 있어 골프 마니아들의 로망과 같은 곳이다. 카아나팔리는 1950년대까지 사탕수수밭이었으나 이후 최고의 리조트 지구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카아나팔리 단지에만 웨스틴, 하얏트, 아웃리거 등 6개 특급호텔, 6500개 객실이 갖춰져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곳은 신혼여행객들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해변은 파도가 잔잔하고 백사장이 넓어 어린이들이 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객들도 많다.

카아나팔리 해변이 파도가 잔잔한 것은 서쪽으로 라나이, 북쪽으로 몰로카이 섬이 조류를 분산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해변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일몰의 순간이다. 태양이 라나이섬 뒤편으로 넘어가는 순간 분, 초마다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는 하늘빛, 바다빛깔을 감상하는 것만큼 호사스러운 순간이 있을까?

기자가 카아나팔리를 방문한 날에는 마침 혹등고래가 출몰해 수면 위로 다이빙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마우이관광청 톰 리스코(Tom Risko) 매니저는 “매년 12월에서 4월까지 고래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올해는 고래 떼들이 산란을 위해 알래스카에서 마우이로 대거 이동해 오고 있다”며 “마우이 앞 바다는 섬들이 많아 파도가 약하고 수온이 높아 고래들이 유독 많다”고 설명했다. 고래를 보다 가까이서 목격하고 싶다면 고래투어 전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고 카아나팔리 지구에 있는 웨일러즈 빌리지에 있는 고래 박물관을 들러 보는 것도 좋다.

■라하이나, 옛 수도의 정취 ‘물씬’

마우이는 오아후에 비해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호텔 셔틀버스, 현지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행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특히 섬의 서쪽 해변 30번 도로를 직접 운전하며 달리는 기분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올드타운의 정취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항구마을 ‘라하이나’도 반드시 방문해야 할 지역이다. 라하이나는 미 연방에 편입되기 전 약 150년간 하와이왕국의 수도였다. 19세기 중반에는 포경선의 기지로 번영했으며 이후에는 미 본토에서 들어오는 선교사들로 북적거렸다. 1960대부터 라하이나 시가지는 국립 역사 보호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되기 시작해 문화유산을 훌륭하게 보존시켰으며 덕분에 전세계 관광객들이 라하이나만의 복스러운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라하이나는 도보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중심가인 프런트 거리에는 소규모 갤러리 및 기념품 숍,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가게 등 아기자기한 숍들이 있으며 국가 보물로 지정된 오래된 건축물 또한 많다. 카아나팔리, 카팔루아에 특급호텔이 부담스럽다면 라하이나에 있는 저렴한 B & B(Bed & Breakfast)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프런트 거리에서 항구 쪽 방향에 위치한 타운스퀘어에는 100년이 넘은 반얀트리(보리수나무)가 있다. 기독교 포교 50년을 기념해 심겨진 나무가 현재는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내며 여행자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라하이나에는 유독 ‘나홀로 배낭족’이 많은데 그들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는 것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광장 잔디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한 중년의 여행자에게 다가가 한국에서 왔다며 말을 건네자, 테리(Terry)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미국인은 “한국에는 서울, 부산, 포항 등에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매우 아름다운 도시였다”고 술회했다. 그러더니 야자수 이파리를 칼로 쓱싹 다듬더니 물고기 모형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혹시 몇 달러라도 달라고 할 줄 알았더니 그냥 선물이란다.

■ 세계 최대 휴화산에서 일출 보기

마우이의 자랑은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할레아칼라(Haleakala)다. 세계 최대 휴화산인 할레아칼라는 해발 3,030m로 백두산보다 높으며 둘레 34km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산 정상에 오르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고 길이 단순하니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태양의 집’이라는 산의 이름처럼 이른 새벽 출발해 일출을 감상하는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안전을 고려해 해가 뜬 후에 산 정상에 오를 수도 있지만 태양이 솜이불 같은 구름을 빼집고 나오면서 연출하는 형형색색의 장관을 놓치기에는 너무 아깝다. 렌터카를 가져가서 내려올 때 차를 몰고 와야 한다면 모르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것도 이색 체험인 만큼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할레아칼라에서 내려오는 길, 쿨라 마을에 들러 간단하게 식사와 차를 즐기며 여유를 누리고 1894년 문을 연 아리땁고 조그마한 쿨라 가톨릭 성당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할레아칼라에는 라벤더 농장, 양파 농장, 딸기 농장, 와이너리 등 자연친화적인 즐길거리도 많다. 산 정상에는 히말라야와 이곳에만 존재한다는 신비한 식물 ‘은검초’도 있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죽는다고 하니 구경만 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라나이 Lanai

■파인애플 농장,럭셔리 섬으로 변신

하와이에서 가장 무공해한 공간에서 쉼을 누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프라이빗 아일랜드(Private Island)’ 라나이로 떠나 보자. 라나이는 마우이카운티에 속한 섬으로 인구 3200명가량이 거주하고 있으며 오아후에서 항공편으로 방문할 수도 있고 마우이에서 페리를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게 갈 수 있다. 하와이 사람들 중에도 방문해 본 이가 드물 정도로 ‘프라이빗’한 섬이다.

한때 라나이는 섬의 대부분이 파인애플 농장으로 전세계 유통량의 20%가량을 생산해 냈다. 그러나 농장 소유주인 돌(Dole)사의 데이비드 머독(David Murdoch) 대표는 1990년대 초 사양산업에 접어들던 농장 경영을 접고, 자회사인 캐슬앤쿡(Castle & Cook)의 투자로 럭셔리 리조트 포시즌스를 건축하면서 ‘섬의 용도’를 180도 변경시켰다. 머독은 이 섬의 98%를 소유하고 있다. 공항과 항구, 원주민이 거주하는 2%의 영토를 제외한 섬 전체가 개인의 소유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섬 인구 3200명 중 780명이 포시즌스호텔 직원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포시즌스 마넬레베이호텔과 롯지 앳 코엘레, 이 두 개의 호텔로 럭셔리 섬으로 탈바꿈에 성공한 라나이는 1998년 빌 게이츠가 신혼여행지로 섬 전체를 빌리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마넬레베이호텔은 아시아 및 폴리네시안 스타일과 유럽풍 인테리어를 가미시켰으며 롯지 앳 코엘레는 영국, 스코틀랜드풍 인테리어와 아시아 분위기의 건축물을 가미한 정원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한다.

■무공해 섬에서 누리는 소박한 여유

라나이에는 없는 것이 많다. 교통신호가 없고, 그 흔한 스타벅스, 맥도날드도 없다. 당연히 대형 쇼핑센터도 없다. 주유소는 하나만 있고 라나이시티 한가운데 있는 감옥에는 죄수 한 명만이 수감되어 있다. 감히 무공해 섬이라고 할 만하다.

이토록 심심해 보이는 섬에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을까? 마우이에서 라나이로 이동하는 페리 안에서 만난 리처드씨는 자신의 아내가 한국인이라며 한국 여행객들에게 친근감을 표했다. 어찌됐든 심심해 보이기만 하는 이 무공해 섬에서 사람들은 럭셔리 호텔에 머물러 있는 것 말고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리처드씨는 4륜구동차를 빌려 섬 전체를 돌아보는 것과 사슴, 염소를 사냥해 보기를 권했다. 포시즌스호텔 총지배인 부부는 섬 주변을 산책하고 사냥, 골프 등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전혀 심심하지 않다고 한다.

이외에도 클레이 사격을 즐겨 보는 것도 좋다. 가격은 성인 기준 150달러 수준이다. 이외에도 포시즌스호텔이 소유한 골프코스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도 좋다. 또 포시즌스호텔에 숙박한다면 무료로 대여해 주는 해양 스포츠 장비를 이용해 한적한 마넬레 해변에서 스노클링, 카야킹 등을 즐길 수도 있다.

라나이에서는 우리나라 시골 읍내보다도 소박한 라나이시티가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다운타운이라는 수식어가 초라할 정도로 작은 라나이시티의 가장 큰 매력은 경계심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조그만 기념품 가게에 들르거나 지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보라. 포장되지 않은 알로하 정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라나이에는 럭셔리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나이로 이동하는 페리에서 만난 독일인 마누는 6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하고 마지막 여행지로 하와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은행원과 마사지 테라피스트, 두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이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항구에서 그녀와 헤어진 뒤 다음날에는 라나이시티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캠핑장에서 묵었다는 그녀는 하와이안 커피를 음미하며 책을 읽고 있었다. 하와이 여행, 저런 식으로 자유롭게 즐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숙박은 어떻게 하고, 여행 경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꼬치꼬치 물었다. 그녀처럼 긴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여행지에서 자유로운 여행자를 만난 것만으로도 내 영혼에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와이 글·사진=최승표 기자
취재협조=하와이관광청 02-777-0033 www.gohawai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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